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업무 시간에 회식 진행 …1시간 넘지 않아
법인카드로 치킨·족발 등 원하는 음식 각자 주문
짧고 굵은 회식에 직원들 대부분 반응 '긍정적'
네이버 클라우드 마케팅팀 직원들의 2020 송년 회식. 사진=네이버 제공

네이버 클라우드 마케팅팀 직원들의 2020 송년 회식. 사진=네이버 제공

"다음주 화요일 저녁 6시에 만나요! 음식은 주문하고 비용은 전자결재 올리세요."
지난달 30일 오후. 네이버 클라우드 마케팅팀 직원들은 어리둥절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α'가 시행되면서 연말 송년회는 모두 취소된 줄 알았는데 '회식 공지'가 떡 하니 올라왔기 때문이다.

당초 송년회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연말을 피해 다소 이른 12월 첫 주에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회사는 전원 재택근무 체제로 돌입하고 회식도 금지하라는 공지를 내렸다. 회식이 취소되는 줄만 알았던 직원들은 이번 회식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랜선 회식'이란 소식을 접했다.
회식 비용은 네이버 워크플레이스를 통해 상신했다. 사진=네이버 제공

회식 비용은 네이버 워크플레이스를 통해 상신했다. 사진=네이버 제공

실제 지난 1일 오후 6시께. 재택근무를 1시간 일찍 마친 직원 8명은 속속 네이버의 협업툴인 네이버웍스 화상회의 화면에 등장했다. 회사 단체복으로 드레스 코드를 맞추고 거실과 방 등 각자 원하는 장소에서 인사를 나누고 근황을 물었다.

'랜선 회식'을 기획한 김세라 팀장은 "재택근무 장기화로 팀원들의 근황을 물어볼 기회가 없다보니 업무 커뮤니케이션이 삭막해지는 것 같았다"며 "올해 비대면 수요 급증으로 클라우드·협업 툴 부서가 많이 바빴는데 서로 고생했다고 격려하는 자리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평소 회식 때는 같은 메뉴를 먹지만 랜선 회식때는 자유롭게 원하는 메뉴를 주문해 먹었다. 직원들은 각자 주문한 치킨 등 회식 비용을 사내 전자결재 시스템인 네이버 워크플레이스를 통해 상신했다. 대부분 직원들은 "랜선 회식이 처음이라 이색적이고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택이라는 공간적인 특성으로 깜짝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린이집 휴원으로 재택과 육아를 병행 중인 팀원들의 자녀들이 랜선 회식에 관심을 보인 것. 영상 속에 자녀들이 등장하자 동료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지기도 했다.

랜선 회식은 1시간 정도 이어져 퇴근 시간인 오후 7시가 되자 자연스럽게 끝났다. 마지막으로 김 팀장의 건배사가 울려 퍼지자 회식은 종료됐다. 회식 도중 도망가는 사람도, 2차도 없는 짧고 굵은 회식이 된 셈이다.
SK텔레콤은 직원들이 어디서나 근무할 수 있는 거점 오피스를 확충해나가고 있다. / 사진=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직원들이 어디서나 근무할 수 있는 거점 오피스를 확충해나가고 있다. / 사진=SK텔레콤 제공

또 다른 판교 IT 기업도 지난달 구글 미트(Google Meet) 화상 회의 화면을 통해 '랜선 회식'을 진행했다. 점심시간 1시간을 이용해 약 10여명의 직원들은 각자 집에서 법인카드로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고 안부를 물으며 담소를 나눴다.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편안한 차림으로 회식에 참여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오랫동안 회상으로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조금 더 캐주얼한 자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비 조직상 직원들 사이에서 나왔다"며 "영상으로 진행하다 보니 일반적인 회식과 같은 '톱-다운'(위에서 아래로)이 아니라 '바텀-업'(아래서 위로)과 같은 회식 분위기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IT 기업에서는 이같은 '랜선 회식'을 한 번씩은 해봤을 정도로 일상화되고 있다"며 "화상으로는 보통 업무 관련 회의·대화만 진행하게 돼 조직원 간에 자연스러운 일상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없어지고 있어 종종 이런 모임을 갖는다. 회식에 참여하는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같은 '랜선 회식'이 점차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근주 네이버클라우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비대면 상황이라 직원들이 각자의 업무에만 고립되기 쉬운데 이런 랜선 회식같이 팀워크를 느낄 수 있는 자리가 꼭 필요하다"며 "텍스트보다 화상회의 등으로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업무 집중도나 아이디어를 더욱 끌어올리는데 효과적이라 비대면 접촉을 계속 늘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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