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CEO 사임한 제프 베조스
우주개발업체 '블루오리진' 집중

한 발 앞선 '스페이스X' 머스크
"잘해봐야 몇 년 뒤에나" 비꼬기도

우주산업 뜨자 '우주ETF' 투자상품도
지난 3일 세계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가 '깜짝 사임'을 발표했다. 베조스는 "이것은 은퇴가 아니다. 이보다 더 활력 넘치던 때가 없었다"며 "이사회 의장으로서 기후변화, 블루오리진, 워싱턴포스트 등 다른 일에 집중할 시간과 에너지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 블룸버그 등 미 현지 언론은 베조스가 이번 사임을 통해 베조스 1기인 '아마존 시대'를 끝내고 2기인 우주개발업체 '블루오리진 시대'를 본격적으로 여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화성이주 vs 달 탐사…확연히 다른 목표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베조스가 블루오리진에 힘을 싣는 것은 오는 4월 첫 번째 유인우주비행 계획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CNBC방송은 "블루오리진이 최근 재사용 가능한 저궤도 우주관광용으로 개발한 '뉴셰퍼드' 추진체와 캡슐의 14번째 시험비행에 성공했다"며 "4월 초까지 첫 번째 유인 비행에 나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보도했다. 다만 블루오리진은 "이는 추측과 소문일뿐이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현지 매체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해 "블루오리진의 이 같은 '신비주의'는 지난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처음으로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것이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베조스의 블루오리진(2000년)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2002년)보다 먼저 우주개발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지난해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과 '리질리언스'를 쏘아올린 스페이스X와 달리 아직까지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머스크와 미 언론으로부터 여러 차례 조롱 섞인 평가를 들어야했던 베조스가 본격적으로 우주사업에 힘을 싣는 것 아니냐는 게 현지 매체의 평가다.

베조스는 2019년 인터뷰에서 "매년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어치의 아마존 주식을 팔아 블루오리진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베조스는 2019년 28억달러(약 3조원) 어치의 아마존 주식을 판 것이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확인됐고, 지난해에도 같은 자료에서 31억달러(약 3조4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판 것이 파악됐다.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우주관광용 캡슐. 사진=블루오리진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우주관광용 캡슐. 사진=블루오리진

'화성이주'를 꿈꾸는 머스크와 달리 베조스의 목표는 달 탐사를 비롯한 우주여행에 맞춰져 있다. 최근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시험비행을 보면 고도 106.9km까지 올랐다가 지상으로 방향을 바꿔 귀환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추진체는 발사장으로 착륙했고, 추진체에서 분리된 캡슐은 낙하산을 통해 인근 사막으로 내려왔다. 추진체는 발사 과정에서 회전하면서 상승했는데 이는 향후 탑승할 우주관광객들에게 360도 우주 전경을 보여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6명이 탑승할 수 있는 캡슐 내부는 우주관광객을 위한 커다란 창문이 나 있다. 탑승객들은 고도 100km에서 약 5분간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며 우주와 지구를 구경한 뒤 지상으로 복귀한다는 게 블루오리진의 구상이다. 2019년 밥 스미스 블루오리진 대표는 인터뷰에서 "비용은 1인당 수십만달러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한 발 앞선 머스크
머스크와 베조스의 우주개발 목표는 다르지만 이 과정에서 로켓추진체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같다. 베조스의 블루오리진이 워낙 신비주의에 가려 있어서 정확한 사실을 알기는 어렵지만 로켓 추진체에 있어서 만큼은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한 발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지난해 5월30일(현지 시각)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에 있는 나사(NASA)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크루 드래건을 실은 발사체인 펠컨9의 발사 성공 소식을 듣고 두 팔을 번쩍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해 5월30일(현지 시각)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에 있는 나사(NASA)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크루 드래건을 실은 발사체인 펠컨9의 발사 성공 소식을 듣고 두 팔을 번쩍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스페이스X는 지난해 5월30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민간 최초 유인우주선을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스페이스X가 개발한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날아가는 데 성공했다. 팰컨9 로켓은 1·2단 발사체가 성공적으로 분리되며 크루 드래건을 우주 궤도에 올렸다. 이 우주선은 몇 시간 뒤 지구 상공 400km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결합하는 데도 성공했다. 반 년 뒤인 지난해 11월에는 같은 로켓에 또 다른 유인우주선 '리질리언스'가 쏘아 올려졌다. 리질리언스는 미 항공우주국(NASA)가 공식적으로 우주인 4명을 ISS에 보내는 첫 실전 유인우주선이라는 점에서 테스트용으로 쏘았던 크루 드래건과 달랐다.

성공적 발사와 함께 찬사를 받았던 건 '경제성'이다. 민간 우주탐사기구인 플래니터리소사이어티에 따르면 크루 드래건 개발에 NASA가 분담한 비용은 2조원에 불과했다. 과거 '아폴로' 개발 비용의 18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규모다. 지난해 NASA 감사실 분석에 따르면 우주인 1인을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은 스페이스X는 5500만달러(677억원), 보잉은 9000만달러(1108억원)로 추산됐다.

