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백신 2300만 명분(4600만 도스)을 추가로 확보해 전체 도입 물량을 7900만 명분으로 늘렸다. 백신 공급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5개 안팎의 동남아시아 국가에 미국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을 판매·유통하는 계약도 따낼 것으로 전망된다. 전 국민이 맞고도 남을 만큼 코로나19 백신 물량을 확보한 데 이어 수출에도 나설 정도로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위상이 높아진 셈이다.

전 국민 맞고도 남을 백신 확보…SK바이오는 '한국산 백신' 수출
질병관리청은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300만 명분과 노바백스 백신 2000만 명분을 추가로 들여온다고 16일 발표했다. 화이자 백신은 3분기로 예정된 공급 시작 시점을 다음달 말로 앞당겼다.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보류한 여파로 상반기 고령자에게 맞힐 백신 확보량이 대폭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작년 12월 화이자 백신 1000만 명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에 300만 명분이 추가되면서 국내에 들어오는 화이자 백신은 총 1300만 명분이 됐다. 이 중 350만 명분의 공급 시점은 당초 3분기에서 1~2분기로 앞당겼다. 다음달 말 50만 명분을 공급받고, 2분기 300만 명분을 들여온다. 질병청은 “화이자 백신은 4월부터 예방 접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이날 노바백스 백신 2000만 명분에 대해서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공급 주체는 SK바이오사이언스다. 이 회사가 한국의 백신 생산과 유통, 판매 권리에 대한 도입 계약(라이선스인)을 노바백스와 맺었기 때문이다. 노바백스 백신은 이르면 5월부터 접종이 가능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5개 안팎의 동남아 국가에 ‘한국산’ 백신을 수출하는 계약을 추진 중이다. 노바백스와 별도의 생산·유통 계약을 추진하는 데 따른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경북 안동공장에서 연 5억 도스를 생산할 수 있는 만큼 수출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동남아 어느 나라에, 몇 명분을 공급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 이후에도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국내 판매·유통 권리를 독점적으로 갖는다. 코로나19 유행이 종식되지 않는 한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 등 글로벌 바이오 벤처들이 자체 생산공장을 두지 않고 연구개발(R&D)에만 집중하는 점을 겨냥해 발빠르게 생산계약을 따냈다”며 “덕분에 한국은 안정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한 ‘백신 주권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