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가상세계서 시뮬레이션
실제 작업하지 않고 결과 도출
AI·IoT로 데이터 처리 능력 강화

MS '애저 디지털 트윈' 공개
공장에 최적의 생산환경 제공
IBM '왓슨 IoT 플랫폼'
기업에 데이터 모델링 지원
MS와 두산중공업이 시범 개발한 ‘풍력발전 디지털 트윈 솔루션’.

MS와 두산중공업이 시범 개발한 ‘풍력발전 디지털 트윈 솔루션’.

제임스 카메론의 공상과학(SF) 영화 ‘아바타’에선 상이군인 주인공이 등장한다. 전직 미국 해병대 출신이지만 전쟁통에 다리를 다쳐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지구와 닮은 행성 판도라에서 아바타(분신)를 얻은 그는 신체 연결이 성공하자 ‘새 몸’으로 땅을 박차고 달린다. 자유를 얻은 주인공은 밀림 속 커다란 나무를 누비며 모험을 떠난다.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핵심 요소로 주목받는 ‘디지털 트윈’은 영화 아바타의 장면을 빼닮은 개념으로 평가받는다. 가상세계에 나와 꼭 닮은 쌍둥이를 형성하고, 현실과 동일한 환경에서 실제론 할 수 없는 작업을 이리저리 시험해본다. 진짜 현실과 비슷한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모델링(modeling)과 형상화 충실도(characterization fidelity)만 완벽하다면, 마치 거울 쌍과 같은 시뮬레이션도 거뜬하다.
디지털 트윈, AI·IoT로 ‘변곡점’
디지털 트윈 개념을 처음 제안한 것은 마이클 그리브스 미국 미시간대 교수다. 제품공정 관리 연구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찾다가 2002년 구상한 내용이다. 그는 “디지털 트윈과 물리적 트윈 사이의 상호 작용을 구축해 이를 통한 지능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당시에도 개념 자체는 획기적이란 평가가 오갔지만 구현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를 뒷받침할 하드웨어가 없기 때문이었다. 제품공정 시설을 가상환경에 구현하려면 방대한 데이터 저장과 처리 장치가 필수다. 성능이 저조한 2000년대 컴퓨터로는 제조업 일부의 소극적 도입만이 가능할 뿐이었다.

최근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클라우드 기술이 자리잡으며 상황이 달라졌다.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센서들과 이를 연결하고 학습까지 해내는 AI가 혁신의 수단이 됐다. 2016년 미국 제조업체 제너럴일렉트릭(GE)이 클라우드 기반 IoT 플랫폼 ‘프레딕스(Predix)’를 발표하며 시장에 불을 붙였다. 프레딕스는 기계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한다. 또 이를 IoT 연결을 통해 가상 모니터링 서비스를 지원한다.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는 최초의 사례로 손꼽힌다. 이를 기폭제로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들의 경쟁도 뜨거워졌다.
MS·IBM 등 글로벌 업체들 격돌
‘왓슨 IoT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 모델링 지원하는 IBM.

‘왓슨 IoT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 모델링 지원하는 IBM.

최근 디지털 트윈 분야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마이크로소프트(MS)다. MS는 물리적 환경을 쌍둥이처럼 구현하는 ‘애저 디지털 트윈(Azure Digital Twins)’을 지난 4일 공개했다.

애저 디지털 트윈은 설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추적하고 데이터를 수집한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연결해 발생 가능한 사건을 예측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기업으로서는 최적의 생산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 적용 범위는 공장, 에너지 설비, 철도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국내 대기업과의 접점도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두산중공업과 MS, 벤틀리시스템즈는 풍력 발전에서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시범 개발했다. 가상 공간에 실제와 똑같은 풍력기기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약 3개월 만에 제주 탐라 지역 해상 데이터를 모두 모아 구축이 완료됐다. AI 기술이 결합돼 기기의 문제 발생 부위를 예측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이제나 MS IoT&MR 아시아 기술 총괄 부문장은 “지금까지 디지털 트윈의 접목 시도가 제조와 스마트 빌딩에 집중됐다면 앞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에너지 설비”라며 “한국은 제조 기업들의 IoT 활성화 정도가 높아 다양한 기술 트레이닝이나 시범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IBM은 ‘왓슨 IoT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트윈 구현의 근간이 되는 데이터 모델링을 지원하고 있다. ‘장치 트윈’과 ‘자산 트윈’을 사용해 모델링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자사의 노하우를 플랫폼 형태로 꾸려 고객사에 솔루션 형태로 제공하기도 한다.

기반 특허는 IBM만의 무기다. IBM은 지난해 AI, 클라우드 등 디지털 트윈 유관 분야에서 9130개의 특허를 취득했다. 이 중 시뮬레이션의 핵심이 되는 AI 기술 특허만 2300개가 넘는다. 본사 차원에서 2억달러(약 2248억원)를 독일 뮌헨의 ‘왓슨 IoT 글로벌 본부’에 직접 투자해 글로벌 고객사와의 접점을 늘리기도 했다.

유럽 최대 엔지니어링업체 지멘스, 글로벌 비즈니스 솔루션기업 SAP도 시장 확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각각 ‘마인드스피어’, ‘SAP Leonardo IoT’등 자사 서비스를 통해 주로 제조와 자산 관리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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