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영우 기자
사진=김영우 기자
“줄기세포의 재생능력을 극대화한 것이 오가노이드입니다. 현재로서는 죽은 조직을 재생시킬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입니다.”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는 오가노이드의 시장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몸의 장기와 유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미니장기’라고도 불리는 오가노이드는 2009년 네덜란드 후브레흐트연구소의 한스 클레베르스 박사의 연구실에서 처음으로 개발됐다. 최초로 보고된 지 약 1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줄기세포 치료제의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체줄기세포에서 배양해 오가노이드 재생능력 UP

그 이유는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의 주변 환경을 보존하고 있는 하나의 작은 조직이기 때문이다. 크기는 1㎜ 이하로 아주 작지만 인체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재현할 수 있다.

줄기세포 치료제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살아있는 세포’라는 점이다.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줄기세포가 원래 살던 유래 조직의 환경을 유지하는 건 치료제의 효능과 직결된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의 효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이다.

국내 유일의 오가노이드 전문 개발 기업인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2018년 차바이오그룹에서 스핀오프한 기업이다. 오랜 기간 줄기세포를 개발해오던 차바이오그룹이 오가노이드의 가능성을 보고 차의과학대에서 오가노이드를 연구하던 유 대표와 함께 회사를 세웠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사업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재생치료제 사업과 동물모델 대신 약물의 효능을 확인할 수 있는 약물 스크리닝 플랫폼 사업이다. 두 사업 모두 오가노이드를 얼마나 체내 조직과 유사하게 구현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오가노이드를 제작한다. 매트리젤이라는 3차원 지지체에 장이나 침샘에서 추출한 성체줄기세포를 키워낸다. 대다수의 대학이나 기업들은 이 방식 대신 3D 바이오프린팅을 이용한다. 줄기세포의 재생능력을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균질한 오가노이드를 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사용하는 매트리젤은 쥐의 조직에서 세포를 빼낸 조직으로 생물학 실험에서 주로 사용하는 물질이다. 하지만 아직 조성성분을 다 알지 못하고, 조직에 따라 성분의 비율도 제각각이라 의약품을 제조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유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소취대(捨小取大)’의 전략을 택했다. 매트리젤에 포함된 여러 유용인자들을 버리고 줄기세포를 키우는 데 필요한 핵심 인자들만을 취한 것이다. 유 대표는 “아무리 좋은 인자라도 의약품 개발에서 품질이 균일하지 않다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며 “과감히 버릴 건 버리고 핵심 인자만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침샘 오가노이드... ‘재생’만이 답인 질환이 타깃

이렇게 개발된 장 오가노이드는 전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염증으로 인해 장 조직이 손상된 쥐 동물모델에게 오가노이드를 이식하자 4주 만에 장 조직이 정상에 가깝게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다. 전임상 결과가 좋아 내년 하반기에는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하고 2022년부터 임상 1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유 대표는 “국내 임상과 비슷한 시기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도 IND를 신청하려고 한다”며 “독자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술이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 오가노이드 다음 타자는 침샘 오가노이드다. 두경부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는 암환자 대다수는 침샘이 심각하게 망가져 있다. 두경부암은 후두암, 구강암, 비인두암 등 뇌와 쇄골 사이에서 발생하는 암이다. 세계적으로 매년 65만 명이 발생하며, 국내에서도 20만 명이 넘는다. 침샘이 워낙 약한 조직이라 방사선 치료를 받다 보면 조직이 쉽게 파괴된다. 침이 나오지 않아 구강건조증이 심해지고 면역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암에 비해 가벼운 질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연구 논문에 따르면 침샘이 망가진 환자의 절반 이상은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느낀다고 답했다. 유 대표는 “침샘은 한 번 망가지면 재생이 안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오가노이드와 같은 재생치료제가 유일한 해결방법”이라고 말했다. 침샘 오가노이드는 현재 연구 단계로 장 오가노이드의 IND 이후 1년 안에 전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사진=김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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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세포·면역세포 ‘적과의 동침’으로 면역항암제 스크리닝 플랫폼 완성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두 번째 주력 사업은 약물 스크리닝 사업이다. 일반적으로 신약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적게는 5000개에서 많게는 1만 개의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한다. 이 단계에 약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선별된 20여 개의 후보물질이 동물실험 등을 통한 전임상 단계에 진입한다. 전임상 역시 7년 가량의 시간이 걸린다. 도합 10년이 넘는 시간이다.

전임상을 무사히 통과하더라도 본격적인 임상시험에서 절반 이상의 후보물질이 탈락한다. 동물과 인체에서의 약물 반응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사 입장에서는 탈락 위험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약물 스크리닝은 이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 인체를 대변하기 때문에 동물실험보다 정확하게 약물의 효능을 평가할 수 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가 집중하는 약물 스크리닝 플랫폼은 면역항암제 평가 플랫폼 ADIO(Autologous organoid based Discovery for Immuno-Oncology drug)이다. ADIO 플랫폼은 종양세포와 면역세포를 함께 배양시켜 제작한다.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시험하기 위해서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해가는 경로인 면역관문을 억제한다. 면역세포를 더욱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는 원리다. 따라서 면역세포가 함께 존재해야 실력을 발휘한다.

기존의 종양 오가노이드는 화학항암제를 시험하기에는 적합하지만, 면역세포가 없어 면역항암제는 효능시험을 할 수 없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면역세포만을 증식시키는 자체 기술을 통해 고농도의 면역세포와 암세포를 함께 배양했다.

이렇게 완성된 오가노이드와 환자에서의 약물 반응성을 비교 분석한 결과, 83% 이상 약물 반응이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유 대표는 “면역항암제 개발 시장이 5년새 20배 이상 성장했다”며 “임상시험 전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의 효능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