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하이라이트 - part.2] 혈액으로 알츠하이머 발병 가능성 찾는 피플바이오
암과 함께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또 다른 영역이 치매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고령화 영향으로 국내 치매 환자 수는 올해 84만명에서 2050년 300만명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피플바이오는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병 발병 가능성을 인지 장애가 나타나기 10여년 전부터 혈액으로 검사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치매는 ‘제3의 당뇨’로 불린다. 당뇨병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인슐린이 뇌 기능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어서다. 강성민 피플바이오 대표는 “당뇨병의 위험 인자가 혈당이라면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베타의 올리고머화 정도가 위험인자”라고 강조한다.

기억력 감퇴, 언어능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10~20년 전부터 이 위험인자의 변화를 파악해 치매 발병 가능성을 조기에 확인할 수 있다면, 그것도 자동화기계에 혈액을 넣어 저렴한 가격에 진단할 수 있다면, 치매로 생기는 막대한 의료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강 대표의 생각이다.

2002년 피플바이오를 세운 강 대표는 뇌질환을 조기 진단하기 위한 연구에 몰두해왔다. 처음엔 광우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인 프리온을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광우병이 수그러들면서 새 영역을 찾아야 했다. 강 대표는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해 파킨슨병 등 다양한 뇌질환들을 한 번에 검사할 수 있는 혈액 진단 제품을 내놓기 위한 단계를 하나씩 밟아가고 있다.

치매 혈액진단, 기존 방식과 어떻게 다를까

피플바이오는 치매진단키트를 만들지 않는다. 치매는 하나의 질환이 아니라 뇌 손상에 의해 인지기능에 장애가 생긴 상황을 가리키는 포괄적인 말이다. 치매의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알츠하이머병은 뇌 조직에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축적되고 타우 단백질이 응집돼 엉켜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뇌를 직접 보지 않는 한 정확한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검사를 활용해 의사가 종합적으로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진단하게 된다. 피플바이오는 아밀로이드베타가 축적돼 뭉치는 단계를 초기에 혈액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지표를 검사하는 게 피플바이오의 액체생검 기술이다.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땐 간이정신상태검사(MMSE), 양자방출단층촬영(PET), 뇌척수액검사(CSF)가 주로 사용된다. MMSE 검사는 환자의 부담이 덜하지만 인지 장애 등 증상이 이미 나타난 경우에야 진단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PET으로 뇌영상을 검사하면 아밀로이드베타가 얼마나 뇌 조직에 쌓였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1회 검사에 100만원가량이 드는 비용과 방사선 노출이 부담이다. 뇌척수액 검사는 척수에 긴 바늘을 찔러 뽑아낸 척수액으로 아밀로이드베타 축적 여부를 확인한다. 직접 아밀로이드베타를 검출할 수 있지만 환자의 고통, 공포감이 크고 두통 등의 부작용이 따르기도 한다.

피플바이오는 혈액으로 아밀로이드베타의 축적 단계를 확인할 수 있다. 자동화기계에 혈액을 넣으면 3일이면 결과가 나온다. 비용은 10만원 대로 PET 검사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환자 자신이 증상을 느끼지도 못하는 초기 단계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강 대표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인지 기능 장애가 발생하기 10~20년 전에도 아밀로이드베타가 쌓이면서 응집되는 현상이 발견된다”며 “혈액검사를 통해 조기에 치매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김영우 기자
/ 김영우 기자
알츠하이머병, 어떻게 진단할까

알츠하이머병은 명확한 원인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간 아밀로이드베타라는 단백질이 과도하게 생성돼 뇌에 침착되는 게 원인으로 여겨져왔다. 아밀로이드베타는 조그마한 ‘모노머’ 형태로 있다가 뭉치면서 훨씬 분자량이 커진 올리고머 모습을 띄게 된다. 올리고머가 더 뭉치면 일종의 층을 이루게 되는 데 이 형태가 플라크다. 아밀로이드베타가 플라크가 될 만큼 쌓이면 또 다른 단백질인 타우 단백질과 서로 엉겨붙은 상태가 된다. 플라크가 형성되고 일반적으로 수년이 지나면 인지장애가 나타난다.

이 플라크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이 이뤄졌지만 아직 성공한 사례는 없다. 플라크가 되기 전인 올리고머 단계에서 아밀로이드베타를 공격하는 약물인 아두카누맙으로 바이오젠이 임상 3상에 도전했지만 지난해 실패했다. 하지만 바이오젠은 데이터를 재분석한 뒤 지난 8월 신약허가신청서(BLA)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 FDA는 내년 3월 안에 신약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피플바이오는 올리고머 형성 단계에서 아밀로이드베타의 축적 여부를 검출한다. 추출한 혈액에 아밀로이드베타의 올리고머화를 유도하는 단백질을 넣은 뒤 올리고머 형성 정도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강 대표는 “시마즈, C2N다이애그노스틱도 아밀로이드베타의 축적 여부를 검사하지만 훨씬 고가의 가격에 다양한 수작업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피플바이오는 시장에서 사용하기 더 간편하게 자동화 과정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두카누맙이 치매 치료제로 판매 허가를 받게 되면 올리고머 형성 정도를 확인하는 피플바이오의 검사 장비 보급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른 뇌질환도 조기진단 가능할까

피플바이오는 2018년 필리핀에서 아밀로이드베타의 올리고머화 정도를 검사하는 제품으로 ‘MDS-AD 블러드 테스트’를 처음 상용화했다. 국내에선 ‘인블러드 OA베타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지난해부터 공급 중이다. 강 대표는 “주요 검진센터를 중심으로 체험 검사를 하는 단계”라며 “2022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형단백질 질환인 파킨슨병 진단에 쓸 수 있는 제품은 내년 시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파킨슨병 초기 환자의 뇌에서 많이 축적되는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의 올리고머화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선 아밀린 호르몬의 올리고머화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혈액진단키트를 내놓기 위해 연구 중이다. 아밀린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과 같이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올리고머 형태가 되면 베타세포를 파괴해 인슐린 분비를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 대표는 “뇌질환에서 혈액을 통한 종합적인 스크리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12월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