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재현 IBS 나노의학연구단 연구위원(연세대학교 고등과학원 조교수)
역사가들은 2020년을 ‘코로나19의 해’로 기록할 것이다. 그만큼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는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뒤바꾸고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이후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이미지의 바이러스가 언제 종식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래도 세계의 과학자들이 바이러스의 실체를 밝히고 이를 극복할 과학적 대안을 내놓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필자가 속한 기초과학연구원(IBS)도 마찬가지다. IBS가 바이러스 전문 연구기관은 아니지만, 그간 생명과학을 포함하는 기초과학 제 분야의 우수한 연구진과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이를 토대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 지도를 완성하는 등 코로나19 종식에 기여할 기초연구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와 나노기술의 가능성

필자는 본래 나노물질과 이를 이용한 바이오 일렉 트로닉스를 연구해왔다. 질환을 조기 발견하고 진단하기 위해 전자공학과 생명과학이 융합된 전자장치를 의학에 응용하는 분야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재난에 맞서 과학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고민 끝에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다. 이는 나노물질을 활용하여 코로나19 진단에 필요한 ‘중합효 소연쇄반응(PCR)’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이다.

처음 해보는 시도였지만 연구 착수 후 오래지 않아 결실을 맺었다. 지난해 12월, 금과 자석이 혼합된 나노입자를 활용하여 약 2시간이 소요되던 PCR 시간을 20분 이내로 단축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존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코로나19 진단의 길이 열린 것이다.

이는 나노기술이 코로나19 정복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노기술이 활용되는 분야와 범위는 매우 넓다. 이 중 인공 나노 물질을 이용하여 질병의 진단, 예방, 치료를 수행하는 분야를 ‘나노의학’이라 한다.

나노의학은 기존 의학의 한계를 넘어서는 돌파구를 열 것으로 기대되는 현대 기초 의학의 총아이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도 나노의학의 기여 가능성은 매우 높다. 코로나19 자체가 약 100 나노미터(1nm는 10-9 m) 크기의 나노물질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노 의학자들은 코로나19가 기존 나노물질과 유사한 성질을 가진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나노의학은 살균 및 위생보호, 바이러스 감염 진단, 효율적인 치료제 및 백신 개발 등 코로나19 관련 다양한 분야에서 기여하고 있다.

나노 마스크, 바이러스 필터링과 살균을 동시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30℃도의 물체 표면에서 약 9일간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마스크로 대표되는 개인위생보호 장비와 효과적인 살균 기술이 대단히 중요하다. 타이타늄산화물과 은·구리 나노입자 같은 금속 나노입자는 빛 등을 통해 활성전자를 발생시켜 바이러스를 파괴한다.

이처럼 우수한 살균 능력을 가진 금속 나노입자를 마스크에 도포하면 바이러스를 필터링할 뿐 아니라 살균까지 할 수 있다. 미세한 그물 형태의 나노파이버를 이용한 마스크는 10~80nm 크기의 입자까지 거를 수 있다. 이는 100~300nm 크기의 입자를 거르는 기존 N95·FFP2 마스크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게다가 호흡이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기존보다 빠르고 정확한 나노기술 기반 코로나19 진단기법

현재 널리 사용되는 코로나19 표준 진단방법은 역전사 유전자증폭방법(RT-PCR)이다. RT-PCR은 정확도가 99% 이상으로 높지만 검사에 2시간 이상 소요된다는 단점이 있다. 금 나노입자를 활용한 나노기술이 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금 나노입자는 혈액 내 바이러스 항체가 존재하면 자신의 고유한 색을 표시한다. 이로써 수분 내에 바이러스 감염을 진단할 수 있다. 이 밖에 반도체 나노입자인 퀀텀닷을 이용한 형광 기반 센서, 그래핀 기반 전자소자를 이용한 전자센서 등도 개발되었다.

이 센서들은 RT-PCR 수준의 민감도와 정확도를 갖추면서도 진단 시간을 줄였다. 진단 센서의 민감도를 향상시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자성 나노입자를 이용해 바이러스에 존재하는 RNA를 선택적으로 포집하는 방식이다. 앞서 소개한 필자의 연구도 금과 자성 혼합나노입자를 이용해 PCR 검사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나노기술,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의 효율도 높인다

코로나19는 돌기 형태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이용해 숙주 세포에 침투한다. 물질 표면의 거칠기, 친수성, 전하 등을 변화시키는 작업, 즉 표면개질한 나노물질을 이용하면 스파이크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바이러스의 활성을 억제하고 세포 침투를 막을 수 있다.

나노입자는 효과적인 약물전달체로서, 코로나19 치료 약물이나 사이토카인 폭풍을 감소시키는 약물의 전달에도 이용된다. 최근 각광받는 유전자가위 치료법에 나노기술을 접목하는 시도도 있다. 유전자가위로 침투한 바이러스의 RNA를 변형시켜 바이러스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즉 나노기술과 유전자가위를 접목시켜 기존 약물 치료법의 한계인 비선택적 ‘오프-타깃 효과’를 줄인다. 이를 통해 약물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적은 양으로도 약효를 낼 수 있도록 돕는다.

화이자, 모더나 같은 코로나19 백신은 RNA나 DNA를 기반으로 한다. 백신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체내에서 항체가 파손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RNA는 혈액 내 효소작용에 의해 쉽게 분해되지만, 이를 인공 나노 소포체 내부에 넣으면 온전하게 세포까지 전달할 수 있다. 나노물질은 바이러스와 크기가 유사하다. 따라서 나노물질의 표면에 바이러스 일부를 붙여 주입하면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이 이를 바이러스로 인지해 백신효과를 낸다.

이렇듯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나노기술은 우리 삶과 한층 더 가까워졌다. 물론 아직 개발 단계인 경우도 많지만 나노마스크, 신속진단법, 백신 등 이미 사용 중인 나노기술도 적지 않다. 나노기술은 다양한 기술, 학문과 융합해 인류가 당면한 여러 문제의 해결에 토대가 되는 ‘기반기술’이다. 코로나19로 뉴노멀의 시대가 도래한 만큼, 이에 대응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앞으로 나노기술이 보여줄 가능성을 기대해본다.
[기초과학 리포트] 코로나19 시대의 나노기술

IBS 나노의학연구단이 개발한 코로나19 현장진단용 ‘나노 PCR’
금과 자성물질을 혼합한 나노물질 기반의 ‘나노 PCR’은 코로나19를 17분 내에 정확히 검출해낸다(정확도 99%). 작고 가벼워(15×15×18.5cm, 3kg) 현장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이재현

IBS 나노의학 연구단 연구위원이자 연세대학교 고등과학원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나노과학자이면서 의생명공학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나노물질의 자성 및 반도체적 특성의 이해를 통해 진단 및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들을 타진해왔다. 현재 IBS 나노의학연구단에서 여러 학문 분야의 융합을 통해 빅사이언스 창출에 매진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2월호에 실렸습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