토종 로켓 발사하고 통신·항법 위성 만들고
K 우주시대 카운트다운

한화그룹, 쎄트렉아이 인수
KAI·LIG넥스원도 협약
AP위성, 아리랑6·7호 개발

송신기 등 13개 핵심부품 국산화
'스페이스파이오니어' 사업도 시작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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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과 달 탐사선 등을 우주로 실어 나를 첫 국산화 로켓 누리호가 오는 10월 발사를 앞두고 실전 연습에 한창이다. 누리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현대중공업, 한화, 스페이스솔루션 등 국내 300여 개 기업이 함께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다. 통신·항법위성 국산화사업도 올해 처음 시작된다.

[단독] 6G 통신·달궤도선·독자 항법위성까지…매년 10개씩 쏘아올린다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공우주연구원, 쎄트렉아이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올해부터 2027년까지 7년간 발사할 인공위성은 71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달 카자흐스탄에서 발사되는 차세대 중형 위성 1호에 이어 내년에는 다목적 실용위성(아리랑) 6·7호와 시험용 달궤도선(달 인공위성)이 우주로 떠난다. 2024년부터는 3년간 관측·정찰용 소형 군집위성 50여 개를 발사할 계획이다. 한국 최초의 통신위성인 천리안3호는 2027년 발사를 목표로 다음달 주관기관을 선정한다.

7개 항법위성을 제작하는 4조원 규모 한국형항법시스템(KPS)사업도 올 상반기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내년부터 시작된다. 인공지능(AI) 기술의 결정체인 자율주행자동차, 플라잉카, 드론 등의 운행에 필요한 미래형 통신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딥러닝과 클라우드 기술이 발전하면서 관측·정찰, 통신, 항법 전반에 걸쳐 위성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 글로벌 우주산업 시장이 1조1040억달러(약 122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019년(3660억달러)보다 세 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지금이 세계 우주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을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10월에 하늘로 …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직원들이 누리호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10월에 하늘로 …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직원들이 누리호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韓기업 300곳의 항공우주 기술 결정체…'누리호' 올해 우주 간다
전남 고흥 누리호 연소시험동 가보니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센터 누리호 종합연소시험동. 지난달 말 만난 연소시험 총책임자인 조기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추진기관체계팀장의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1단 엔진 연소시험의 성공 여부가 올 10월 1차 발사의 성패를 판가름하기 때문이다. 항우연은 지난달 28일 1단 엔진의 30초 연소시험에 성공했지만, 난도가 더 높은 100초, 127초 연소시험을 앞두고 있다.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올해 ‘누리호’ 발사는 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누리호 전용 발사대와 연소시험장을 국내 언론 가운데 처음 찾았다.
1단 연소시험 드디어 시작
[단독] 6G 통신·달궤도선·독자 항법위성까지…매년 10개씩 쏘아올린다

누리호 조립동의 직원들은 실제 발사에 사용될 비행모델(FM) 조립에 한창이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은 “1단부는 수년간 막대한 투자가 들어간 국내 항공우주 역량의 집결체이자 심장”이라고 말했다. 우주개발에 대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미국, 러시아 등은 발사체 기술력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판단 아래 엔진 기술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지 않는다.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 개발 과정에서도 정부는 액체엔진이 탑재된 1단부를 러시아에서 가져오고 핵심 기술은 이전받지 못했다.

항우연은 75t급 엔진을 나로호 첫 발사로부터 6년이 지난 2015년 처음 개발해 시험에 들어갔다. 연소 불안정 현상으로 몇 번 설계도를 갈아엎은 끝에 지금까지 누적 1만6000초가량의 연소시험을 했다. 300t의 추력을 내기 위해선 엔진 4기를 한 몸처럼 작동하도록 묶어야 한다(클러스터링). 당초 이달 발사하려던 일정이 10월로 미뤄진 것도 엔진 클러스터링 문제 때문이다. 지난달 말 1차 연소시험 첫 성공으로 엔진 4기가 합쳐진 1단부가 실제 불을 뿜는 단계까지 겨우 올라왔다.
자력 위성 발사 원년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의 목표는 1.5t급 실용위성을 저궤도로 올릴 수 있는 발사체를 확보하는 것이다. 우주기술 선진국 반열에 들기 위해선 고성능의 인공위성과 이를 언제든지 자국에서 쏠 수 있는 자체 발사체 기술이 핵심이다. 한국은 인공위성 분야에서 관측 해상도 기준 세계 6~7위권의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위성 핵심 부품은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발사체 기술력은 이보다도 한참 뒤떨어졌다. 자력으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2010년부터 2조원을 투입해 누리호를 개발해온 이유다. 발사에 성공하면 한국은 우주 선진국 진입을 위한 걸음마를 떼게 된다.

누리호 엔진은 2008년 미국의 민간 기업 스페이스X가 ‘팰컨1’ 로켓 발사에 활용한 ‘멀린 1C’보다 추진력이 떨어진다. 항우연은 후속 사업을 통해 스페이스X가 100여 개 인공위성을 묶어 발사한 ‘팰컨9’ 로켓에 탑재된 엔진 ‘멀린1D’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300개 기업의 기술 집약
조립동을 지나 누리호를 쏘아 올릴 발사대로 이동하자 거대한 녹색 철제 구조물이 시야를 압도했다. 로켓과 접속해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엄빌리칼(umbilical) 타워’다. 투박하게 생겼지만, 고도의 정밀함이 필요하다. 발사 전 기체를 단단히 고정하고 발사 순간에는 여러 개의 ‘팔’이 한 치의 오차 없이 동시에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엄빌리칼 타워를 포함한 발사체 시스템 개발 및 건설에 참여했다. 고 본부장은 “현대중공업은 LNG(액화천연가스) 선박을 건조하면서 폭발 위험이 높은 액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술력을 갖췄다”며 “이 같은 기술이 누리호 발사대 건설에 적용됐다”고 말했다.

