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랩셀의 미국 관계사 아티바 테라퓨틱스가 2조원에 달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자연살해(NK)’ 플랫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CAR-NK 플랫폼에 대한 대규모 기술 이전은 지난해 존슨앤드존슨과 페이트 테라퓨틱스의 계약에 이어 두 번째다.

GC녹십자랩셀은 아티바가 미국 MSD와 CAR-NK 플랫폼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아티바의 동종 CAR-NK 세포치료제 플랫폼 기술을 이용해, 최대 3가지의 고형암을 대상으로 하는 CAR-NK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내용의 계약이다. 임상 개발 및 상업화는 MSD가 맡는다.

아티바는 2019년 GC녹십자그룹의 지주회사인 GC(녹십자홀딩스)와 GC녹십자랩셀이 NK세포 치료제의 개발과 상업화를 위해 미국 샌디에이고에 설립한 개발전문기업(NRDO)이다. GC녹십자랩셀로부터 NK세포치료제 후보물질(파이프라인) 등 CAR-NK 플랫폼 기술을 이전받아 미국 현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6월에는 78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시리즈A에는 '5AM'을 필두로 'venBIO', 'RA Capital' 등 미국 바이오 분야의 선두 벤처캐피탈이 참여했다.

작년 9월말 기준 GC와 GC녹십자랩셀은 각각 아티바 지분 29.9%, 32.4%를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는 아티바가 미국에서 추가 자금조달하면서, 각각 20% 초반, 10.2%를 갖고 있다.

두 번째 조 단위 NK세포치료제 플랫폼 기술수출

최근 CAR-NK치료제가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다. GC녹십자랩셀·아티바의 기술수출은 ‘조’ 단위의 NK세포치료제 플랫폼을 이전한 두 번째 사례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빅파마들의 NK세포 치료제 기술 거래는 2019년 10건 내외에서 지난해 20건 이상으로 크게 늘었고, 전체 기술 거래 금액 또한 60억2000만 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며 “최근 빅파마가 대규모 금액으로 동종 NK플랫폼을 도입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GC녹십자랩셀·아티바와 MSD의 전체 계약 규모는 18억6600만 달러로, 약 2조900억원에 달한다. 아티바는 우선 2개 물질을 개발하는 데 대한 계약금으로 3000만 달러를 받는다. 개발과 허가 등에 따른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는 최대 18억3600만 달러다. 상업화 매출에 따른 경상기술료(로열티)는 별도로 지급받는다.

GC녹십자랩셀은 아티바와 관련 수익을 5대 5로 배분한다. GC녹십자랩셀는 회사로 직접 유입되는 금액은 총 9억8175만 달러라고 설명했다.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1500만 달러, 마일스톤은 9억6675만 달러다. 로열티는 별도로 배분할 계획이다.

지난해 4월 미국 존슨앤드존슨의 계열사 얀센바이오테크가 페이트 테라퓨틱스와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의 규모는 31억 달러(3조3000억원)였다. 얀센과 페이트 테라퓨틱스는 유도 만능줄기세포(iPSC)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최대 4개의 암종을 대상으로 하는 CAR-NK 및 CAR-T세포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개발한다.

계약금 1억 달러 중 5000만 달러는 현금으로 지급되고, 나머지 5000만 달러는 존슨앤드존슨이 주당 31달러에 페이트 테라퓨틱스의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페이트 테라퓨틱스는 마일스톤으로 최대 18억 달러를 받고, 매출 목표 도달 시에는 최대 12억 달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이와 별도로 10% 이상의 로열티도 지급받기로 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GC녹십자랩셀·아티바의 계약은 3가지 암종 치료제 개발을 위한 플랫폼 기술을 사용하는 내용으로, 계약 규모 측면에서 페이트와 비교했을 때 크게 열등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허혜민 연구원은 “이번 계약의 한 개의 암종당 금액은 6억1200만 달러(약 7000억원)”라며 “다른 계약에서 임상 초기 단계의 타겟당 거래 규모가 3억3000만~7억5000만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거래 규모는 높은 편에 속한다”고 했다.

“GC녹십자랩셀, 아티바 지분 가치 부각”

업계에서는 이번 대규모 기술이전으로 GC녹십자랩셀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종가 기준 GC녹십자랩셀의 시가총액은 1조2666억원이다.

앞서 NK플랫폼을 기술 이전한 페이트 테라퓨틱스의 현재 시가총액은 81억 달러(약 9조원)다. 기술이전 성사 전 16억 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기술이전 성공과 긍정적인 초기 임상 데이터 발표 등으로 플랫폼 가치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GC녹십자랩셀·아티바, 초대형 기술수출…페이트와 비교해보니
다국적 제약사와 플랫폼 기술이전 거래가 없는 난트퀘스트의 시가총액도 22억 달러(약 2조45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7월 초 나스닥에 신규 상장한 NK세포 치료제 바이오텍 엔카르타 테라퓨틱스는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 수준이다.

허혜민 연구원은 “이번 계약으로 GC녹십자랩셀은 다국적 제약사에 대규모 기술이전 레퍼런스를 보유해 페이트 테라퓨틱스와 경쟁 가능한 유일한 업체가 됐다”며 “동종 기업 대비 저평가되고 있어 재평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아티바의 나스닥 상장도 기대된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GC녹십자랩셀은 아티바의 지분 10%를 갖고 있어, 후보물질의 권리 외에 지분 가치도 부각될 수 있다”고 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