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해부] 휴온스, 중견 제약사의 덫을 넘어
‘성공의 덫(success trap)’이란 경영학에서 기업이 과거에 성공했던 경험과 전략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현재에 안주하려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다. 제약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사업이 안정화된 후 추가 성장보다는 특허 만료 복제약(제네릭) 등 과거부터 성공을 가져다준 익숙한 분야를 중심으로 현상 유지에 중점을 두는 기업들이 관찰되곤 한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하면 규제나 세금, 혹은 성장에 대한 부담감을 피해 스스로 성장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휴온스는 이와 달리 돋보이는 특유의 성장 전략으로 제약산업 내에서 꾸준히 변화한 기업이다. 이는 매출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휴온스의 별도 기준 매출은 2007년 630억 원에서 2019년 3300억 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10년 이상 역성장 없는 꾸준한 상승을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연평균 매출성장률로 나타나는 성장성은 2007년~2013년 12%에서 2013년~2019년에는 18%로 더 높아졌다. 영업이익률도 마진의 큰 훼손 없이 1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약값 인하와 경쟁 심화에서 자유롭지 못한 제약업 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다.

휴온스를 포함한 휴온스그룹의 행보를 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두드러진다. 첫째, 핵심 영역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사업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둘째, 트렌드에 부합하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서 과감한 인수합병을 추진해왔다. 셋째, 향후 성장동력을 위해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에 나서고 있다.

다각화로 이룬 성장 기반

휴온스는 핵심 영역인 의약품 분야에서 출발해 현재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효과를 거두고 있다. 휴온스의 사업 부문은 크게 전문의약품, 수탁, 뷰티·헬스케어 사업으로 구분된다. 전문의약품 부문은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진 주사제 및 마취제 부문을 포함해 300개 이상의 의약품을 취급하고 있다.

수탁 부문은 연 3억 관 규모의 점안제 생산설비를 바탕으로 국내외 제약사로부터 수탁생산(CMO)을 수행하고 있다. 뷰티·헬스케어 부문은 비타민 등 웰빙의약품과 함께 건강기능식품, 보툴리눔톡신 및 의료기기 사업을 포괄한다.

작년 한 해 전문의약품 사업은 병원 영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3분기 누적 매출 성장률도 2%로 이전에 비해 주춤했다. 하지만 뷰티·헬스케어 부문은 건강기능식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도리어 27%라는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 전사 매출 역시 13% 성장을 거둘 수 있었다. 다변화된 포트폴리오가 위기 상황에서 안정적인 성장으로 나타난 것이다.

과감한 인수합병으로 시너지 효과 창출

다각화 배경에는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가 있었다. 휴온스그룹은 제약업계에서 흔치 않게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했다.

대표적으로 휴온스는 2010년 히알루론산을 생산하는 바이오벤처였던 HVLS를 인수했다. 인수 후 사명을 휴메딕스로 변경한 HVLS는 당시 매출 50억 원에 불과한 적자기업에서 현재 연 매출액 800억 원에 이르는 히알루론산 필러와 관절염 치료제를 포함한 미용성형 전문기업으로 변화했다.

건강기능식품 사업으로의 진출 역시 인수합병을 통해 이루어졌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 이후, 휴온스는 2016년 청호네추럴과 바이오토피아, 2018년 성신비에스티를 연달아 인수했다. 현재 인수회사들을 휴온스내츄럴과 휴온스네이처로 재편해 건기식 원료를 공급하고 있다. 2018년 27억 원에 달하던 자회사 영업적자 폭을 크게 줄여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달 휴온스글로벌은 미용용품 제조업체인 블러썸엠앤씨를 580억 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코스메슈티컬 분야로 사업 확장을 예측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과거 사례에서 보이듯 휴온스그룹의 인수합병은 단순한 외형 확장이 아니라 트렌드에 부합하는 사업 분야의 선정과 그에 맞는 대상 기업 선택,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 이뤄져 왔다.

미용용품을 비롯한 향후 사업 확장 역시 기대에 부응하는 장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픈 이노베이션, 신성장동력

휴온스가 추진하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은 향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휴온스의 자체 경상 연구개발비 지출은 연간 매출의 7% 수준이다. 국내 제약사 평균에 비해 높은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복합제로서 기존 점안제의 효능과 사용성을 개선한 개량신약인 ‘HU007’(나노복합점안제) 등 기존의 강점 분야에 집중한 연구개발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리팍 온콜로지와 방광암 신약 공동개발, 국내 바이오 기업 지놈앤컴퍼니와 마이크로바이옴 활용 진단 및 치료 솔루션 공동개발 등 오픈 이노베이션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휴온스의 오픈 이노베이션 추진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당뇨 의료기기를 들 수 있다. 휴온스는 미국 덱스콤의 연속혈당측정기기인 ‘G6’를 국내 단독 공급하고 있다. 2020년 3월 국내 허가를 취득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패치형 인슐린 주입기기인 이오플로우의 이오패치 역시 국내 공급을 맡아 올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1형 당뇨 환자들에게는 혈당 측정과 인슐린 공급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를 고려할 때, 휴온스 공급 제품군이 창출하는 시너지 효과를 통해 타 개별제품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다악화의 함정’ 피하려면

다사다난했던 작년을 지나 2021년에도 휴온스 실적은 안정적인 성장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둔화되었던 전문의약품 부문 성장은 병원 방문 정상화와 2020년 하반기부터 재개된 주사제 미국 수출 지속에 힘입어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갱년기 보조식품의 인기로 초기 인지도를 확보한 건기식 매출은 올해에도 남성 전립선 개선용 식품 소재 승인 등 신제품 출시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나노복합점안제 국내 허가와 의료기기 이오패치의 국내 출시 효과도 기대된다.


여러 번의 위기를 극복해 온 휴온스그룹 앞에 새로운 도전 역시 존재한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음에도 국내외 코로나19 영향은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계열사 간 내부 거래 비중 이슈 역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투자업계의 구루인 피터 린치는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사업다각화와 확장을 위해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사업다악화(diworsification)’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온스는 지금까지의 투자와 인수합병이 단순한 확장이 아닌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점을 성과로 입증해 왔다. 향후 사업방향 또한 미래 성과로 이어진 것이 확인될 때 휴온스 실적의 추가 도약과 시장의 재평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명실상부한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휴온스의 향후 사업에 주목이 필요한 이유다.
[기업 대해부] 휴온스, 중견 제약사의 덫을 넘어

[기업 대해부] 휴온스, 중견 제약사의 덫을 넘어
정준영
서울대 농경제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2018년 삼성증권에서 애널리스트 생활을 시작했다. 현재 삼성증권에서 의료기기 및 헬스케어 애널리스트로 재직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