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강은구 기자

사진=강은구 기자

휴온스그룹의 사업 영역은 넓다. 제약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의료기기도 다룬다. 그렇다 보니 종종 ‘연구개발(R&D)에 베이스를 둔 신약 개발 업체가 아닐 것’이란 오해를 받는다. 윤성태 휴온스그룹 부회장은 이럴 때마다 펄쩍 뛴다. 휴온스그룹의 최종 목표는 혁신 신약 개발이며,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하는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경기도 판교 휴온스글로벌 본사 집무실에서 윤 부회장을 만났다.

17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 달성

두 자릿수 성장률은 모든 기업인이 그리는 꿈의 숫자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장 상황과 어디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돌발 변수들을 이겨내고 회사 덩치를 전년보다 10% 넘게 늘린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이 가능성은 시장이 성숙할수록, 경쟁업체가 많을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1965년 ‘광명약품’으로 출발한 휴온스그룹은 이런 점에서 평범한 회사가 아니다. 휴온스로 사명을 바꾸고 재출발한 이듬해인 2004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16년 동안 연평균 매출을 18%씩 늘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100년이 넘는 업력에 수백 개 업체가 난립한 제약업계에서 이뤄낸 성과다. 코로나19로 수많은 제조업체들이 무너진 지난해에도 이 회사 매출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확대됐다.

윤성태 휴온스그룹 부회장에게 비결을 물었더니 “사업 다각화와 인수합병(M&A)을 통해 어느 한 곳이 기울어도 다른 사업으로 보충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든 덕분”이란 답이 돌아왔다. 윤 부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윤명용 회장의 아들로 1997년부터 휴온스그룹을 이끌고 있는 오너 경영자다. 그의 회사가 제조·판매하는 제품은 프로바이오틱스 등 건강기능식품에서부터 주사제, 인공눈물에 이르기까지 300여 개에 달하며, 사업 무대는 전 세계 50여 개국에 이른다.

윤 부회장은 “단기적으로는 ‘돈 되는’ 건기식과 의료기기 사업분야를 강화해 충분한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해 명실상부한 ‘신약 명가’로 거듭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줄어든 화장품 매출, 진단키트 수출로 만회

Q. 작년 실적은 어땠나.
그룹 전체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한 것 같다. 코로나19 여파로 (병원에 가는 사람이 줄어들어) 제약 부문이 부진했지만, 건기식과 의료기기 부문이 선전했다. 마스크, 장갑, 소독제 등 코로나19 관련 개인 방역용품 수출이 늘어난 것도 성장에 한몫했다.

Q. 코로나19 피해가 크지 않았는데, 비결이 뭔가.
에스테틱 등 뷰티 관련 사업 매출은 전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스라엘 기업 인사이텍으로부터 들여온 1대당 수십억 원짜리 뇌신경계질환 치료용 초음파기기는 하나도 못 팔았다. 코로나19 여파로 병원들의 사정이 나빠져서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주저앉지 않았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 어떤 비즈니스가 유망할지를 공부했다. 그래서 찾은 게 장갑 마스크 등 개인보호장비였다. 미국에 수출해 괜찮은 수익을 냈다. 또 휴온스메디컬은 코로나19 항원·항체 진단키트를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에스테틱 제품 수출 부진을 항원·항체 키트로 만회한 셈이다.

Q. 운이었나, 실력이었나.
물론 운도 있었다. 하지만 휴온스 내부에 자리 잡은 ‘위기 극복 DNA’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 휴온스 임직원은 현실에 안주하는 대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주변 환경을 분석한 뒤 대응책을 마련하고, M&A를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훈련이 잘돼 있다. 덕분에 코로나19 위기 초기에 새로운 사업 기회를 잘 포착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2004년 이래 지금까지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휴온스는 가치주이자 성장주”

Q. 실적에 비해 주가는 힘이 없다.
작년과 올해 바이오주가 엄청 많이 올랐지만 휴온스그룹주(휴온스글로벌·휴온스·휴메딕스 등 3개사 상장)는 소외됐다. 다른 바이오주는 2019년에 비해 2~3배 올랐는데 휴온스그룹주는 오히려 떨어졌다. 주주들께 송구하다. 아마도 가치주보다는 성장주가 각광을 받은 여파인 듯하다. 최근에 가치주 펀드들이 고전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휴온스는 따박따박 수익을 내는 가치주이자 신약 개발 등 미래 성장성도 겸비한 성장주이기도 하다. 올해는 이런 점을 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겠다.

