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이란 실천에서 시작되며, 실천을 통해서 처음으로 감각적 직관에 의한 인식이 형성된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불러온 우리 생활 속 인식의 변화는 범지구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예상보다 오랫동안 우리 생활에 머물러 있을 듯하다. 전문가들은 이전의 일상은 더욱 멀어지고,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일상을 맞아야 한다고 일 년 내내 말하고 있다. 그렇게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변화까지 인식의 전환은 이미 많은 것을 바꿔놓고 있다.

우리는 지금 마스크 없이는 살기 힘든 시대를 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에게 이미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해 필수품이 되기 시작한 마스크. 그러나 코로나19는 세계적인 팬데믹을 만들어냈고, 그전까지만 해도 필요에 따라 한정적으로 쓰이던 마스크가 관심의 집중을 받게 됐다. 이제는 마스크 없이는 살기 힘든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세계 곳곳에서 마스크로 인한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글로벌 각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생활방역 캠페인 중 하나인 미국 뉴욕주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의 마스크 착용 캠페인 ‘The State of Respect’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무대가 된 대중교통, 어떻게 캠페인을 할 것인가

먼저 이실직고하자면 이번 소재가 직접적인 제약·바이오기업의 마케팅 사례로 볼 수는 없지만, 코로나 시대를 사는 일상 속에서 생활방역과 건강이 매우 밀접한 부분을 차지하기에 마스크라는 소재를 한번 다뤄보고 싶었다. 이 캠페인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인 뉴욕이 배경이다. 이 도시 역시 코로나19로 많은 고통을 겪게 되었고 아직도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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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뉴욕주의 버스, 철도, 지하철 등 교통을 담당하는 MTA가 브루클린의 광고대행사 콘퀴스타도스와 함께 ‘The State of Respect’ 마스크 쓰기 캠페인을 펼쳤다. 코로나 시대에 가장 관리가 시급했던 분야가 대중교통이라는 것은 세계 어디서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코로나19의 장기화와 정체에 따른 뉴욕도 최근 들어 대중교통의 통제를 조금 더 개방적으로 재개함에 따라 뉴욕주 MTA는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장하는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의 인식 속에 생활방역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생활방역에 예술적 해석을 입힐 것

캠페인의 시작은 12종의 포스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문화예술의 도시인 만큼 포스터 하나도 특별하게 만들어졌다. 뉴욕, 시드니, 로테르담, 암스테르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포함한 전 세계 유명 아티스트 12명과 협업을 통해 제작했다. 디지털 광고판 형태로 8000여 곳에 설치된 포스터는 대중교통 이용객은 물론 시민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나섰다.

그렇게 완성된 포스터는 ‘마스크 착용’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뿐만 아니라 콘셉트에 따라 예술적·기하학적 해석에 이르기까지 스타일과 연령, 성별 및 인종에 맞춰 다양한 주제를 담았다. 여러 가지로 해석된 포스터에는 뉴욕주의 지도 모양을 마스크로 형상화해 뉴욕이라는 도시의 캠페인임을 통일성 있게 전달하고자 했다.

마찬가지로 캠페인의 메인 슬로건 ‘The State of Respect’는 뉴요커라고 일컬어지는 시민들이 서로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데 동참하기를 바라고 있다. 존경심의 표현으로써 마스크 착용은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건강이라는 인식의 공감대를 만들기 위한 효과적인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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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구할 것

뉴욕주 MTA 회장 겸 CEO인 패트릭 포이는 캠페인을 알리는 성명에서 “이번 캠페인의 목표는 보편적인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위한 것이며, 이것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코로나 시대를 사는 뉴요커에게 무엇보다 생활방역의 중요성을 알리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자 하는 설득력 있는 메시지와 실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의미다.

본격적인 캠페인은 MTA의 포스터와 함께 15개 버스노선에 ‘마스크 디스펜서’ 도입으로 시작했다. 대중교통 이용 시 적극적인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뉴욕주 대중교통 전반에 걸친 홍보활동을 통해 생활 방역 메시지를 전달하며 캠페인을 확장시켰다.

이 캠페인이 시작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통해 현재는 MTA 이용객의 90% 이상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고 한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임을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만들어졌고 동참하는 것이 올바른 시민의 역할이라는 인식의 변화까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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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

물론 마스크 착용이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건 아니다. ‘The State of Respect’의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만 해도 생활방역을 위한 마스크 착용 자체가 세계 곳곳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도 했다. 이 캠페인 초기에도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시민들이 나왔고 뉴욕주는 이들에게 50달러의 벌금을 부과함으로써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렇게 논란을 가중시킨 요인 중 하나로 문화 인식의 차이가 더욱 큰 걸림돌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자가격리와 셧다운 조치가 맞물려 많은 이의 이견이 갈린 것이다.

질병 확산을 차단하려면 당연한 대책이라는 ‘찬성론’이 있는가 하면, ‘자유로운 삶’이라는 문화적 인식 속에서 마스크 같은 통제의 수단이 오히려 독이 된다고 판단하는 다수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마스크는 환자, 범죄자들이나 쓰는 것이라는 서양 문화의 사회적 편견도 한몫했다. ‘질병으로부터 안전’과 ‘자유 의지’라는 가치가 충돌한 셈이다.

질병으로부터의 예방을 위한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까지, 그 시간 동안 확진자가 쏟아지며 고통받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결과 많은 이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계기가 이제나마 마련됐다. 내 주변, 더 나아가 많은 이가 질병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는 나뿐만 아니라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활방역의 중요성이 대두한 것이다. 그리고 그 기본 중의 하나가 ‘마스크 착용’임을 받아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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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 결국 사람이 바꾸고, 사람이 바뀌는 것

좋은 캠페인은 긍정적인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범지구적인 실천들이 어쩌 면 우리 몸속에 뿌리박혀 있는 오래된 문화적 인식의 차이까지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코로나19를 통해 우리 스스로 지금 이 순간에도 직접 보고, 경험하고, 증명하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한 해를 돌아보며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지금은 ‘사람은 바뀌어야 한다’는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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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국 제일기획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일기획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며 2001년 아트디렉터로 광고계에 입문한 20년차 광고인이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코웨이, 정관장, 쎌바이오텍을 비롯해 국내외 유수 기업의 영상, 인쇄, 디지털 등 다양한 광고 마케팅을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