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현실 기술로 만든 가상세계
코로나로 메타버스서 아바타 통해
비대면 소통하는 사람들 늘어
XR로 생산성 향상 시도 이어져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 자사 개발자 행사에서 던진 화두다. 메타버스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확장현실(XR) 기술로 구현한 가상세계를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를 통해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고, XR을 토대로 산업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황 CEO는 “메타버스는 인터넷 뒤를 잇는 가상현실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PWC컨설팅은 XR의 글로벌 경제 파급 효과가 2025년 4764억달러(약 5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XR 산업에서 국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말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을 발표했다. 산업 현장에 XR 활용을 전면화하고,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려 2025년까지 XR 경제 효과 3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XR은 제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열쇠로 꼽히고 있다. AR·VR을 통해 설계와 제작에 드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화학·자동차·조선해양 등 국내 3개 제조업 분야에 가상공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버추얼 조 선소’ 등의 가상 공장을 세우면 여러 사람이 가상 환경에서 협업해 제품을 설계하고 품질을 검증할 수 있다. VR을 활용한 정신장애 치료 등 의료산업을 비롯해 건설·유통·국방·교육에도 XR을 접목한다. AR을 기반으로 물품정보를 실시간으로 시각화해 대형 물류센터를 운영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대표적이다.
산업 혁신을 뒷받침할 XR 기술력 강화에도 정책 자금을 투입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애플·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이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AR 글래스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이 생활용 100g, 산업형 200g 미만으로 가볍고 넓은 시야각과 저지연 재생이 가능한 AR 글래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AR 글래스를 통한 정보 제공에 필수적인 3차원(3D) 공간정보 구축도 추진한다. 내년까지 전국 3D 지도, 정밀도로지도, 지하공간통합지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기술 혁신을 주도할 양질의 XR 전문기업 수를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다. 2025년까지 매출 50억원 이상 XR 전문기업 150개를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무공간 입주지원 대상 기업 수를 지난해 20개에서 2025년 77개로 확대한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선 ‘마중물’ 격인 ‘XR 펀드’를 4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
석·박사급 XR 인재 확보를 위해 전문 대학원 설립도 추진한다. 내년 첫 번째 대학원 설립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 3개의 ‘XR 스쿨’을 세운다. XR 분야 대학연구센터(ITRC)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 제조·콘텐츠 등 분야별 전문인재 1만 명을 양성한다는 목표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정부는 디지털 뉴딜의 중요한 축으로 경제 전반을 XR로 혁신하는 디지털 대전환을 추진해 2025년 가상융합경제 선도국가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작년에 ‘왕좌’를 내준 화웨이는 올해에는 7위까지 순위가 밀려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안 삼성전자, 화웨이 등 한·중 기업이 주도했던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에서 애플이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의 점유율 순위가 지난해 3위에서 올해 7위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스마트폰 출하량이 4500만 대로 지난해(1억4600만 대)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작년 상반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후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화웨이의 부진에는 미국의 제재와 중저가 브랜드 ‘아너’ 매각이 영향을 미쳤다. 화웨이는 작년 9월 미국이 반도체 부품 수출을 금지하면서 스마트폰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자 11월에는 아너 브랜드를 매각하는 초강수로 맞섰다. 아너가 화웨이의 그늘을 벗어나면 제재를 피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화웨이 매출의 20~30%를 차지하는 아너가 떨어져나가면서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반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올해도 1, 2위권을 유지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을 2억6700만 대로 예상해 선두를 지킬 것으로 봤다. 애플은 2억2900만 대로 지난해와 같은 2위를 유지할 전망이다.5G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격변이 예상된다. 애플은 삼성전자, 화웨이 등 경쟁사보다 1년 이상 늦은 작년 10월 첫 5G폰(아이폰12)을 내놨음에도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5G폰 5230만 대(점유율 19.2%)를 출하해 2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4100만 대(15.1%)를 출하해 3위로 밀렸다. 1위는 화웨이(7960만대·29.2%)였다.올해도 애플의 선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SA는 올해 5G 시장에서 애플이 점유율 29.0%를 차지해 1위로 올라설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16.8%로 2위를 유지할 전망이다. 화웨이의 부진과 애플의 5G 시장 진출로 삼성전자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닥뜨린 상황이 됐다. 애플이 중저가 5G폰까지 여럿 내놓는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점유율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폴더블(접는) 스마트폰 등 새 폼팩터(기기 형태)와 다양한 중저가 라인업(제품군)으로 승부수를 던질 계획이다.