누리호 엔진 개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았다. 항공기용 가스터빈을 생산해 영국 롤스로이스 등에 수출하며 쌓은 정밀 가공기술과 고온 내열소재 기술력을 활용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누리호 1단의 대형 추진체 탱크를 생산했다. 비행모델 1~3단부를 연결하는 총조립도 진행하고 있다.

개발사업을 통해 고도화한 기술은 다시 민간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밀폐된 공간의 기체나 액체의 압력을 정밀하게 다루는 기술은 기계장비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 터보펌프 기술은 선박엔진 개발에 고스란히 활용된다. 엔진 유량을 정밀 조절하는 알고리즘은 수액 치료기기에 접목이 가능해 헬스케어산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
10대 우주강국 향해 '기술 합체'
5세대(5G)·6세대(6G) 등 차세대 통신 서비스에 인공지능(AI) 기반 위성이 필수로 인식되면서 통신위성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위성산업협회(SIA)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위성 초고속인터넷 시장 규모는 2019년 28억달러로 전년(24억달러)보다 16.6% 늘어났다. 모건스탠리는 저궤도 위성인터넷 서비스 수요가 급증해 이 시장이 2040년께 4120억달러(약 456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스페이스X, 아마존, 원웹 등이 위성 수백 개를 띄워 저궤도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한화그룹의 쎄트렉아이 인수,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LIG넥스원의 소형위성 개발 협약 등 국내 우주산업계에서도 연초부터 새 소식이 이어졌다. 위성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위성은 관측(정찰), 통신, 항법위성용으로 분류되는데 아직 한국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통신, 항법위성이 없다. 이 두 가지 위성의 국산화가 올해부터 시작된다. 관측위성 종류도 다양해진다.

다음달 20일 카자흐스탄에서 발사할 차세대 중형위성 1호는 관측 전용 ‘시리즈 위성’이다. 지상 500㎞ 주변 저궤도에서 재해·재난 감시, 농림·수자원 관측 임무를 수행한다. 차세대 중형위성 2~6호도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발사된다.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이 활용할 계획이다.

내년엔 아리랑(다목적실용위성) 6호와 7호 발사가 예정돼 있다. 아리랑 6호는 기상 여건에 관계없이 한반도 일대를 전천후로 관측하는 레이더(SAR) 위성이다. 고난도 기술이 필요해 유럽연합(EU)의 에어버스DS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항공우주연구원 등이 개발 중이다. 7호는 해상도가 30㎝ 이하인 초고해상도 광학위성이다. AP위성이 두 위성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두 위성은 500~600㎞ 고도 특정 지역 촬영 시간이 항상 같은 태양동기 저궤도에서 움직인다.

초소형 군집위성 사업도 최근 시스템 요구사항 분석(SRR)을 마치고 이달부터 기본설계 검토(PDR)에 들어간다. 광학해상도 1m 이하 관측위성으로 KAIST와 쎄트렉아이가 개발 중이다. 2024~2026년 11기를 발사한다. 이들과 함께 군집운용할 레이더위성 40기는 국방부가 발사한다.

내비게이션을 쓰다 보면 엉뚱한 길로 안내하는 일이 적지 않다. 위성항법시스템(GPS)이 외국 기술인 데다, 신호 오류를 잡아줄 보정기술도 국내에 없기 때문이다. 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드론 배송, 자율주행 택시, 도심항공모빌리티(UAM)가 보편화되려면 현재의 GPS 정확도와 내비게이션 기술로는 어림도 없다”며 “자체 지역항법시스템과 이 시스템 오류를 보정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예비타당성조사를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화할 한국형항법시스템(KPS) 구축사업은 2035년까지 위성 7기를 쏘아올려 인도와 일본이 보유한 지역항법시스템에 맞먹는 독자 항법 체계를 조성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사업 규모는 약 4조원이다. 한국형항법시스템(KPS) 사업 사전 준비단계로 항공우주연구원이 국토부, 해양수산부와 함께 한국형위성항법보정시스템(KASS)을 구축하고 있다. GPS 신호의 오차를 줄일 탑재체를 제작해 위성에 싣고 성능을 검증하는 사업이다. 강원 양양, 경기 양주, 경북 영주, 충북 청주, 광주광역시, 부산 영도 등 전국 11곳에 관련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사업이 마무리되면 전지구 항법시스템 4개(GPS·글로나스·갈릴레오·바이두)를 보완하는 보정시스템을 보유한 일곱 번째 국가가 된다.

오는 4월엔 한국 첫 통신위성인 천리안(정지궤도복합위성) 3호 개발 주관기관이 선정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유력하다. 이 위성엔 카(Ka) 대역인 27~40㎓ 주파수 탑재체가 들어간다. ‘진짜 5G’로 불리는 28㎓ 광대역 서비스는 기지국만으로는 불가능해 카 대역 위성이 필요하다. 이동통신표준화국제협력기구(3GPP)가 지상 통신망과 위성 간 연계를 5G 이후부터 국제표준으로 채택한 이유다. 그만큼 위성과 교신할 안테나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위성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는 ‘스페이스파이오니어’ 사업도 올해부터 시작된다. 위성의 자세를 잡아주는 제어모멘트자이로(CMG), 카 대역 데이터 송신기 등 13개 부품을 국산화하는 프로젝트다.

고흥=이해성/최한종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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