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머리카락의 1000분의 1보다 작은 공간에 영원히 가둘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초소형 반도체 레이저 등 고집적형 광소자가 적용되는 다양한 산업 영역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GIST(광주과학기술원)는 기철식 고등광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 연구팀이 빛을 영원히 가두는 연속준위속박상태를 갖는 얇은 평면형 메타표면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연속준위속박상태는 전자가 공간적으로 갇힌 양자역학적 상태다. 메타표면은 자연계 물질에는 없는 광학적 특성을 지녀 최근 전통적인 광학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반도체 레이저나 광필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매우 작은 구조 안에 빛 에너지를 최대한 많이 모아야 한다. 연구팀이 제안한 얇은 평면형 메타표면은 나노 수준의 미세한 구조 속에 빛을 이론적으로 무한정 가둘 수 있다. 기존의 여러 연구와는 달리 현재의 나노 기술로 제작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연구진은 특정 주파수 성분을 조작한 메타표면이 연속준위속박상태 형성에 더 유리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기 수석연구원은 “이 기술을 활용하면 레이저의 성능을 높이고, 광필터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며 “나노레이저, 고감도 광센서 개발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필터를 활용하는 양자암호통신기술 고도화에도 이 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GIST 연구원(GRI)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는 지난 4일 국제 저명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