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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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수학 교과과정에 신설되는 '인공지능(AI) 수학' 과목에 기계학습(머신러닝) 최적화의 핵심 기본 원리인 '손실함수(Loss Function)' 내용이 포함된다. 손실함수는 데이터를 토대로 산출한 AI의 예측치(답안지)와 실측치(정답)간 차이를 최소화해 AI의 성능을 높이는 기초적인 미분 기법이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현재 고교 3년생에게 처음 적용된 10차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에 추가되는 과목 'AI 수학' 교과 내용이 최근 확정됐다. 서울대 성균관대 아주대 한국외대 등 교수진, 한성과학고 등 고교 교사, 과기정통부 산하 한국과학창의재단 등 관계자 50여명이 지난 4월부터 4개월간 연구해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AI 수학 과목 시안 개발연구' 보고서를 마련하고 교육부에 제출했다.

확정된 안에 따르면 수학 10차 교육과정상 진로선택 과목에 AI 수학이 추가된다. 현재 기하, 실용수학, 경제수학 등 5개 과목에 더해 수학 진로선택 과목이 총 6개가 되는 것이다.

일반고, 특수목적고, 특성화고 등에 관계 없이 고1 과정을 마치면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과목으로 편성했다. 10차 교육과정부터 수학은 문·이과 구분이 없다. 필수과정인 고1 수학, 고2~3학년때 배우는 일반선택 과목 4가지(수학1·2, 미적분, 확률과통계) 및 진로선택 과목으로 나눠져 있다. 과학고 영재고 등 특수목적고는 이와 별도로 심화수학, 고급수학을 따로 배운다.

AI 수학이 다루는 단원은 크게 △인공지능과 수학 △자료의 표현 △분류와 예측 △최적화 네 가지로 나뉜다. 각각의 영역에서 대수학(행렬·벡터 등), 해석학(미적분 등), 확률과 통계 관련 내용이 포함된다. 구체적으로 진리표, 디지털 컴퓨터의 기본인 XOR 논리회로, 회귀분석, 조건부확률, 함수의 극한, 이차함수의 미분계수, 손실함수, 경사하강법 등이 들어갈 예정이다.

'인공지능과 수학' 단원 학습 방향은 "수학이 AI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 사례로 1950년대 퍼셉트론·XOR문제, 1980년대 인공신경망, 2000년대 이후 딥러닝 등을 소개한다"고 돼 있다.

'최적화' 단원의 학습 방향은 "AI의 학습에는 지도·비지도·강화학습이 있음을 알고, AI 작동 목표 중 하나가 손실함수를 최소화하는 것임을 이해하게 한다" "자율주행차, AI 가전, 재난구호 로봇, 스마트팩토리 등 사물과 접목된 AI 기술 사례와 챗봇, 바둑 프로그램, 추천·매칭 시스템, 자동번역, AI 보안시스템 등을 다룬다"고 명시했다. AI 수학 과목 평가는 지필형 시험을 삼가고 실습과 프로젝트로 대체할 것을 권했다.

일각에서는 "절대 어려워서는 안된다"는 일부 시민단체 주장에 떠밀려 내용이 부실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200페이지에 달하는 AI 수학 교과 내용 확정안엔 수시로 "개념이나 원리를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심화된 내용을 최소화해 구성한다" "제한적으로 다루는 것이 합리적이다" 등 가이드라인이 반복돼있다.

집필 방향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인공지능은 프로그래밍과 동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 데이터 수집부터 분석, 예측까지 모두 프로그램을 짜야 한다. R, 파이썬 등 프로그래밍 언어들에 대한 기초 개념을 다루는 부록이나 온라인 링크가 연계될 필요가 있다'고 해 놓고, 다른 부분에선 '프로그래밍이 아닌 수학적 원리 탐구와 실험을 위주로 한다'고 적은 것이 대표적이다.

AI 수학은 다른 수학 선택과목처럼 출판사가 교과안에 따라 각자 제작하는 인정 교과서 형태로 내년 발간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