스페이스X는 민간 우주개발의 '최초' 역사를 계속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스페이스X가 지난해 11월 쏘아올린 리질리언스에 탑승했던 우주인 4명이 지난 7일 기준으로 ISS 임무 85일째를 맞으며 종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국이 보유한 이전 기록은 84일. 이들은 민간기업을 통해 우주궤도로 올라가 임무를 수행하는 첫 승무원들이다. 스페이스X는 오는 4월 크루 구성원 교체를 위해 또 다른 캡슐을 ISS로 쏘아올릴 예정이다.

머스크와 베조스의 치열한 경쟁은 두 사람 사이의 설전을 불러오기도 했다.

2015년 12월 머스크가 로켓 팰컨9 을 발사한 후 추진 로켓 회수(재활용)에 성공하자 베조스는 "클럽에 온 걸 환영한다"고 트윗을 올렸다. 블루오리진을 통해 한발 먼저 '뉴셰퍼드' 추진 로켓 회수에 성공한 것을 은근히 자랑한 것으로 해석됐다.

2019년 2월에는 한 기자가 베조스에게 화성 이주에 관한 생각을 묻자 "화성으로 이사 가고 싶어 하는 친구들에게 부탁하겠다.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먼저 올라가서 겪어봐라. 화성과 비교할 때 거긴 낙원이다"라고 말했다. 화성이주를 우주개발의 최종 목표로 삼고 있는 머스크의 계획을 비꼰 것이다.

머스크 역시 2017년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베조스에 관해 묻자 "제프 누구요(Jeff who?)"라고 대답하며 베조스의 블루오리진이 경쟁 상대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은연 중에 내비쳤다.
2019년 아마존의 카이퍼 사업 계획이 알려진 뒤 머스크가 트위터에 베조스를 태그하고 '카피캣(모방범)'이라고 지적한 일도 있다. 머스크 트위터 캡쳐.

2019년 아마존의 카이퍼 사업 계획이 알려진 뒤 머스크가 트위터에 베조스를 태그하고 '카피캣(모방범)'이라고 지적한 일도 있다. 머스크 트위터 캡쳐.

지난달에는 스페이스X가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스타링크 위성 궤도 중 일부를 계획보다 더 낮은 고도로 낮출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아마존이 반기를 들면서 불꽃이 튀었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의 인터넷 위성 프로젝트다. 아마존은 자신들의 위성 프로젝트인 '카이퍼'와 충돌하거나 간섭이 일어날 위험이 있어 스타링크 궤도 수정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측은 "우리는 스타링크와의 간섭을 피하는 방식으로 카이퍼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데 스페이스X가 이제 와서 궤도를 수정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머스크는 트위터에 "잘해봐야 몇 년 뒤에나 쓸 수 있는 아마존 위성 시스템을 위해 스타링크를 방해하는 건 대중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깎아 내렸다. 실제 소비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스타링크와 달리 몇 년 째 개발만 하고 있는 카이퍼를 비꼰 것이다.

2019년에는 아마존의 카이퍼 사업 계획이 알려진 뒤, 머스크가 트위터에 베조스를 태그하고 '카피캣(모방범)'이라고 지적한 일도 있다.
차세대 투자처로 떠오른 '우주 ETF'
민간주도의 우주개발산업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자 자본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억만장자들의 '우주전쟁'…화성이주냐 달 탐사냐 [노정동의 3분IT]

지난달 13일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아크인베스트는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스페이스 익스플로레이션 ETF(Space Exploration ETF)' 상장 계획서를 제출했다. 아크인베스트가 이 ETF에 어떤 기업을 담을지 아직 공개되진 않았다. 아크인베스트는 지난해 700%가 넘는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테슬라를 '이노베이션 ETF'에 선제적으로 담아 큰 폭의 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초만 해도 35억달러에 불과했던 운용 규모가 1년 만에 40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아크인베스트의 우주 산업 투자가 가시화되면서 주식시장에 상장된 우주산업 관련 ETF의 수익률도 덩달아 급등하고 있다. 실제 미 주식시장에 상장된 Procure Space ETF, Virgin Galactic Holdings, Maxar Technologies, IntelSat, Iridium Communications 등 우주 산업 관련 ETF와 기업들의 주가는 아크의 EFT 상장 계획이 알려지면서 당일에만 5~19%까지 급등했다.

현재 우주 ETF를 주도하고 있는 Procure Space ETF는 길라트위성, 버진갤럭틱, 맥사테크놀로지, 로럴스페이스, 오브콤, 이리디움커뮤니케이션스, 비아샛 등으로 구성돼있다. 구성 종목 중 80%는 우주 사업에서 이익을 얻는 종목들로 구성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국내 주식시장엔 아직 우주를 테마로 한 ETF는 없다. 국내 기업 중 우주개발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은 소형 인공위성과 안테나를 개발하고 있는 한화시스템, 발사체와 중대형 인공위성 사업에 진출한 한국항공우주, 인공위성 시스템 개발업체인 쎄트렉아이와 해당 기업의 지분을 취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꼽힌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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