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리듬 조절하는 시계유전자
당뇨·비만 등 대사질환에 관여
암 발생에 대해서는 의견 갈려

노벨화학상 수상 아지즈 산자르
"암·생체리듬 직접적 관계없다"
올빼미족, 암 발생 확률 높아진다고?

코로나19 대유행의 장기화로 ‘올빼미족’이 늘고 있다. 많은 과학자가 생체리듬이 무너지면 여러 질환에 걸리기 쉽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공통된 근거는 포유류에게 존재하는 ‘시계 유전자’다. 시계 유전자는 일주기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통칭하는 말로, 1980년대 초파리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당시 초파리를 연구하던 제프리 홀 미국 브랜다이스대 명예교수와 마이클 로스바시 브랜다이스대 교수는 밤에는 축적되고 낮에는 분해되는 PER이라는 단백질을 찾아냈다. 시간에 따라 단백질량이 달라지는 데 흥미를 느낀 두 과학자는 연구 중 PER 단백질이 쌓이고 사라지는 주기가 24시간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은 PER 단백질이 세포핵으로 들어가 낮에 활동하는 데 필요한 여러 유전자를 발현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결국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마이클 영 미국 록펠러대 교수였다. 영 교수는 1994년 TIM이라는 단백질이 PER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핵으로 이동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PER 단백질을 중심으로 한 생체시계 메커니즘이 하나둘 밝혀졌다. 우리의 유전자가 24시간 주기의 생체리듬을 관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다. 시계 유전자의 존재를 알린 세 명의 과학자는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시계 유전자가 당뇨나 비만 등 대사질환에 관여한다는 데는 대다수 과학자가 동의하지만, 암 발생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일부 과학자는 시계 유전자가 암 발생의 원인인 DNA 돌연변이를 막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김재경 KAIST 교수팀은 2016년 암 발생을 막는 p53 단백질량이 24시간 주기로 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팀은 미분방정식을 이용한 수학 모델을 통해 p53이 ‘시계 단백질’인 PER2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PER2는 p53을 세포핵 안으로 이동시켜 세포의 이상증식을 막는다.

암 환자의 데이터를 토대로 생체 리듬과 암 발생의 연관성을 입증한 연구도 있다. 2017년 닐 카포라소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박사팀은 미국 11개 주에 거주하는 400여 명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기상 시간과 일출 시간의 차이가 클수록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경도가 서쪽으로 5도씩 움직이면 일출 시간이 20분가량 늦어진다.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지만, 동쪽에 있는 보스턴주와 서쪽의 오하이오주는 일출 시간이 최대 1시간가량 차이 난다. 카포라소 박사는 “햇빛은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가장 중요한 외부 요인”이라며 “활동을 시작하는 시간과 일출 시간의 차이가 커지면 생체리듬이 망가진다”고 말했다. 실제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서쪽 끝에 거주하는 주민은 동쪽에 비해 전립선암은 4%,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발병률은 최대 13% 높았다.

반면 시계 유전자와 암 발생 간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지즈 산자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진은 시계 유전자가 암 발생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아니라는 연구 결과를 지난 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산자르 교수는 2015년 DNA 수선기작으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과학자다. 교수는 시계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망가뜨린 쥐 실험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연구진은 시계 유전자를 제거한 쥐에게서도 p53 돌연변이가 억제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쥐의 생체리듬이 망가지자 암 발생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일부 시계 유전자는 양이 늘어났지만, 또 다른 시계 유전자는 양이 오히려 줄어드는 등 일관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산자르 교수는 “현재로서는 시계 유전자가 망가지는 것이 암 발생과 연관이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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