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65]

한 명 확진에 도시 '발칵'…도시 봉쇄령에 '전쟁터'된 마트
차편 끊겨 20km 걸어서 귀가…식자재 없어 '70만원' 관상어 요리
확진자 한 명 나왔는데 도시 봉쇄…중국의 극단적 방역정책[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랑팡(廊坊)시를 봉쇄합니다. 차량과 사람은 출입통제하고, 육·해·공 모든 교통 수단은 최고 수위의 통제 정책이 적용됩니다."
허베이성 정부는 지난 12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방역 조치를 시민들에게 발표했습니다. 성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고위험 지역의 마을과 아파트 단지는 엄격한 수준의 통제가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11일 랑팡시 구안현에서는 확진자 1명이 발생했습니다.

랑팡시는 베이징과 톈진 사이에 있는 인구 490만명이 거주하는 도시입니다. 부산(지난달 기준 339만명)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확진자 1명에 한국의 광역시급 이상 도시 전체를 봉쇄하기로 한 것입니다.

당국이 도시를 봉쇄한 것은 최근 이 랑팡시가 속한 허베이성에서 지역감염자가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기준 허베이성에서는 9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최근 확산세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허베이성 정부는 지난 12일 랑팡시를 포함해 7일 스자좡(石家莊)시, 8일 싱타이(邢台)시에 대해서도 전격 봉쇄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봉쇄 조치가 시행되는 세 도시 인구는 무려 2200만명.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 우한시 인구가 900만명인 것과 비교하면 두배 이상의 규모입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앞으로 7일 동안 집안에만 머물러야 하며, 모두 핵산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허베이성 정부는 최근 랑팡, 싱타이, 스좌장시를 전격 봉쇄했다. 사진=웨이보

허베이성 정부는 최근 랑팡, 싱타이, 스좌장시를 전격 봉쇄했다. 사진=웨이보

한 명 확진에 도시 '발칵'…도시 봉쇄령에 '전쟁터'된 마트
이같은 지침이 내려오자 랑팡시 시민들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지난해 우한 확산 사태와 같은 봉쇄가 진행된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부랴부랴 마트로 달려갔습니다. 밀려드는 인파에 마트 진입로부터 심각한 교통체증이 발생했고, 입구에는 밀려드는 인파로 긴 줄이 형성됐습니다. 당연히 마트 내 야채와 고기, 계란, 우유 등 식품코너는 순식간에 동이 났는데요, 일부 누리꾼들은 중국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전쟁같은' 모습을 촬영해 올리기도 했습니다.
허베이성은 풀어놓은 계란알처럼 베이징 전역을 둘러싼 모양으로 위치해 있다. 사진=웨이보

허베이성은 풀어놓은 계란알처럼 베이징 전역을 둘러싼 모양으로 위치해 있다. 사진=웨이보

지난 15일 중국의 한 누리꾼은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지도 한 장을 게시하면서 "내가 있는 곳이 보라색, 텐진시 경계는 파란색, 랑팡시 경계선은 붉은색"이라며 "랑팡시(초록색)에서는 한 명을 제외하고는 전원이 음성인데 왜 봉쇄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당국의 봉쇄 기준이 궁금하다. 리더가 무서워하면 이렇게 봉쇄할 수 있는 거냐"고 비판했습니다.

누리꾼이 위치한 곳으로 추정되는 산허시와는 최근 확진자가 발생한 랑팡시 구안현과의 거리는 약 130km에 달합니다. 베이징에서 톈진, 한국으로 치면 서울에서 대전까지의 거리에 해당합니다. 북쪽인 순이구(검정색)는 이미 지난달부터 전시 상태에 돌입했고, 남쪽으로는 랑팡시와 스자좡, 싱타이시가 봉쇄, 베이징을 둘러싼 허베이성 역시 전시상태가 선포돼 그야말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당국이 사실상 베이징을 둘러싼 거의 모든 지역에 대해 전격 봉쇄하고 전 주민 핵산검사를 하는 등 초유의 통제 정책을 내리자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됩니다.
스좌장 봉쇄 정책에 대학생들이 귀가를 못하고 있다. 사진=웨이보