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비싸지만 대안이 없다.”LG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LG 그램 16’을 써보고 나서 든 생각이다. LG전자는 LG 그램의 2021년형 모델을 출시하면서 기존 14인치, 15.6인치, 17인치에 이어 16인치 모델 LG 그램 16을 새롭게 내놨다.LG 그램은 가벼운 무게를 앞세운 프리미엄 제품이다. LG 그램 16도 마찬가지다. 이 제품의 무게는 1190g이다. 세계 기네스협회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16인치 노트북’임을 인증받았다. 한 손으로 들어도 부담이 없다.가벼움의 비결은 화면 베젤(테두리) 최소화다. LG 그램의 크기는 가로 356㎜, 세로 244㎜로 작년에 출시한 15인치 모델(363×247㎜)보다 작다. 노트북을 펼쳤을 때 베젤이 거의 없어 영상을 볼 때 몰입감이 높았다.다만 작은 진동에도 화면이 쉽게 흔들리는 점은 아쉬웠다. 상당수 노트북의 화면 비율이 16 대 9인 데 비해 LG 그램 16의 화면비는 16 대 10이다. 상대적으로 세로가 길어 웹서핑과 문서 작업에 편리했다. 특히 두 개의 창을 나란히 띄울 때 이 같은 특징이 빛을 발했다. WQXGA(2560×1600) 고해상도 IPS 디스플레이 덕분에 문서 가독성도 높은 편이었다.대화면 노트북답게 확장성도 좋다. 왼쪽에는 HDMI 단자 1개와 USB-C/선더볼트4 단자 2개, 이어폰 단자가 있다. 키보드는 오른쪽 키패드까지 갖춰 문서 작업에 편리했다. 터치패드 역시 광활했다. 기자가 사용한 제품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터치패드 위치에 따라 누르는 느낌이 균일하지 않은 점은 다소 거슬렸다. 인텔의 최신 11세대 중앙처리장치(CPU) ‘타이거레이크’ 덕분에 고성능 게임을 제외한 웬만한 작업은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다.이 제품의 가격은 CPU, 램 등 세부 사양에 LG베스트샵 기준 209만~234만원이다. 싸다고 할 수는 없는 가격이다. 하지만 이 정도 무게에 대화면을 지원하는 노트북을 찾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시스템통합(SI)업체들이 다양한 기술 분야 기업과 손잡고 스마트팩토리 사업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펼쳐질 국내 제조공장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본국 회귀)’에 발맞춰 SI업체들의 준비가 분주해지고 있다. 정부의 스마트팩토리 지원정책도 SI업체 사업 확장의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스마트팩토리 시장의 최고 한 해가 될 것”이라며 “다수의 SI 업체가 급격히 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스마트팩토리 겨냥 공조 봇물LG CNS는 지난달 삼정KPMG와 ‘스마트팩토리 보안 사업 강화 및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양사는 스마트팩토리 보안 컨설팅부터 구축, 운영, 관제 등 다양한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LG CNS는 사업을 주관하고 삼정KPMG는 고객사의 상황을 분석하는 맞춤 컨설팅을 맡는다.LG CNS는 지난달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지원 대상에 스타트업 리코어를 선정했다. 리코어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물류 플랫폼 ‘리웨어’를 개발했다. 리웨어는 고객사 수요에 맞춰 물류 거점을 구축·관리하는 플랫폼으로, LG CNS의 스마트팩토리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CJ올리브네트웍스는 AI 머신비전 개발업체 코그넥스의 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팩토리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AI 머신비전은 특수 광학 장치를 적용한 산업용 카메라로 이미지를 수집해 상품의 불량 여부를 판단하는 기술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미지 기반 바코드 리더기 등 고성능 비전 장비를 공급받고, 장비 안에 들어가는 이미지 데이터 분석, AI 모델링 등 AI 솔루션 분야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는 “자동화 설비, AI 머신비전 분야 등 기술력이 검증된 회사들과 협력해 스마트팩토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효성ITX도 지난달 정보기술(IT)업체 SAP코리아와 손잡고 스마트팩토리 역량 강화에 나섰다. 효성ITX는 2018년 자체 개발한 생산관리 솔루션 ‘익스트림 팩토리’에 SAP의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을 적용해 데이터 기반으로 고객 구매패턴을 분석할 계획이다. 고객의 선호도와 취향을 예측해 특정 제품을 추가 생산하는 등 선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탁정미 효성ITX 상무는 “양사 솔루션을 통합해 디지털 생산환경을 구축하는 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스마트팩토리 분야 전통 강자로 불리는 포스코ICT도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스코ICT는 지난해 10월 안랩과 함께 스마트팩토리 보안 분야 공동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MOU를 맺었다. 포스코ICT는 AI 기반 스마트팩토리 보안 솔루션 ‘포쉴드(Poshield)’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제어명령에 대응한다. 안랩은 ‘운영기술(OT) 전용 보안위협 탐지 센서’ 솔루션으로 산업제어 시스템 내 악성코드와 네트워크 보안 취약점 등을 탐지하고 분석한다. 또한 양사는 제철소, 정유·화학,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의 제조현장과 발전소를 대상으로 한 솔루션 마케팅 분야에서도 협력할 계획이다. 리쇼어링이 키우는 스마트팩토리SI업체들이 스마트팩토리 분야 사업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빠르게 확장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팩토리 시장 규모는 연평균 9.3%가량 성장해 2022년 2054억20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 시장 규모는 2020년 78억3000달러에서 2022년 127억6000만달러로 커진다. 연간 12.2%의 성장률로,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 전망치다.유독 국내 스마트팩토리 시장 성장률이 높은 것은 리쇼어링이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주춤했던 세계화 흐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경이 폐쇄되면서 국가별 리쇼어링 흐름은 가속화되고 있다. 제조업체들의 국내 공장 설립이 더욱 활발해지는 것이다. SI업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엔 스마트팩토리 분야를 선점해야 리쇼어링에 따른 공장 설립 수요를 모두 움켜쥘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런 흐름에 발맞춰 정부도 스마트팩토리 확산을 지원하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소벤처기업부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은 2022년까지 1만8000여 개 중소기업의 스마트팩토리 보급·확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기부 관계자는 “스마트팩토리는 제조기업 생산성을 올리는 핵심 요소”라며 “다양한 지원책을 지속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