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은 리보핵산(RNA) 치료제와 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같은 차세대 세포 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29일 서울 한강로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KBIC)’에 참가한 국내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 기업들은 내년에 예정된 라이선스아웃(기술수출), 임상 진입과 임상 결과 발표 등을 예고하며 시장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정신 올리패스 대표 RNA 치료제 전문 기업인 올리패스는 내년 3~4월 중 비마약성진통제(OLP-1002)의 기술수출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 유튜브를 통해 시청하던 투자자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OLP-1002는 호주에서 관절염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b상을 진행하고 있다. 정신 올리패스 대표는 영국에서 진행한 OLP-1002의 임상 1상 중간 결과를 이날 일부 공개했다. 정 대표는 “환자에게 6㎍(마이크로그램)을 투약했을 때 우수한 진통 효능이 확인됐다”며 “내년 2월 중순께 최종 임상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 CAR-T 치료제 개발 전문기업인 큐로셀은 국내 기업 중에서는 가장 먼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CAR-T 치료제는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가 2017년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CAR-T 치료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CAR-T 치료제 임상을 시작한 곳도 없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면역 T세포를 체외에서 유전자를 조작한 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면역항암제다. 김건수 큐로셀 대표는 “말기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계획(IND)을 지난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며 “승인을 받으면 국내 최초로 CAR-T 치료제 임상을 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동물실험에서 이미 우수한 결과를 확인해 임상에서도 더 좋은 효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항체치료제 전문업체 앱클론도 내년 5~6월께 CAR-T 치료제 ‘AT101’의 국내 임상 1상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재원 앱클론 이사는 “기존 CAR-T 치료제와는 결합 부위가 달라 지금까지 효과를 볼 수 없던 환자에게서도 임상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최대 7600만 명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발표된 것 외에 노바백스 백신 1500만 명분과 화이자 500만 명분을 더 계약하기 위해 제약사들과 협상하고 있다.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9일 “노바백스, 화이자 등과 추가 협상이 끝나면 백신 확보 물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부는 노바백스 백신 1500만 명분을 새롭게 확보하고, 화이자 백신 확보량을 기존 1000만 명분에서 1500만 명분으로 늘리기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 이들 제약사와 백신 공급 계약서에 사인하면 정부가 확보하는 백신 물량은 7600만 명분으로 늘어난다.청와대와 여당에선 그동안 인구수(5183만 명)의 120%에 해당하는 백신 물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혀왔다. 산술 계산하면 6220만 명분이다. 이날까지 확보된 물량은 5600만 명분으로, 인구의 108%가 맞을 수 있는 양이다. 최소 620만 명분의 백신을 추가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 배경이다. 정부가 계획한 7600만 명분 백신을 모두 확보하면 인구 대비 백신 확보율은 147%로 높아진다.노바백스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의약품수탁개발생산(CDMO)을 맡아 상업생산을 위한 준비 절차를 밟고 있다. CDMO는 단순히 제품을 생산하는 의약품수탁생산(CMO)보다 앞선 단계인 개발 과정부터 수탁업체가 참여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물량 확보에 더 유리할 것으로 전망했다.이 백신은 항원합성 유전자 재조합 방식 백신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조각을 합성해 몸속에 넣어주는 방식이다. 유전물질이 아니라 단백질 조각이기 때문에 2~8도에서 상온 보관할 수 있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바이러스 벡터보다 전통적인 백신 개발 방식이다. 그만큼 안전성이 입증됐다는 의미다.노바백스는 28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멕시코 등 115곳에서 3만 명이 참여하는 임상 3상에 들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내년 1분기 영국과 유럽에서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는 게 목표다. 이 백신이 도입되면 한국 정부에서 확보한 백신 플랫폼은 mRNA, 바이러스 벡터 등 두 가지에서 세 가지로 늘어난다.한국에서 물량을 확보한 백신 중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은 임상 3상이 끝나지 않았다. 