Q. 올해 경영목표는.
매출,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건기식 사업을 확대하고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도 늘릴 방침이다. 필요하다면 M&A도 할 계획이다.

목표는 ‘한국의 존슨앤드존슨’이 되는 것

Q. 휴온스의 목표는 ‘한국의 존슨앤드존슨’이 되는 것이라고 했는데.
존슨앤드존슨은 2019년 매출이 829억 달러(약 92조 원)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부문별 매출 비중은 제약 51%, 의료장비 32%, 소비재 17%다. 제약이 절반, 나머지가 절반이다. 휴온스가 한국의 존슨앤드존슨이 되겠다는 건 우선 토털 헬스케어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의미다. 또 휴온스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존슨앤드존슨처럼 만들겠다는 뜻도 담겨있다.

그렇다고 생활용품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휴온스의 사업 비중은 제약 60%, 의료기기 25%, 건기식 등 소비자 밀착 사업 15% 정도다. 제약 비중을 50%로 낮추고 의료기기와 건기식을 그만큼 끌어올릴 계획이다. ‘캐시카우’인 의료기기와 건기식 매출을 키워 신약 개발에 필요한 자금줄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Q. 궁극의 목표는 신약 개발이란 의미인가.
일각에서는 휴온스가 건기식, 화장품, 의료기기 등 여러 사업을 하다 보니 ‘연구개발(R&D)에 베이스를 둔 정통 제약회사가 아니다’라고 오해하곤 한다. 분명히 말하지만 휴온스의 목표는 글로벌 신약 개발 회사가 되는 것이다. 다만 적자 상태에서 신약 개발을 강행하는 대다수 바이오 회사와 달리 휴온스는 신약 개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자체 자금으로 하려 한다. 흑자기조를 유지하면서 신약 개발을 해나가는 것이 투자자들에 대한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Q. 안구건조증 바이오 신약을 개발 중인데.
조합 단백질인 ‘티모신 베타4(Thymosin Beta 4)’를 이용한 약물로 현재 국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티모신 베타4 세포의 성장, 이동과 분화를 조절해 상처 치료, 항염 등의 효과를 안구건조증에 적용해 안구건조증 원인인 눈물샘의 염증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또 다른 안구건조증 신약은 아토피 피부염의 항염증, 가려움증 완화 효능이 확인된 기능성 펩타이드의 염증 해소 기전을 활용한 약이다. 연내 국내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할 계획이다.

Q. 다른 파이프라인은 무엇이 있나.
‘혁신 신약(first in class)’으로 심장질환과 간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심장질환 치료제는 심박출량 보존 심부전(HFpEF·Heart Failure with preserved Ejection Fraction) 환자를 타깃으로 하는 약물이다. 심장의 이완 기능 이상으로 인해 몸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는 질환이다. 5년 안에 절반 넘게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연내 동물실험을 마치고 후보물질을 도출할 예정이다.


간질환 치료제 개발에는 단백질 분해 플랫폼 기술인 프로탁(PROTAC·Proteolysis-Targeting Chimaera)을 활용하고 있다. 세포 내에 존재하는 유비퀴틴-프로테아좀 단백질 분해 기전을 이용해 질병을 야기하는 특정 단백질을 제거하는 혁신적인 플랫폼 기술이다. 난치성 질환 관련 단백질에 대한 표적 치료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기대주다. 내년 초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게 목표다.

Q. 좋은 파이프라인을 가진 바이오업체를 인수할 계획은 없나.
관심은 많다. 그런데 바이오 신약 만드는 벤처기업들의 몸값이 너무 올랐다. 이런 회사를 인수하는 것보다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기술을 도입하는 게 낫다고 본다. 신규 파이프라인은 이렇게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인공지능(AI) 기업 팜캐드와 파트너십을 통해 전 세계 다양한 기업의 신약 파이프라인들을 전략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매년 2개 이상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계획이다.

1분기 중 화장품 소품업체 인수 완료

Q. 휴온스는 그동안 M&A를 통해 성장해왔는데. 추가 M&A 계획은 없나.
최근 화장품 소품을 만드는 코스닥 상장사를 580억 원에 인수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380억 원, 회사채에 200억 원을 투입한다. 블러썸엠앤씨는 메이크업 스펀지, 용기 등을 생산해 아모레퍼시픽, 로레알 등에 납품하는 회사다. 하지만 대표이사가 횡령 혐의에 휘말리면서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화장품 수요가 늘면서 수익성도 회복될 걸로 기대하고 있다. 연내 재상장시키는 게 목표다. 이 외에 구체적인 M&A 검토에 들어간 곳은 없다. 다만 추가로 M&A를 한다면 에스테틱 관련 의료기기 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주사기나 주삿바늘 관련 회사에도 관심이 있다.

