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우상 기자
사진=이우상 기자
앱클론은 기존 CAR-T 치료제가 듣지 않는 환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 문제를 해결한 고형암 대상 CAR-T 치료제도 연구개발하고 있다.

킴리아, 예스카타, 테카투스…. 모두 다른 이름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CAR-T 치료제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이들 치료제 모두 환자의 CD19 항원에 결합되는 결정기(epitope)가 동일하다. 이종서 앱클론 대표는 “세 치료제 모두 ‘FMC63’이라는 항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항체 전문 기업인 앱클론은 이와 다른 항체를 사용해 기존 CAR-T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 킴리아의 객관적반응률(ORR)은 80% 가까이에 이른다. 분명 높은 반응률임에도 나머지 20%는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다.

앱클론은 기존 CAR-T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도록 한 실험용 쥐 모델에게서 AT101의 치료효과를 확인했다. AT101에 대한 연구는 미국 펜실베이니 아대와 함께 공동으로 수행 중이다. 앱클론 은 오는 5월 식약처에 임상 1상 시험계획 (IND)을 제출한다는 예정이다. 업계는 앱클론의 AT101 표적이 현재 시판 중인 킴리아, 예스카타와 동일한 CD19인만큼 임상에서의 불확실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형암, CRS 문제 해결할까

고형암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과 CRS는 CAR-T의 대표적인 약점이다. 이 대표는 “앱 클론의 플랫폼 기술로 개발한 AT501은 이 두 가지 허들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T501은 기존 CAR-T와 달리 단독 투여 시 암세포와 반응하지 않도록 한 것이 특징이 다. 대신 코티닌이란 물질을 인지하도록 했다. 코티닌은 니코틴의 대사산물로, 니코틴은 몸에 해롭지만 코티닌은 시간이 지나면 소변을 통해 배출될 만큼 인체 내에서 안전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

앱클론은 코티닌에 암을 인지하는 인공항체 (affibody)를 붙였다. 인공항체가 붙은 코티닌이 암세포의 항원과 결합하면 CAR-T가 다시 이 코티닌을 인지한 뒤 암세포를 공격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AT501은 코티닌이 없으면 독자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을 막을 수 있다. 이 대표는 “CAR-T는 일단 투여하면 체내 활성 정도를 조절할 수 없는 단점이 있었는데 코티닌의 투여량을 조절하는 식으로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AT501의 적응증이 고형암인 자궁암인 것도 특징이다. 자궁암의 예후가 나쁜 경우는 자궁을 적출한 후에도 암세포가 남아 복막으로 전이가 됐을 때다. 이 대표는 “자궁을 적출한 환자에게 투여한 AT501은 암세포를 공격해 전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CAR-T가 고형암에서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종양미세환경(TME)이 치료제의 접근을 막기 때문인데 종양이 자란 자궁을 적출한 후이기 때문에 AT501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종양미세환경이 없는 상태에서 복막으로 전이하려는 암세포 ‘잔당’만 골라 죽이는 식이다.

앞으로 앱클론은 AT501에 사용한 코티닌의 인공항체를 바꿔 끼우는 방법으로 다양한 암에 적용할 수 있는 CAR-T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스위처블(switchable) CAR-T’ 플랫폼이다. 고형암 중 한 종류인 췌장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의 CAR-T도 이 플랫폼으로 개발하고 있다. 최근 고형암 CAR-T 분야에서 주목받는 암 항원인 메소텔린(mesothelin)의 항체를 붙인 코티닌을 이용하는 식이다. 현재 시판된 CA R-T의 적응증인 C D19 혈액암 외 CD30 혈액암을 대상으로 하는 CAR-T도 개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스위처블 CAR-T는 국내에선 앱클론이 유일하고 해외로 눈을 돌려도 비슷한 방식을 찾기 어려운 첨단 기 술”이라고 말했다.

국내 CAR-T 기업, 승산 있다

노바티스는 일본에 킴리아 생산시설을 갖추 고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갔다. 식약처에도 허가신청서를 제출하고 국내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킴리아의 뒤를 이어 예스카타, 테카투스 등이 국내에 출시될 경우 한국 토박이 CAR-T 기업에겐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닐까.

이 대표는 국내 CAR-T 기업이 선전할 수 있는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다. 그는 “CAR-T는 장치 설치 산업이기 때문에 아무리 다국적기업이라고 해도 국내에 설비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 자체가 다국적기업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기 힘든 첫 번째 허들”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이유는 국내 CAR-T 기업들이 개발 중인 치료제가 이미 시판된 제품들의 단점 또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CD19 CAR-T인 AT101은 이미 시판된 CAR-T와는 다른 결정기에 결합하기 때문에 전임상에서 반응률이 더 높았다”며 “AT501은 CAR-T의 대표 부작용인 CRS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앱클론은 AT101의 임상 결과가 나오면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표는 “전임상 결과로 미루어 볼 때 세계 시장에 자랑할 만한 임상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을 것”이라며 “GC녹십자랩셀의 아티바를 본뜬 미국 내 조인트벤처 설립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CAR-T는 임상 1상 결과로 ‘빅딜’이 나오는 시장”이라며 “국내 시장만 노릴 것이 아니라 CAR-T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승부를 볼 계획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2017년 길리어드는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한 카이트파마를 119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 대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NK세포치료제에 대한 경쟁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동종 치료가 가능한 것은 NK세포치료제의 장점이지만, 치료제로서의 잠재능력은 CAR-T가 더 우위”라며 “CAR-T가 ‘꿈의 항암제’로 불린 까닭은 결국 강력한 치료 효과 때문이었는데 NK세포치료제는 단독으로 쓰기엔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NK세포치료제 기술 최선두주자로 꼽히는 페이트 테라퓨틱스도 자사의 CAR-NK 치료제와 표적항암제 리툭시맙을 병용투여한 임상시험의 중간결과를 발표하고 나서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단독치료제로서의 효능은 NK세포치료제와 비교해 CAR-T가 앞선다는 뜻이다. 앱클론은 올해 AT101의 임상에 진입하는 데 이어 내년엔 AT501의 임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애널 평가
AT101의 임상 결과에 따라 기업가치 상승 가능
by 김정현 교보증권 애널리스트

올해 진입하는 임상에서 AT101이 기존 CAR-T 치료제의 효능을 상회하거나 동일함을 증명할 경우 큰 폭의 파이프라인 가치 상승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CD19 혈액암 환자 수가 BCMA 혈액암 환자 수보다 2배 이상 많은 점도 매력적이다.

설 립 일 2010년 6월
상장 여부 코스닥 상장
주요 사업 항체 신약 개발
시가총액 4866억 원(2월 4일 종가 기준)
[Cover Story - part.5] 앱클론, 반응률은 높이고 부작용은 줄인 CAR-T 임상 채비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