추가 계약이 유력한 노바백스 백신도 마찬가지다. 아직 실패 가능성이 남아 있다. 정부가 인구보다 많은 양의 백신 확보에 나선 이유다. 내년 2분기부터 최소 두 종류 넘는 백신을 접종하게 되면서 우선접종대상자 선정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봤다.이지현/김형호 기자 bluesky@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는 '2020 대한민국 바이오 투자 콘퍼런스'(KBIC) 둘째날인 29일 마지막 순서로 제약·바이오 분야 투자에 대한 대담이 진행됐다. 조상래 젠큐릭스 대표가 진행을 맡고 이승우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사,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위원, 김재현 미래에셋자산운용 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패널들은 궁금한 점에 대해 서로 질문을 주고받고 온라인으로 시청하는 투자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답했다. Q.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경기가 좋지 않다. 그럼에도 코스피와 코스닥 등 증시 지수가 높다. 어떤 상황인가?김재현 저금리 시대에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코로나19로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정부가 금리를 낮추고 현금을 많이 풀고 있다. 현금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부동산을 포함해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오르고 있다. 황만순 비상장사에도 투자가 몰리는 상황이다. 막연히 긍정적이지는 않다, 비상장사가 높은 가치 평가를 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을지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한다. 2~3년 후 다시 자본 조달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시장이 안 좋다면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Q. 제약·바이오 업종 투자에 있어 좋은 기업을 선택하기 위한 노하우를 소개한다면? 김재현논문이나 임상 자료를 깊게 살펴보지만 임상 초기 단계에서는 평가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럴 경우에는 유럽 및 일본 등의 동향을 살피고 그를 기반으로 예측한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NK세포의 논문이 발행됐는데 관심이 높다면 관련 주식들을 모으는 식이다. 이혜린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경쟁사 상황을 잘 알 수 있어야 한다. 그 회사가 표적할 수 있는 시장을 잘 골랐는지, 상용화 시기에 있어 경쟁사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특히 주가의 상승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의 확장성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기술이전 상대를 잘 고르는지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기술이전에 있어 너무 큰 기업에 집착하지 말고 지속성을 가지고 기업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계약 상대방이면 좋다. 황만순바이오 기업은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경영진의 팀워크가 중요하다. 외부와 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겸손함도 필요하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겸손한 팀워크가 있는 회사’에 주목한다. 이승우우리 회사는 더욱 초기 단계에서 투자하는 경우다. 아이디어가 혁신적이고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면 공격적인 투자를 한다. 플랫폼 기술들을 더 많이 검토하는 경향이 있다. Q.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의 특징은 무엇인가? 앞으로는 어떻게 변화할 것이고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이혜린미국은 의료기기나 진단 등 비중이 고른 데 비해 현재 한국의 바이오기업은 지나치게 신약 개발에 편중돼 있다. 신약 개발은 가장 위헙이 크기 때문에 우려되는 부분이다. 신약개발 비중이 높은 국내 상황에서 저평가된 분야로 눈을 돌리면 좋은 투자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이승우한국의 상장사는 신약개발 회사가 많다. 하지만 미국은 큰 의료기기 기업이 많다. 2015년 한미약품이 기술수출을 하기 전까지 한국의 의료기기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최근 바이오 열풍을 따라 해외 규제 기관에 대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의료기기 분야로 들어온다면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황만순과거에는 신약개발사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몇 년간 신약개발이 주목을 받았고 올해는 코로나19로 진단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이런 주기적 변동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특히 아직 많이 손을 대지 않은 분야 중 치료용 의료기기 분야를 추천하고 싶다. 잘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니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Q. M&A 시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는가?