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 사이언스

원자력硏, 국내 첫 기술 개발

증기 대신 ㏜가 터빈 돌려 발전
액체·기체 장점 모두 가진 상태

'최대 난제' 압축기 작동도 성공
"고열 발생하는 모든 곳서 활용"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시스템.  /원자력연 제공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초임계 이산화탄소 발전시스템. /원자력연 제공

친환경 고효율 발전소 개발이 과학계의 화두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부터 차세대 원자로, ‘꿈의 에너지’ 핵융합 발전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상용 발전은 열원(熱源)으로 물을 끓여 증기를 생성하고, 이것으로 대형 터빈을 돌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이런 증기발전 시스템을 대체할 ‘초임계 이산화탄소(CO2) 발전’ 핵심 기술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뜨거운 증기가 아닌 가열된 CO2가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물질은 특정 온도와 압력(임계점)에서 액체와 기체의 경계선이 무너져 양쪽의 장점을 모두 갖는 상태가 되는데, 이를 초임계라고 한다. 초임계 물질은 액체처럼 밀도가 높으면서도 기체처럼 팽창할 수 있다. 초임계 물질을 이용하면 터빈 등 발전소 핵심 장비 체적을 2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동일 질량에서 밀도가 큰 만큼 부피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CO2의 임계점은 섭씨 31도, 7.38메가파스칼(MPa)이다. 대기압(0.1MPa)의 74배 압력만 가해 주면 실온에서 초임계 상태로 만들 수 있다. 반면 물은 임계점이 374도, 220.6MPa에 달해 초임계 상태로 만들기가 쉽지 않다. CO2는 물에 비해 장비 부식 위험도 적다. 점성이 낮아 마찰 손실이 덜하기 때문이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초임계 CO2 발전은 효율이 높고 소형화가 가능하다”며 “높은 열이 발생하는 모든 곳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선박 엔진에서 나오는 500도가량의 배기열(폐열)을 회수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초임계 CO2 발전은 500도 안팎의 열원을 사용해야 상용화 수준의 효율(40%)을 달성할 수 있다.

초임계 CO2 발전의 핵심은 압축기다. 내부에 모터와 축으로 연결된 임펠러(액체의 압력을 증가시키는 회전날개)가 초임계 상태의 CO2를 만들고, 이것이 압축기 외부에 연결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압축기는 모터가 고속 회전할 때 축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원자력연은 3만4000RPM(분당 회전수) 이상 고속 환경에서 압축기를 안정적으로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축 주변에 특수 자석을 설치해 축이 요동치지 않게 고정시키는 기술을 적용했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최대 난제로 꼽히는 압축기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초임계 발전 상용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지원하는 민군기술협력사업으로 진행됐다. 초임계 CO2 발전이 군함 등의 운항 효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 원천기술이기 때문이다. KAIST 원자력및양자공학과, 포스텍 첨단원자력공학부도 참여했다.

두산중공업과 함께 LNG가스터빈을 개발 중인 한국기계연구원도 초임계 CO2 발전에 필요한 터빈 및 열교환기, 펌프 등 시제품을 만들고 250킬로와트(㎾) 출력 실증에 성공했다고 이달 들어 밝혔다. 원자력연과 다른 점은 500도 이상 고온 열원을 사용하는 압축기가 아닌, 저온 열원을 투입하는 펌프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초임계 CO2 발전은 2000년대 들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개발을 주도하면서 국제적으로 기술 경쟁에 불이 붙었다. 아직 상용화한 곳은 없다. 박무룡 기계연 책임연구원은 “초임계 CO2 발전은 에너지 시스템 효율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한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 신기술”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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