Q. 휴온스가 M&A한 기업과 꾸준히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그동안 휴온스그룹에서 인수한 기업이 10개가 넘는다. 그때마다 저의 주문은 같았다. ‘피인수 회사에 가서 점령군처럼 행동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최소한의 인력만 파견해 휴온스 정신을 전파시켰다. 직원 고용을 100% 보장해주고 업무 자율성도 줬다. 그랬더니 피인수 회사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휴온스의 강점을 더 할 수 있었다.

Q. 휴온스가 ‘주사제의 강자’란 점에서 코로나19 백신용 주사기 사업을 할 것이란 얘기도 시중에 나돈다.
휴온스는 직접 주사기를 만들지 않는다. 다만 국내 주사기 제조기업과 손잡고 미국 유럽 등지에 코로나19 백신용 주사기를 납품하는 방안을 협의하는 건 맞다. 미국 주정부나 대형병원 등과 논의 중이다. 납품이 이뤄지면 실적 개선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치료제, 조만간 임상 들어갈 것”

Q.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진척이 있나.
현재 2개 과제를 수행 중이다. 우선 랄록시펜 성분에 대한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완료되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과 함께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자체적으로 천식 치료제인 ‘제피러스’ 제품으로 동물실험을 하고 있다. 이 제품의 성분 중에 부데소니드, 살메테롤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만간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에 들어가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Q. 안구건조증 치료제 공장을 증설하고 있는데, 수요는 충분한가.
현재 400억 원을 투입해 점안제 2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 완공된다. 생산능력은 4억8000만 관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수요는 충분하다. 코로나19 여파로 눈병 환자는 크게 줄었지만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면서 안구건조증 환자는 크게 늘었다.

관련 시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빠르게 커지고 있다. 현재 5조 원 안팎인 세계시장 규모가 2028년에는 12조 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런 만큼 3000억 원에 불과한 한국 시장을 넘어 세계시장 공략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물론 알콘 등 해외기업을 위한 점안제 대행생산(CMO)도 늘려나갈 방침이다.

Q. 보톨리눔톡신 사업은 어떤 식으로 펼칠 계획인가.
4월에 출범하는 휴온스바이오파마를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국내시장은 ‘레드오션’이라고 본다. 러시아 중국 멕시코 등이 ‘블루오션’이다. 국내보다는 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할 계획이다.

적응증을 치료제로 확대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사각턱 치료 및 뇌졸중 후 상지근육 경직 치료 등에 쓸 수 있도록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보톡스를 활용해 셀룰라이트(수분·노폐물·지방으로 구성된 물질이 신체의 특정 부위에 뭉쳐있는 상태)를 제거하는 바이오의약품을 만드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전립선 건기식 내놓을 계획”

Q. 작년에 ‘메노락토’(여성 갱년기 유산균)란 건기식으로 히트를 쳤다. 올해 후속작이 나오나.
메노락토는 작년 4월 출시 이후 2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건기식 매출 확대는 올해 핵심 목표 중 하나다. 올해 야심작은 남성용 건기식이다. ‘사군자’라는 천연식물로 만드는데, 임상 결과 전립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 신청한 상태다. ‘쏘팔메토’가 잡고 있는 1000억 원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불면증에 도움이 되는 건기식, 스트레스 완화, 관절염 치료에 도움이 되는 건기식을 개발 중이다.

Q. CEO가 된 지 20년이 넘었고, 부회장 타이틀을 단 것도 12년이 됐다. 언제 회장으로 승진할 건가.
글쎄…. 제가 회장이 된다는 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업무를 사장단에 위임한다는 걸 의미한다. 경영에서 한발 물러난다는 뜻이다.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 회사도 더 키워야 하고 제 나이도 아직 젊다. 하지만 2~3년 내에 승진하는 일이 올 것 같긴 하다.

저 나름대로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거나 나이가 60세가 되면 회장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표대로 2023년에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면 그때 회장이 되고, 목표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이듬해 환갑(1964년생)이 되면 승진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오상헌/이주현 기자 ohyeah@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