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과 기사는 관련 없음/사진=게티이미지뱅크
'디스플레이 굴기'를 지속하고 있는 중국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산업에서도 노골적인 '한국 인재 빼가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OLED 핵심 기술과 인력 유출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업계와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국내 헤드헌팅 업체는 이달 초부터 대형 채용 포털 등을 통해 '중국 기업에서 현지 근무할 OLED 전문가를 찾는다'는 내용을 담은 공고를 다수 올렸다.

A헤드헌팅 업체는 중국의 패널업체에서 근무할 OLED 재료 연구개발 전문가 채용 공고를 올렸고, B업체는 해외 패널업체에서 일할 OLED 마스크 및 증착 전문가 등을 찾고 있다. C업체는 중국 전자업체에서 근무할 모바일 플렉서블OLED 패널(연구개발·공정·정합) 전문가를 구인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국내 대기업 10년 이상 경력 이력과 함께 현지에서 근무해야 한다는 것을 지원 조건으로 명시했다. 대신 다양한 복리후생을 포함해 파격적인 보상을 내걸었다. 한 헤드헌팅 업체는 출·퇴근을 위한 사택 제공과 함께 1억원 이상의 연봉을 제시했다.

채용 공고에선 업체명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OLED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 주요 중국의 패널 및 전자업체의 노골적인 '한국 고급인력 러브콜'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인력 빼가기는 액정표시장치(LCD)부터 반도체까지 한국이 선도하고 있는 전 분야에서 계속돼 왔다"며 "포털 채용 뿐만 아니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별 접촉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중국 TCL과 매각 계약을 맺은 삼성 쑤저우 LCD 공장/사진제공=삼성디스플레이
지난해 8월 중국 TCL과 매각 계약을 맺은 삼성 쑤저우 LCD 공장/사진제공=삼성디스플레이
스스로 빛을 내는 OLED는 지난 30여년 동안 TV 시장 패권을 장악했던 LCD를 대체할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현재 OLED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건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다. TV용 대형 OLED 패널 시장은 LG디스플레이가, 모바일용 중소형 패널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90%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국내 업체가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있다.

이는 그간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수년에 걸쳐 OLED 기술 개발과 시장 확대에 수십조원을 투자한 덕분이다. 우리 정부도 OLED를 국가핵심기술로 관리하는 등 집중 육성하고 있다. 관련 기술을 해외에 유출하면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따라 3년 이상 징역형을 받게 된다.

문제는 OLED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는 점이다. 중국 업체들은 당국의 막대한 지원과 저가 물량 공세를 통해 LCD 분야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시장에서 밀어낸 이력이 있다. 최근 몇 년 간 스마트폰에서 OLED 채용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은 특히 중소형 OLED를 육성하고 있다. 중국 BOE, TCL 산하 CSOT 및 티안마, 비전옥스 등은 현재 OLED 캐파(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BOE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BOE는 수차례의 도전 끝에 지난해 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독점해왔던 애플의 문턱을 처음으로 넘었다.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기관 스톤파트너스에 따르면 BOE는 중국 청두 B7팹에서 애플 아이폰12(6.06인치), 화웨이 P시리즈, LG전자의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플렉서블 OLED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또 애플 전용 팹인 멘양(B11)서는 차세대 아이폰에 납품을 타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정부와 업계 차원에서 특단의 정책이 없다면 몇 년 후 중국이 OLED 시장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시장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 서플라이체인 컨설턴츠(DSCC)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가별 모바일 OLED 시장 점유율은 한국이 76%로 중국(22%)과 큰 차이를 보였다. 다만 오는 2024년에는 중국이 50%, 한국이 49%로 역전될 것이라고 DSCC는 내다봤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