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검색엔진 업체 구글이 1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38개 주정부로부터 반독점 소송을 당했다. 최근 두 달 사이 연방·주정부가 제기한 세 번째 소송이다. 지난 10월에는 미 법무부가, 이달 16일에는 텍사스주 등 10개 주가 구글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냈다. 앞서 페이스북도 미 정부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등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압박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뉴욕·콜로라도주 등 38개 주는 이날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구글이 온라인 검색시장에서 독점 지위를 구축해 소비자와 광고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필 와이저 콜로라도주 법무장관은 “소비자들은 더 높은 품질의 서비스와 더 나은 사생활 보호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없었고, 광고주들은 높은 가격 때문에 손해를 봤다”며 “이런 비용들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됐다”고 주장했다.

공화·민주 양당 소속 주정부들이 골고루 동참한 이번 소송은 10월 연방 법무부와 공화당 소속 11개 주 법무장관이 제기한 반독점 소송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은 법원에 법무부 소송과 이번 소송을 병합해줄 것을 요청했다.

와이저 장관은 “구글이 제한적인 계약을 통해 대부분의 검색 유통 경로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렸다”며 “광고주들은 구글 광고 플랫폼과 경쟁사 검색 광고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또 “소비자가 제대로 된 검색 결과를 보지 못하도록 차별적 조치를 했다”고 덧붙였다.

소장에 따르면 구글은 스마트폰 제조사, 통신사 등과의 계약을 통해 자사 검색엔진을 기본으로(디폴트) 설치하게 만들어 독점적 지위를 강화했다. 구글이 80%의 웹브라우저에 디폴트로 설치돼 경쟁이 차단됐다는 주장이다.

전날에는 텍사스주 등 10개 주 검찰총장들도 구글이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불법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강화했다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주정부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공모자로서 광고 경매를 조작하고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불법적 합의를 맺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페이스북과의 합의에 영화 ‘스타워즈’에서 차용한 ‘제다이 블루’란 암호명을 내부적으로 붙였다고 전했다. 켄 팩스턴 텍사스주 검찰총장은 “구글이 스스로에게 온라인 광고시장의 왕관을 씌웠다”며 “투수 겸 타자 겸 심판 역할을 했다”고 꼬집었다.

구글은 이에 대해 “우리는 기업을 돕고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최첨단 광고 기술 서비스에 투자했다”며 “지난 10년간 디지털 광고 가격과 수수료가 하락했고 특히 구글의 광고 수수료는 업계 평균 이하”라고 반박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