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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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중국 모바일게임의 ‘3대 소비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발효해 자국 내 한국산 신규 게임의 유통을 막아놓은 사이 벌어진 일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불합리한 게임 무역환경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산이 장악한 한국 게임 시장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GPC)는 최근 내놓은 ‘2020년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를 통해 올해 중국 모바일게임 전체 수출액의 8.8%가 한국에서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GPC가 공개한 국가별 모바일게임 수출 비중을 보면 한국은 세 번째였다. 1위는 미국(27.5%), 2위는 일본(23.9%)이었다. 시장 비중과 관련한 보고서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게임은 실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주도 세력으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매출 상위 30위(구글플레이) 중 7개가 중국산 게임이다. 이를 통해 중국 게임회사들이 벌어들인 돈은 2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모바일게임 수출 호조 덕분에 올해 중국의 전체 게임 수출액은 1년 전보다 33.4% 증가한 154억5000만달러(16조9872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산 모바일게임의 중국 수출 성적은 초라하다. 모바일 앱 분석 사이트 게볼루션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중국 모바일게임 매출 상위 30위(애플 앱스토어 기준) 중 한국 게임은 넥슨의 ‘카트라이더’(23위) 하나뿐이었다. 최근 3년이 넘도록 한국 신규 모바일게임의 중국 수출이 막힌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문제삼아 2017년 3월부터 자국 내에서 한국의 신작 게임 유통을 막았다.

중국 신규 모바일게임은 이 기간 200개 이상이 한국 시장에 풀렸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내 서비스가 허용된 국산 게임은 딱 한 건이 전부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일 게임업체 컴투스의 모바일게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에 판호(版號·유통허가)를 발급했다. 판호는 중국에서 게임 서비스를 하기 위해 발급받아야 하는 허가권이다. 한국 게임이 판호를 받은 것은 3년10개월 만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때 한국 게임이 중국 시장을 휘저었고, 중국 게임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막히면서 한국 게임의 글로벌 경쟁력도 떨어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내놓은 ‘2020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한국 게임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순위는 2018년 4위에서 지난해 5위로 하락했다.
[단독] 한국 게임 막은 중국에 안방 뺏긴 한국

불공정무역 방치한 정부

국내 게임업계에선 중국의 이번 허가가 게임 한한령 해제로 연결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넷마블,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 국내 게임사의 주력 게임들도 중국 내 신규 서비스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한령을 완전히 풀었다는 신호로 보기엔 시기상조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 시장에 ‘서머너즈 워’보다 큰 영향을 끼칠 국내 대형 게임업체의 인기 게임엔 아직 판호를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판호는 중국이 자국 게임 시장을 계속 보호하면서 한국 게임 수출은 막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준 것으로,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상황 해결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게임산업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박양우 장관은 “한·중·일 문화장관 회의에서 별도 요청을 했으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관련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중국이 허가제를 운용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외국 게임사들이 자유롭게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