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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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포, 비보, 리얼미 등 중국 부부가오(步步高·BBK)그룹 산하 3개 스마트폰회사의 연간 출하량이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무역제재로 삼성전자, 애플과 ‘3강’을 이루던 화웨이의 기세가 꺾였지만 다른 중국 업체들이 빈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삼성전자, 애플을 빠르게 추격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사진=오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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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포 비보 리얼미 모두 BBK그룹 '형제’

31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2억5570만 대를 출하해 점유율 19%로 1위를 차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1년 전보다 출하량이 14% 줄었다.

애플이 2억110만 대(점유율 15%)로 2위를 차지했고 화웨이가 1억8770만 대(14%)로 3위였다. 아이폰12를 앞세운 애플의 출하량이 전년 대비 3% 늘어난 반면 화웨이는 코로나19와 미국 무역제재의 영향으로 21% 감소했다. 작년 4분기만 놓고 보면 6위까지 밀려났다. 작년 11월 저가형 제품 브랜드인 아너를 매각하면서 올해는 점유율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화웨이의 빈자리를 차지한 것은 다른 중국 제조업체들이다. 샤오미가 연간 1억4580만 대(점유율 11%)로 4위에 안착했다. 오포와 비보 역시 1억 대를 넘기며 점유율을 늘렸다. 리얼미는 4240만 대로 7위를 차지했는데 10위 내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6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오포와 비보, 리얼미는 BBK그룹 산하 ‘형제 기업’이다. 세 회사의 작년 출하량을 합치면 2억6270만 대로 삼성전자를 앞선다. 인도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는 원플러스도 BBK그룹에 속해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인도에서만 2000만 대 이상의 제품을 팔았다. BBK그룹이 삼성전자와 애플을 제치고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된 셈이다.

롤러블폰 등 신기술 과시하는 中 업체들

그동안 중국 업체들은 중저가 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해왔다. 프리미엄 시장에선 애플과 삼성전자, 중국 업체 가운데선 화웨이 정도가 경쟁 구도를 이뤄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업체의 기술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신기술을 과감하게 채용하기도 한다.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기능과 화면 아래 전면 카메라를 배치한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 등은 중국 업체들이 먼저 선보였다. 오포는 작년 11월 기술 발표회에서 롤러블폰 콘셉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LG전자도 올해 IT·가전 전시회 CES 2021에서 롤러블폰 영상을 공개했지만 스마트폰사업 전면 재검토를 공표하면서 제품 출시가 불명확한 상황이다. 오포와 비보, 샤오미 등은 올해 폴더블(접는) 스마트폰을 출시할 전망이다. 스마트폰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라며 “지금 상위 업체들은 수십 개 업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회사인 만큼 저가폰업체라고 치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1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힘겨운 경쟁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1과 보급형 폴더블폰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고 중저가 5세대(5G) 이동통신용 스마트폰 등으로 점유율을 늘린다는 목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