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노는' 인재양성 체계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원화된 장기적 체계다. 하지만 한국은 교육부 따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따로 움직이는 이원화된 구조로 뚜렷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과학기술 인재 육성 지원 기본계획이 대표적이다. 과기정통부가 이공계지원특별법에 따라 범부처 차원에서 5년마다 수립하는 과학기술 인력 양성 관련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적용된 3차 기본계획에선 ‘이공계 필수 교육 내용이 초·중·고 교과과정 설계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확대’할 것을 명시했다.

현실은 정반대였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고교 1학년생에게 적용한 2015개정교육과정(10차 교육과정) 수학 과목에서 인공지능(AI) 설계의 기본인 선형대수(행렬·벡터 등) 등을 뺐다. 문과와 이과 구분도 없앴다. 한 대학교수는 “공업수학 등 이공계 수업을 듣기 위한 기본 소양 교육을 아예 포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와 산하기관이 과학기술 교육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지만, 정작 교과과정 설계 권한은 교육부에 있는 기형적 구조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부터 5년간 적용할 제4차 과학기술 인재 육성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오명숙 홍익대 신소재화공시스템공학부 교수 등 산·학·연 전문가 12명이 참여했다. 이달 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계획 수립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아무리 발전적 취지의 계획을 짜도 실행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교육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추진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기술을 창출하고 산업계로 이전하는 주역인 대학원 인재 풀이 좁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의약계열을 제외한 이공계 대학원 정원 내 석·박사급 연구원 충원율은 2015년 87.7%에서 2019년 79.3%로 5년 새 10%가량 떨어졌다. 취업과 창업에 유리하다는 이유로 이공계 선호가 뚜렷한 학부와 대조되는 현상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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