스좌장 봉쇄 정책에 대학생들이 귀가를 못하고 있다. 사진=웨이보

20km 걸어서 귀가…식자재 없어 '70만원' 관상어 요리
봉쇄령이 시행된 스좌장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겨울 방학이 시작된 스좌장 지역의 대학생들은 당국이 도로를 봉쇄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처지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여러 명의 대학생들이 밤늦은 시간까지 거리를 정처 없이 헤매는 영상이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타지에서 스좌장으로 귀향하는 한 대학생은 가까스로 스좌장에 도착했지만, 교통수단이 모두 막혀 캐리어를 끌며 집까지 5시간 동안 20㎞를 걸어가기도 했습니다. 이 학생의 캐리어는 결국 바퀴가 빠졌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일부 학생은 다른 도시에서 스자좡으로 돌아오는 것을 포기하고 호텔이나 친구 집에 머물기도 했습니다.
스좌장에서 식자재가 떨어지자 한 시민은 4000위안(약 67만원)짜리 관상어를 요리해 먹기도 했다. 사진=웨이보

스좌장에서 식자재가 떨어지자 한 시민은 4000위안(약 67만원)짜리 관상어를 요리해 먹기도 했다. 사진=웨이보

미처 식자재 구입을 못한 한 시민은 기르던 4000위안(약 68만원)짜리 관상어를 잡아먹기도 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15일 왕이신문 등 현지 언론들은 스자좡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에 봉쇄령이 내려지자 한 주민이 고민 끝에 거실에 있던 관상어를 요리해 먹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이 주민은 집 안에 보유한 식량이 떨어지자 "단백질이 먹고싶다"며 40cm에 이르는 관상어를 요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대학 졸업생들의 평균 월급 수준의 비싼 어종을 먹었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낙후된 농촌의 봉쇄 대신 마을 전체를 강제 퇴거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11일 중국 스자좡 가오청구 정춘전 12개 마을 2만명 주민 전체가 집중 격리 지역으로 대거 이송됐습니다. 지역 전체를 완벽하게 비우고 강력한 소독과 방역을 실시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중국 허베이성 옌자오의 한 마트에서 식자재가 동이 났다. 사진=현지 제보

중국 허베이성 옌자오의 한 마트에서 식자재가 동이 났다. 사진=현지 제보

中권위주의적 통제모델 VS 韓 시민 참여형 모델…승자는?
이처럼 최근 중국 당국이 유례없는 통제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수도 베이징과 가장 근접해 있는 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심장부인 베이징이 뚫리면 정치·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베이징시는 오는 2월 춘제와 3월 초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있습니다.

춘제 전까지 각 지역의 코로나19 확산을 잡지 못하면 당국이 공언한 3월 양회 개최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당국은 긴장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시 역시 시민들에게 이동 자제령을 내리고 방역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다른 도시에서 베이징으로 입경하려면 무려 3주가 지나야 가능합니다. 해외에서 중국으로 입국한 경우에는 2주간 지정 호텔에서, 나머지 2주는 자택에서 자가 격리를 해야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연증(코로나19) 확산이 늘어나면서 중국 당국이 봉쇄령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사진=신징바오 웨이보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연증(코로나19) 확산이 늘어나면서 중국 당국이 봉쇄령을 잇따라 내리고 있다. 사진=신징바오 웨이보 캡처

왕둥펑 허베이 당서기는 최근 전염병 확산 방지를 강조하면서 "수도 정치를 보호하는 '해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자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성 둘레를 파서 만든 못을 의미합니다. 수도 베이징을 수성하고자 하는 관리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단 한 명만 확진자가 발생해도 해당 주민 전체에 대해 핵산 검사를 실시하고 강제 봉쇄하는 중국식 방역 모델을 두고 세계의 시각은 엇갈립니다. 중국의 전체주의와 한국 민주주의 방식 중 어느 체제가 확산에 효과적이냐는 논쟁입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C-방역'과 시민간 신뢰와 협업, 자율성에 호소하는 'K-방역' 방식 가운데 어떤 방식이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