황만순상장 회사 중에 조 단위로 성장한 회사가 많다. 최대주주의 지분이 많다면 작은 기업들을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인수·합병하며 전체가 성장했으면 좋겠다. 초기 회사들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했으면 좋겠다. 기업공개(IPO)를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초기 연구개발에 자신이 있다면 큰 회사에 기업을 팔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또 창업할 수 있다.Q.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제약사와의 인수·합병(M&A) 가능성은?황만순다국적 제약사의 인수 사례 중에는 대상이 파이프라인을 한두 개만 가진 작은 기업인 경우가 많다.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은 M&A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해외에서 M&A가 진행될 때에는 컨설턴트 역할이 중요하다. 아직은 그 역할을 해줄 분들이 없다고 생각한다. Q. 바이오 주식이 가지는 특징은?김재현변동성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오를 때는 남부럽지 않게 오르다가 빠질 때는 심각하게 내려간다. 펀드를 운용하고 마케팅하는 입장에서 높은 변동성은 어려운 요소다. 한두 종목에만 집중투자하지 않고, 바스켓을 구성해서 종목을 여러 개 보유하려 한다. 개인 투자를 할 때도 한 두 종목에 하지 말고 적립식으로 모아가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Q. 최근 코로나19로 진단 회사들이 많이 성장했다. 어떻게 해야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황만순과거 우리나라 진단 기업이 제대로된 유통망에 접근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 코로나19로 좋은 기회를 가졌다. 이번에 확보한 유통망을 놓치지 않고 활용한다면 코로나19 매출이 줄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이혜린올해 국내 진단기업들이 현금을 많이 확보했다. 하지만 이익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앞으로 기술과 상업성을 접목해야 한다. 치료제 개발사와 함께 동반진단 분야에 뛰어들거나 암진단 키트 분야 등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면 기술적으로 진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믿는다.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
하루 만에 국내 코로나19 환자 40명이 숨졌다. 국내 코로나19 유행 이후 가장 많은 수다. 요양병원 집단감염 등이 인명피해를 키웠다. 의료계서는 “정부가 요양병원 감염자를 집단(코호트) 격리해 사망자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2부본부장은 “지난 28일 하루 사망자 규모가 40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크다”며 “방역당국 실무자로서 면목 없고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이날 사망자 중 70%에 해당하는 28명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나이가 많고 다른 합병증 등을 앓고 있는 환자가 몰린 이들 기관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인명피해가 커진 것이다. 사망자 중 75%인 30명이 80세 이상 환자다. 70대 7명(17.5%), 60대 3명(7.5%)이었다. 29일 기준 고농도 산소치료를 받거나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는 위중증 환자도 330명으로 많아 추가 인명피해가 이어질 위험이 높다.올해 2월 이후 국내 요양병원 관련 집단감염 사례는 17건, 감염자는 1451명에 이른다. 이달 들어 요양병원과 요양원에서 사망한 환자는 55명에 이른다. 이달 사망자 333명의 16.5%에 달한다. 이들 시설은 일반병원과 달리 중증환자 치료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 앞서 스웨덴에서도 요양병원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인명피해 규모를 키웠다. 국내외 유행 상황을 통해 위험이 충분히 예견됐지만 정부가 제때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의료진과 입소자 등을 포함해 160명 넘게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부천 효플러스 요양병원 상황은 심각하다. 13일 첫 사망자가 나온 뒤 누적 사망자만 38명에 이른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코호트 격리는 확진자가 발생한 병원이나 시설을 의료진·직원과 함께 폐쇄해 감염의 외부 확산을 줄이는 조치”라며 “이 조치로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상태가 악화하거나 사망하고 있다”고 했다.그는 “정부가 1주일 전부터 코로나19 전담병상에 여유있다고 했지만 최근 2주간 이 병원에서 27명이 사망했다”며 “전담 병상 여유가 있다면 이를 개발해 환자들을 신속하게 이송해야 한다”고 했다.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8일 하루 1046명 늘었다. 서울 동부구치소 확진자가 하루에만 233명 추가됐다. 이곳 누적환자는 762명에 이른다. 동부구치소에서 27일 첫 사망자도 나왔다.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 사건의 주범으로 2003년 구속기소돼 복역 중인 윤창열 씨(전 굿모닝씨티 회장·66)다.이지현/하수정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