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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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혐의로 집단소송을 당한 애플이 소비자에 이어 미국 30여개주에 거액의 합의금을 내게 됐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신형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구형의 성능을 느리게 했다는 이유로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 34개주가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약 1254억6390만원(1억1300만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 3월에도 이른바 '배터리게이트'라 불리는 이 문제 관련 집단소송에서 아이폰 사용자에게 1인당 약 2만7000원(25달러)씩 최대 약 5500억원(5억달러)를 물기로 잠정 합의했다.

하비어 베세라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이날 "애플은 아이폰의 성능을 저하한 배터리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경제적 손실을 끼쳤다"며 "이번 합의로 소비자가 애플 제품을 살 때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마크 브르노비치 애리조나주 법무장관은 "거대 IT기업은 소비자 조작을 중단하고 그들의 관행과 제품에 대한 모든 진실을 말해야 한다"며 "만약 거대 IT기업이 사용자에게 진실을 숨기는 경우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전했다.

애플은 이번 소송 조정에 대해 따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합의문에서 어떠한 불법 행위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소송 조정을 위해 합의금 지급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 의혹은 2016년 처음으로 제기됐다. 아이폰6·7 및 SE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후 기기의 속도가 늦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속도가 느려지면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신형 아이폰을 구매하게끔 유도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애플은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면 스마트폰이 갑자기 꺼질 수 있어 속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전력 수요를 감소시켰다"며 성능 저하를 인정했지만 "새 제품 구매를 유도하려는 조치는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후 애플은 배터리 교체 비용을 일부 지원했다. 배터리 교체 비용을 79달러에서 29달러로 대폭 낮추고, 성능 제한 기능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iOS 업데이트도 진행했다.

한편 배터리게이트 소송은 국내에서도 진행 중이다. 2018년 1월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팀 쿡 애플 대표이사와 다니엘 디스코 애플코리아 대표이사를 재물손괴죄, 업무방해죄로 고발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서울고검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라고 명령해 재수사가 시작됐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2018년 3월 아이폰 사용자 6만4000여명을 대리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애플 본사와 애플코리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배상금으로 청구한 금액은 1인당 20만원이다.

지난달 8일 네 번째 변론이 진행됐으며 다음 변론일정은 추후 검사 결과가 나오면 지정될 예정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달리 집단소송제도가 없기 때문에 재판에 승소하더라도 참여한 당사자에게만 효력이 발생한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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