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L '퀀텀 800' 써보니
JBL 퀀텀 800을 무선으로 PC와 연결한 모습. 퀀텀 라이팅이 빛나고 있다/사진=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JBL 퀀텀 800을 무선으로 PC와 연결한 모습. 퀀텀 라이팅이 빛나고 있다/사진=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2016년 삼성전자는 9조3000억원을 들여 오디오 전문기업인 하만을 인수했습니다. 당시 국내 기업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이었는데요.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분야 중 하나인 전장사업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었습니다.

BMW,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폴스크바겐 등 굴지의 완성차 업계에 인포테인먼트와 오디오 등을 공급하는 업계 1위 하만은 여러 오디오 브랜드를 산하에 두고 있는데요. AKG, 마크레빈슨 등이 있습니다.

중고가 스피커 오디오 등으로 알려진 JBL도 하만의 음향 브랜드 중 하나인데요. 이런 JBL이 최근 흥미로운 제품을 내놨습니다. 삼성전자가 JBL을 통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시장에 프리미엄 게이밍 헤드셋 '퀀텀' 시리즈를 출시한 것입니다.

특히 기존 대부분의 음향 기기 전문 브랜드들은 게이밍 시장 진출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JBL의 게이밍 시장 진출은 꽤나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24만9000원으로 게이밍 헤드셋 제품군 중에서 고가에 속하는 JBL '퀀텀 800'을 열흘가량 써봤습니다.

퀀텀 800은 기존 게이밍 헤드셋에서 보기 어려웠던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으로 차별화를 꾀한 제품입니다. 이른바 '노캔'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을 없애거나 줄여주는 음향 기술인데요, 외부 소음 파장을 분석해 이와 반대되는 음파를 만들어 소음을 잡는 원리입니다.
PC방에서 오버워치를 즐기며 퀀텀 800을 실행해본 모습/사진=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PC방에서 오버워치를 즐기며 퀀텀 800을 실행해본 모습/사진=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게임을 집이 아닌 PC방 등에서 즐기는 저로서는 노캔 기능이 마음에 들었는데요. 외부 소리를 잡아주니 게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와 같은 FPS 게임에선 무엇보다 사운드가 중요합니다. 발자국 소리, 총 소리를 통해 현재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상대의 위치와 방향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게이밍 헤드셋은 공간 음향을 얼마나 잘 구현하는 지가 관건입니다. 공간 음향이란 일방향으로 송출되는 사운드가 아닌 머리 전체를 감싸주는 입체적인 사운드라고 설명할 수 있겠는데요. 헤드셋의 노캔 효과가 높아질수록 음질은 떨어지기 마련인데 '퀀텀 800'은 공간 음향이 장점입니다.

기본적으로 서라운드 음향을 지원하는 퀀텀 800은 PC용 소프트웨어 '퀀텀 엔진'을 통해 퀀텀시그니처 서라운드/DTS X 2.0/OFF 중 하나를 선택해서 풍부한 공간 음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니 가장 공간 음향이 강한 7.1채널 퀀텀서라운드를 사용하면 적군이 어디서 걸어오는지가 그려질 정도로 공간감이 뛰어나다는 느낌입니다. 다만 음향 자체는 떨어진다는 느낌은 아쉽습니다.

퀀텀 엔진을 통해선 공간 음향 뿐만 아니라 퀀텀 800의 전반적인 음향도 개인에 맞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퀄라이저 설정으로 저음과 고음, 중음 부분의 볼륨을 조절해 음향을 맞출 수 있는데요. 단지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 오페라 감상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즐기기에도 적합하다는 느낌입니다.

디자인은 마이크와 헤드셋이 붙어있는 일체형 구조를 갖췄는데요. 전반적으로 매우 고급스럽다는 느낌입니다. 퀀텀 라이팅이 적용돼 퀀텀 엔진을 통해 커스터마이징된 조명 효과를 즐길 수 있고, 크기도 자유자재로 줄일 수 있어 편리합니다.
JBL 퀀텀 800과 포장박스. 퀀텀 800은 기본적으로 무선 연결 제품이지만 USB와 3.5mm 유선 연결도 지원한다/사진=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JBL 퀀텀 800과 포장박스. 퀀텀 800은 기본적으로 무선 연결 제품이지만 USB와 3.5mm 유선 연결도 지원한다/사진=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퀀텀 800은 기본적으론 무선 헤드셋이지만 유선 연결도 가능합니다. 왼쪽 이어컵엔 마이크 OFF, 볼륨, 음성 채팅과 게임 소리 조절, 외부 소리듣기(노캔) 전환 버튼 등이 있고 오른쪽엔 전원 버튼과 블루투스 페어링 버튼이 있습니다. 한 쪽에 여러 버튼이 몰려있어 처음엔 혼동스러웠지만 쓰다보니 한 곳에 몰려 있는 게 오히려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40kHz 이상의 초고음역대 재생 능력을 갖춰야 하는 등 상당히 통과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알려진 Hi-Res Audio 인증을 받은 점과 사용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어가게 구조된 마이크도 눈에 띕니다. 이 외에도 재밌는 점은 PC용 게이밍 무선 헤드셋인데도 블루투스 연결로 스마트폰과 연동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다만 한국어 제품 설명서가 동봉돼 있지 않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일부 소비자의 경우 JBL 홈페이지에 있는 퀀텀 엔진을 다운받는 법 자체를 모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퀀텀 제품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퀀텀 엔진' 앱 사용 모습. 이퀄라이저와 공간 음향, 조명 등을 변경할 수 있다/사진=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퀀텀 제품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퀀텀 엔진' 앱 사용 모습. 이퀄라이저와 공간 음향, 조명 등을 변경할 수 있다/사진=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무게도 일반 헤드셋이 200~300g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00g 이상으로 무거운 편에 속합니다. 기기 크기가 큰 편이라 휴대하기도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다만 실제로 3~4시간 게임을 해보니 가죽 소재의 메모리 폼 이어 패드가 착용감이 뛰어나 그다지 무리가 간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이전부터 게이밍 헤드셋을 판매해왔습니다. 다만 삼성 브랜드를 부착한 주문자부착생산(OEM) 방식의 중저가 제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JBL을 통한 퀀텀 시리즈 출시는 삼성전자가 앞으로도 프리미엄 게이밍 헤드셋을 국내외 시장에 전략 제품으로 앞세우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최근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외출을 자제하는 대신 게임 수요가 늘며 게이밍 모니터, PC, 키보드 등 게이밍 제품들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올 들어 게이밍 모니터를 중심으로 게이밍 시장 공략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JBL을 통한 게이밍 헤드셋 시장에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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