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
중국 정부가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SNS) 등에서 활동하는 유명 왕훙(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콘텐츠 검열을 강화한다.

당국, 게시물 기획·배포 등 게시물 내용 사전 검열

18일 중국 펑파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의 사이버 감독기관인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이달 22일부터 '인터넷 이용자 공중계좌 정보서비스 관리규정'을 시행한다. 이는 2017년 10월부터 시행된 기존 규정에서 5개 신규 항목을 추가한 것으로, 현행 인터넷 검열 조치를 한층 더 강화한 것이다.

개정된 규정은 SNS 콘텐츠 생산자의 책임과 내용 검열을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인플루언서 등 공공계정 운영자들은 개인정보 등록을 강화하고, 기존 정치·군사에 이어 보건, 경제, 교육 및 법률 등 더 많은 분야에 대해 원본 게시물 작성 전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했다. 콘텐츠 편집기획 및 제작발표, 배포 등 전 과정을 당국의 관리 감독 아래에 두도록 한 것이다.

특히 사회적 여론 형성에 대해서 엄정 조치하도록 했다. 유언비어 생성, 여론조작, 기사편집 등 각종 이슈에 대해 선동하는 행위에 대해 엄격히 처벌하도록 했다.

예컨대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가 당국의 정책 기조와 반대되는 성향의 게시물을 올리게 되면 콘텐츠 생산에 대한 책임을 지게된 것이다.

신화통신은 "새로운 규정은 콘텐츠 생산자가 양질의 정보를 생산하도록 장려한다"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기간 소수의 미디어가 악의적인 소문을 내고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등 사회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시행 배경을 설명했다.
중국 SNS에서 클럽하우스 관련글이 차단된 모습. 사진=웨이보 캡처
중국 SNS에서 클럽하우스 관련글이 차단된 모습. 사진=웨이보 캡처

마윈 실종·美클럽하우스…당국 겸열에 SNS '삭제刑'

중국의 SNS 계정 검열 강화는 날로 커지는 인터넷 여론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전문성과 영향력이 있으면 전통 미디어 못지 않은 파급력 발휘하는 SNS 계정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당국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인터넷에 대한 검열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곳곳의 누리꾼들이 시민기자로 나서는 등 SNS를 통해 정부의 정보 통제와 초기 대응 실패 등 우한의 실상을 비판해 왔다.

코로나19 실상이 퍼지자 중국 당국은 유명인들의 SNS 계정을 잇따라 폐쇄했다. 지난해 2월 중국 당국의 방역 대응을 비판해온 쉬장룬 칭화대 교수의 웨이보 계정이 돌연 사라졌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유행을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 씨를 당국이 체포한 행위를 비판한 친첸훙 우한대학 법학 교수의 계정도 갑자기 삭제됐다. 이 외에도 '봉쇄령'이 내려진 중국 우한에서 직접 촬영한 영상을 통해 실상을 외부에 알려왔던 시민기자 천추스의 계정도 없어졌다.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당국의 금융 규제를 비판해 세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무산된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 관련 게시물도 SNS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미국의 음성 기반 SNS '클럽하우스' 관련 게시글들이 웨이보에서 삭제 조치 되고 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홍콩·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부터 양안문제(중국과 대만의 정통성 문제)까지 그간 민감하게 반응했던 주제들이 자유롭게 다뤄지면서 중국 당국이 선제적으로 여론 차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