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최초로 기술수출에 따른 단계별 성과금(마일스톤)으로 1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유한양행은 글로벌 제약사 얀센으로부터 마일스톤 6500만달러(약 723억원)를 수령했다고 23일 밝혔다.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 레이저티닙을 2018년 얀센에 기술수출한 이후 초기 계약금과 지금까지 받은 마일스톤은 총 1억5000만달러가 됐다. 유한양행은 계약 당시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5000만달러를 받은 데 이어 지난 4월 첫 마일스톤으로 3500만달러를 수령했다. 국내에서 신약 후보물질 단일 기술수출 계약 건으로 마일스톤이 1억달러를 달성한 첫 사례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이번 마일스톤은 양사의 공동 개발 계약에 따른 것”이라며 “레이저티닙과 얀센의 항체치료제 아미반타맙을 병용하는 임상 3상 투약이 개시되면서 얀센이 마일스톤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은 레이저티닙 단독 요법으로도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하고 있다. 5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레이저티닙을 단독 투여했을 때 비소세포폐암뿐만 아니라 뇌전이폐암에서도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는 결과를 내놨다.

글로벌 임상 3상 중인 얀센도 9월 유럽임상종양학회(ESMO)에서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에서 우수한 임상 결과를 내놓으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얀센이 레이저티닙 상업화에 성공하면 유한양행은 총 12억5500만달러를 벌게 된다.

이번 마일스톤 수령으로 유한양행의 기술수출 전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한양행은 이정희 사장 취임 후 오픈 이노베이션 기반의 연구개발(R&D)을 강화해왔다. 이를 위해 R&D 투자를 매년 20~30% 늘리고 있다. 2016년 864억원이던 R&D 투자액은 올해 17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전체 R&D 투자액 1382억원의 90%에 달하는 1246억원을 올해 1~3분기 집행했다.

이 사장은 최근 강연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엔 신속한 투자 결단이 있었다”며 “전통 제약기업도 벤처기업의 속도와 열정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사내 R&D 벤처를 도입해 조직 문화를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