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서범세 기자
사진=서범세 기자
지아이셀은 2018년 설립된 지아이이노베이션의 관계사다. 세포치료제 개발에 특화된 기업이다. NK세포치료제 ‘T.O.P.NK’와 ‘NANO NK’를 포함해 총 5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지아이셀의 임직원은 2021년 1월 현재 총 71명이다. 이 중 약 20%인 15명이 박사급 연구원이다. 홍천표 대표는 2010년 포항공대 박사 과정 당시 지도교수였던 장명호 지아이그룹 의장의 제안으로 2019년 지아이셀에 합류했다.

혈액 100ml로 130바이알 생산 가능

세포치료제는 환자 본인(자가) 혹은 다른 사람(동종)의 면역세포를 체외로 꺼내 배양한 후 다시 투여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따라서 면역세포의 높은 항암활성을 유지하면서 충분한 양으로 증폭하는 것이 중요하다.

‘T.O.P.NK’는 지아이셀의 NK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이다. 암을 표적하며(tumor targeting) 동종 혹은 자가 유래 NK세포를 최적화된 조건(optimally primed)에서 배양한다는 의미다.

홍 대표가 강조하는 NK세포치료제의 핵심 공정은 배양이다. 배양 방식의 차이와 그로 인한 특징이 곧 NK세포치료제의 경쟁력이 된다는 설명이다.

NK세포의 효율적인 배양을 위해서 개발사들은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NK세포를 공배양(共培養)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NK세포와 상호작용하며 자라는 지지세포(feeder cell)를 함께 배양하는 방식이다.

지지세포 없이 배양 효율을 높이기 위해 특별한 NK세포를 활용하기도 한다. 미국 바이오기업 페이트 테라퓨틱스는 줄기세포에 특정 자극을 가해 NK세포화해 사용한다. 난트퀘스트는 혈액암 환자에게서 유래한 NK세포에 유전자 조작을 가해 동종 제품으로 개발하고 있다.

지아이셀은 건강한 사람의 말초혈액단핵세포(PBMC)에서 유래한 NK세포를 사용해 동종 제품으로 개발 중이다. 배양 과정에서 지지세포를 사용하지 않고 유전자 조작도 활용하지 않는다. 대신 배양 과정에서 사이토카인과 중화항체를 결합해 개발한 지아이셀 고유의 이중융합단백질을 보조단백질로 활용한다.

사이토카인은 보조단백질로 세포치료제 배양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된다. 사이토카인은 NK세포의 수용체를 자극해 배양 효율을 높이고 활성을 유지시킨다. 대개 ‘IL-2’와 ‘IL-14’ 등 상업화된 사이토카인을 활용하지만 지아이셀은 배양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고유의 이중융합단백질을 개발했다. 자체 개발한 항체에 사이토카인을 연결해 이중융합 단백질 형태로 만든 것이다. 상용화된 보조 단백질보다 더 효율적으로 NK세포를 배양하기 위한 목적이다.

홍 대표는 “생산단계가 복잡해지면 세포의 활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원가가 높아진다”며 “세포치료제에서는 공정을 단순화해 변수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아이셀은 세포의 분리 단계부터 배양, 회 수, 동결까지 모든 공정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반자동화했다. 여러 조합에 대한 실험과 분석 끝에 임상에 사용할 최종 이중융합단백질을 도출했다.

T.O.P.NK의 배양 효율(expansion capacity)은 2만3000배(folds)에 달한다. 세포 1개로 30일 배양하면 2만3000개의 세포가 나온다. 회사 측은 배양 효율이 500배 이상이면 상업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T.O.P.NK는 100ml 혈액으로 130바이알을 생산할 수 있다. 임상에서의 예상 용법 및 용량을 고려하면 30~60명이 투여할 수 있는 용량이다.

지지세포와 유전자 조작 없이 효능 향상

T.O.P.NK가 배양 과정에서 지지세포를 사용하지 않아서 유리한 점 중 하나는 ‘CD107a’ 수치가 낮다는 것이다.

CD107a는 NK세포의 탈과립 지표(degranulation marker)다. 탈과립은 NK세포의 알갱이인 과립(granule)이 소실되는 현상을 말한다. NK세포를 총에 비유한다면 CD107a는 총알을 사용한 뒤 나오는 탄피다. CD107a가 많다면 그만큼 총알을 많이 썼다는 것이다.

NK세포는 암세포를 만나면 총을 사용한다. NK세포를 암세포에서 유래한 지지세포와 공배양하면 그 과정에서 일부 총알을 쓰게 된다. 결국 치료제로 체내에 투여돼 암세포를 만났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탄환이 많지 않은 것이다. CD107a가 적을수록 항암 효과의 지속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T.O.P.NK는 항암 효능과 관련된 또 다른 지표 중 ‘CD16’의 발현이 많다. 표적세포의 항원에 항체가 부착되면 NK세포는 CD16을 통해 그 항체에 결합한다. 이어 퍼포린(perforin)과 그랜자임(granzyme) 등 암 살상 효소를 분비해 표적세포를 제거한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을 항체의존세포독성( ADCC·Antibody Dependent Cellular Cytotoxicity)이라고 한다. 단독요법에서도 의미 있지만 항체치료제와의 병용투여 요법을 위해 특히 중요한 지표다.

NK세포에서 CD16 발현을 높이기 위해 난트 퀘스트는 유전자 변형을 가한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를 활용한다.

공배양하는 경우에는 지지세포에 유전자 변형을 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T.O.P.NK는 별도의 유전자 변형 없이 배양 공정에서 CD16 발현이 자연스럽게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홍 대표는 “제조 공정에 유전자 변형이 개입되면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해 국내 기준 10년, 미국과 유럽 기준 15년 이상의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며 “유전자조작을 활용하지 않는 T.O.P.NK는 안전성 입증 측면에서도 비교적 유리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높은 항암 활성을 보조단백질만을 활용해 배양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얻어낸다는 점이 T.O.P.NK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고형암에 효과적인 NANO NK

‘NANO NK’는 T.O.P.NK에 화학항암제를 추가로 장착한 파이프라인이다. 김원종 포항공대 교수의 특허를 양도받아 기술을 도입했다. NK세포치료제는 고형암을 대상으로 치료 효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고형암의 저산소 및 산성(저pH) 환경에서 NK세포가 오래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T.O.P.NK에 화학 항암제를 포함한 나노입자를 탑재한 것이 NANO NK다. NK세포의 암세포 살상 능력에 화학항암제를 추가한 것이다. NANO NK에 포함된 화학항암제는 NK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는 능력을 이용해 암세포에서만 방출된다.

NANO NK는 암세포를 만나 주무기인 퍼포린과 그랜자임을 사용한다. 이후 산성화된 종양미세환경에서 부서지면서 나노입자 속에 포함된 화학항암제를 내보낸다. 주무기로 제거하지 못한 깊은 곳의 암까지 화학항암제로 제거해 고형암 살상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지아이셀은 화학항암제 독소루비신(doxorubicin)을 장착한 NANO NK의 세포 및 동물 실험에서 이 같은 기전을 확인했다.

지아이셀은 오는 4월 세포치료제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GMP) 시설을 완공하고 하반기에 T.O.P.NK에 대한 임상 시료를 생산할 계획이다. 내년 초 유방암, 폐암, 간암, 혈액암을 적응증으로 T.O.P.NK의 단독 및 병용 요법에 대한 국내 임상을 신청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 6월 26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지아이셀은 지아이이노베이션의 대표 항암제 파이프라인 ‘GI-101’과 T.O.P.NK의 병용요법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