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응용력 부족한 인력 많아
정부 단기 프로그램 효과 없어
3년 제대로 배우면 몸값 '껑충'

"AI 인재 해외 유출도 막아야"
5년차 인공지능(AI) 개발자 박모씨(30)는 최근 복수의 헤드헌팅 업체로부터 이직 제의를 받았다. 연봉은 현재 회사의 1.5배 수준. 최근 석 달 새 제조, 건설, 정보기술(IT)업계 대기업으로부터 AI 솔루션을 개발해달라는 제안이 잇따랐다. 박씨는 “3년 동안 AI를 제대로 파면 러브콜이 쏟아진다는 업계 속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AI 인력들의 취업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AI는 현업에서 다시 배워야 한다”는 말이 파다한 가운데 경력직 개발자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반면 단기 소프트웨어(SW) 교육을 이수하고 취업 시장으로 뛰어드는 AI 인력들은 중소기업의 눈높이를 채우기도 빠듯하다. 현장에서는 “괜찮은 신입 직원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토로하고 있다.
AI 인재 1만명 부족…"코딩부터 가르쳐라"

애먹는 기업들 “현장형 인재 없다”
AI 개발자 부족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에 따르면 국내 AI 분야 인력 수급 격차가 점차 벌어져 2022년께는 약 1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갈증은 더 심각하다. AI 기술의 상업화 시계는 점점 빨라지는데, 신입 인력은 현장과 괴리가 있는 교육을 받고 입사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업무를 숙달한 경력직이 ‘귀하신 몸’이 된 이유다.

AI 개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코딩 능력’이다. 매일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는 만큼 공개된 논문이나 딥러닝 모델을 자신이 수행 중인 프로젝트와 잘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인 프로그래밍과는 달리 수학 등 기초 학문의 역량도 필수적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요즘 AI 논문에는 깃허브(오픈소스 저장소) 코드가 대부분 붙어 있는데, 실무 개발자는 이를 잘 수정하고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실제 기업체가 아니라면 좋은 장비를 접하기도 어렵고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도 드물어 신입사원이 실력을 갖추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기업들은 그만큼 피로감을 호소한다. 한 중견급 IT 기업 인사책임자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소수를 빼고 대부분 기업은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저연차 경력직을 선호한다”며 “기본적인 컴퓨터공학 과정이라도 제대로 이수하고 입사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단기 교육과정 내실화 시급
최근 정부와 민간에선 ‘AI 인재 양성’의 취지 아래 여러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AI·SW 핵심인재 10만 명 양성계획’을 본격화하고 2025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최근엔 KT 등 민간기관에서도 ‘AI 인재 1000명 육성’ 등 방안 마련에 골몰 중이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은 비전공자들의 단기교육 이수 비율이 월등하게 높다. SPRi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민관 프로그램 신청자 중 SW 비전공자는 49.6%에 달했다. 전체 신청자 중 6개월 이하 교육을 받는 인원 비중은 78.8%로, 이 가운데 3개월에서 6개월 미만의 교육자가 45.3%로 다수를 차지했다.

단기과정 이수자들은 서너 개의 딥러닝 모델 사용에는 익숙하지만, 기초 지식이 부족해 응용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기업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내 대학들은 정부 지원을 받아 AI 석·박사급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이들은 해외 취업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컴퓨터 과학 교육의 내실화가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전공기초 영역에서 필수적으로 다뤄지는 플로 차트, 선형대수(행렬·벡터) 등이 AI 학습의 바탕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진형 KAIST 명예교수는 “망치를 들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말처럼, 기본을 도외시하고 AI라는 도구 하나만 가르쳐 모든 걸 해결하려는 교육이 도처에 널렸다”며 “AI의 기본이 되는 컴퓨터과학을 제대로 습득시켜 현장형 인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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