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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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가 내년부터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OS) '훙멍 2.0'을 탑재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쓰지 못하게 되면서다.

일각에선 화웨이의 훙멍OS 2.0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측면에서 기존 안드로이드와 별반 차이점이 없어 '짝퉁 안드로이드'라는 지적도 나온다.

17일(현지시간) 중국경제주간 등에 따르면 왕청루 화웨이 소비자업무 소프트웨어 부문 총재는 전날 개발자대회를 열고 개발자들에게 스마트폰용 훙멍OS 시험(베타) 버전을 공개했다.

훙멍 OS는 화웨이가 지난해 8월 처음 공개한 자체 OS다. 훙멍은 내년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TV, 컴퓨터,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화웨이 제품에 탑재될 계획이다. 화웨이는 지금까지 스마트 TV 등 일부 제품에만 자체 OS를 적용해왔다.

신랑과기는 "화웨이가 내년 내놓을 전략 스마트폰인 P50 등에 처음으로 훙멍을 탑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훙멍의 활성화를 위해 전세계 앱 개발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화웨이 생태계에 들어오라고 권유하고 있다. 구글의 플레이스토어나 애플의 앱스토어와 견줄 정도로 충분한 앱을 만들지 못한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화웨이는 이와 함께 훙멍이 "안드로이드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운영체계"라고 주장했다. 화웨이에 따르면 훙멍OS 2.0은 △기기에 따른 적응형 UI와 개선된 보안 △향상된 음성 인식 기능 △크로스 디바이스 데이터 전송에 초점을 맞춰 더 빨라진 원격 읽기/쓰기 성능 △ iOS보다 빠른 검색 성능 등을 제공한다.

다만 여러 중국 매체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훙멍 2.0은 UI 측면에서 화웨이의 기존 안드로이드에 기반을 둔 자체 최신 OS '이무이(EMUI) 11'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EMUI는 구글플레이스토어, G메일, 유튜브, 크롬 브라우저 등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가 지원되지 않지만 기본 구성은 안드로이드 UI와 비슷한 화웨이의 자체 OS다.

매체에 따르면 UI 뿐만 아니라 훙멍에 있는 앱 장터인 '화웨이 스토어'에서는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이 올라와 다운로드해 사용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일부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훙멍은 '짝퉁 안드로이드'"라는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한편 화웨이는 향후 훙멍에 보다 공을 들이며 본격적인 '독자 행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내년부터 훙멍이 탑재된 새 제품을 사지 않아도 기존 스마트폰 이용자들에게 업데이트를 통해 기존에 깔린 EMUI에서 훙멍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같은 전략이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훙멍이 안드로이드와 UI 구성 등이 비슷하다 하더라도 구글플레이, 유튜브, 지메일 등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는 여전히 이용할 수 없어서다. 특히 해외 소비자들이 이 같은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화웨이 스마트폰 구매에 나설지 불투명하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전 세계 모바일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는 74.25%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iOS는 25.15%다. 두 OS의 점유율이 99%가 넘는다. 애플을 제외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개방형 OS인 안드로이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편 앞서 트럼프 상무부는 지난해 5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수출 금지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의 제품을 화웨이에 공급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강제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구글 등 미국 기업과 거래선이 사실상 끊겼다.

지난 9월엔 미국 뿐만 아니라 제3국에서도 미국의 지적재산을 이용한 기술과 장비를 화웨이에 공급하는 행위를 금지시키면서 화웨이에 대한 압박은 한층 더 거세졌다. 결국 이같은 규제에 스마트폰 사업에 직격탄을 맞은 화웨이는 최근 중저가폰 브랜드 '아너'를 매각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