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고령층에 대한 효과 논란을 낳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 백신이 국내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식 허가에 앞서 이뤄진 검증자문단이 내놓은 공식 의견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화이자 백신과 함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정부 계획대로 이달 시작될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5세 이상도 접종"
식약처는 검증자문단 회의 결과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 측면에서 만 65세 이상 고령자와 성인군(18~64세)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결론지었다고 1일 발표했다. 최근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백신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일부 유럽 국가 판단과는 다른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허가한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3개국 가운데 독일은 만 65세 이하, 이탈리아는 55세로 접종 연령을 제한하고 있다. 고령층에 대한 임상시험 정보가 적고 예방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식약처 검증자문단은 “참여 대상자 중 고령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고령자에 대한 투여를 배제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검증자문단은 영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진행한 네 건의 임상시험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예방률은 62%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예방효과(50%)는 넘어서는 수치지만, 90%를 웃도는 화이자와 모더나 등의 백신 예방률보다는 낮다.

검증자문단은 만 65세 이상을 포함한 전체 대상자에서 예방 효과가 확인된 점, 백신 투여 후 면역반응이 성인과 비슷한 점, 연령별 백신의 효과 차이가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65세 이상에게도 투여를 권고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백신 효과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인 혈청전환율에서 성인군과 고령층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아서다.

혈청전환율은 백신 투여 이전보다 이후에 항체의 양이 네 배 이상 증가한 사람의 비율로, 백신 효과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안전성 평가에서도 성인군과 고령층 사이에서 나타나는 이상반응 비율 등에 큰 차이가 없었다.

검증자문단의 이 같은 판단으로 국내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층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와 최종점검위원회를 거쳐 다음주 식약처가 최종 허가 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김상봉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연령 제한 없이 18세 이상 조건부 허가를 권고한 의견이 검증자문단의 다수 의견이었다”고 했다.

정부가 코로나 백신 공급 다국가연합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이달 중순 들여오는 화이자 백신은 약 6만 명분(11만7000도스)이다. 코백스를 통해 도입하는 백신은 화이자 백신을 포함해 총 1000만 명분이다. 정부가 개별 계약을 통해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전체 계약 물량 1000만 명분 가운데 75만 명분(150만 도스)이 이달 말까지 들어온다. 정부는 코로나19 치료 의료진, 요양시설 및 병원 입원자와 종사자, 고위험의료기관 종사자 등 130만 명에 대한 접종을 다음달까지 마칠 계획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화이자 백신의 첫 접종 대상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접종 범위가 어느 정도 결정돼야 1분기에 들어올 백신의 접종 대상자를 배분할 수 있다”고 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