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원소 발견 69년만에 기본 속성 '결합거리' 처음 측정
악티늄족 원소 이해 문 열고 새 인공원소 창출 디딤돌 성과
수폭 낙진서 발견한 원자번호 99번 아인슈타이늄 한꺼풀 벗겨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원자번호 99번 '아인슈타이늄'(Es)은 1952년 첫 수소폭탄의 낙진에서 처음 발견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LN·버클리 랩)에서 찾아낸 이 인공 원소에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박사의 이름을 따 원자명을 붙였지만, 이후 시료 확보가 아주 어렵고 반감기도 짧아 이렇다 할 실험이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버클리 랩과 과학 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핵공학과 조교수 레베카 아베르겔 박사 등이 참여한 과학자들이 233ng(나노그램·1ng=10분의 1g)이 안 되는 시료를 확보해 원자핵 간 거리를 나타내는 '결합거리'(bond distance)를 처음으로 밝혀내는 성과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결합거리는 원자가 다른 원자 및 분자와 상호작용을 하는 기본 속성이지만 70년 가까이 지나서야 규명됐다.
이는 아인슈타이늄을 표적으로 한 새로운 인공원소의 창출은 물론 원소주기율표 가장 아래 있는 악티늄족 원소(89~103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문을 여는 결과로 지적됐다.
버클리 랩의 중원소화학단을 이끄는 아베르겔 박사는 "아인슈타이늄에 관해서는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면서 "아인슈타이늄의 화학적 특성에 관해 더 잘 이해할수록 아인슈타이늄뿐만 아니라 악티늄족 원소와 관련된 신물질이나 신기술 개발에 더 잘 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아인슈타이늄이 처음 발견됐을 때는 없었던 버클리 랩의 나노과학 시설인 '몰레큘러 파운드리'와 '스탠퍼드 싱크로트론 방사 광원연구소'(SSRL)에서 형광분광 및 X선흡수 분광실험을 진행했다.
가장 큰 난제였던 아인슈타이늄 시료는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연구용원자로 HFIR에서 어렵게 구했다. HFIR은 아인슈타이늄을 생성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으로, 원자번호 96번인 퀴륨(Cm) 표적에 중성자를 대량 충돌시켜 긴 핵 연쇄반응을 촉발해 아인슈타이늄을 만든다.

수폭 낙진서 발견한 원자번호 99번 아인슈타이늄 한꺼풀 벗겨

하지만 이런 과정은 원자력 발전 등에 이용되는 상업적으로 중요한 원소인 캘리포늄(Cf)을 만들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아인슈타이늄은 부산물로 소량만 나왔다. 원자번호 98번으로 비슷한 캘리포늄에서 순수 아인슈타이늄을 분리하다보니 극소량만 확보됐다.
연구팀이 확보한 아인슈타이늄은 233ng로 소금 한 알갱이의 300분의 1밖에 안 되는 무게로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적은 양이다. 그나마 1960년대에는 10ng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은 양이다.
아인슈타이늄 동위 원소 중 비교적 안정적이어서 실험에 이용한 아인슈타이늄-254의 반감기가 276일이었다.
연구팀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 현상으로 확산하기 전에 많은 실험을 진행하기는 했으나 중간에 실험실이 봉쇄됐으며 나중에 실험실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시료 대부분이 사라져 연구를 완성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연구팀은 이전 실험을 통해 아인슈타이늄의 결합거리를 측정하는 성과를 거뒀으며, 아인슈타이늄이 X선 흡수 분광에서 적색 편이를 보여 청색 편이를 보이는 악티늄족의 다른 원소와 물리화학적 성질에서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도 확인했다.
수폭 낙진서 발견한 원자번호 99번 아인슈타이늄 한꺼풀 벗겨

아베르겔 박사는 "결합거리를 특정했다는 것이 흥미롭게 들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는 하나의 원자가 다른 원자나 분자와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알고자 할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베르켈륨 표적을 이용해 새로운 원소인 테네신을 발견한 것처럼 아인슈타이늄을 표적으로 이용할만큼 충분한 시료를 확보한다면 새로운 원소를 찾아내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안정의 섬'에 근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정의 섬은 초(超) 중원소의 반감기가 지금처럼 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 이하가 아니라 수분에서 수일에 달해 안정적일 것으로 물리학자들이 예측해온 원소를 지칭한다.
eomns@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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