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분석] 에이즈 치료제 개발사, 잇따라 中 증시 상장
중국 증시에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치료제 개발사들이 연이어 상장하고 있다. 고가의 외국산 치료제를 국산으로 대체하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 덕분이다.

중국의 바이오·제약 기업인 프런티어 바이오테크놀로지스는 지난달 28일 중국 커촹반(科創板) 시장에 상장했다. 프런티어는 중국 기업 최초로 에이즈 치료제를 개발한 회사다. 이번 상장을 통해 18억 위안(약 3000억 원) 이상을 조달했다.

이 회사의 에이즈 치료제 아이케닝(Aikening)은 2018년 9월 판매를 시작했다. 2019년 매출은 2086만 위안(36억 원)으로 2018년에 비해 992% 급증했다. 이중 중국 매출이 2076만 위안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국 증권업계에서는 아이케닝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케닝은 중국에서 매일 투여할 필요가 없는 유일한 에이즈 치료제다. 주 1회 주사하면 된다. 또 펩타이드 약물로 간 대사를 거치지 않아 간 독성 부작용이 적다. 이와 함께 개발도상국으로 수출 확대를 꾀하고 있다. 해외사업부를 만든 프런티어는 향후 개발도상국에서 아이케닝의 연간 매출이 3억~6억 위안이 될 것으로 전망 중이다.

프런티어에 앞서 커촹반 시장에 상장한 에이즈 치료제 개발사는 장수아이디 파마슈티컬이다. 지난 7월 20일 상장해 1400억 원 이상을 유치했다.

장수아이디는 2014년 한국의 신약 개발사인 카이노스메드로부터 에이즈 치료제 후보물질 ‘KM- 023(ACC007)’의 중국 권리를 인수했다. 2017년 3 월 중국 식품의약품관리감독총국에서 임상 1상을 승인받고 올 5월 임상 3상을 종료, 지난 7월 판매 허가를 신청했다. 1상 승인에서부터 4년 만에 허가 신청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가 KM-023을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판매허가 검토도 신속심사로 이뤄진다. 이르면 내년 초 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장수아이디는 보고 있다.

카이노스메드는 판매 이후 매출의 2%에 대한 경상 기술사용료(로열티)를 받는다. 장수아이디는 KM-023이 하루 한 번 먹는 약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에 갈 필요가 없어서다. 또 3상에서 에이즈 첫 치료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MSD의 에파비렌츠 대비 안전성과 내약성 등의 장점을 확인했다.

이 밖에 천진푸수 바이오테크놀로지, 정저우대·허난리얼 바이오테크놀로지, 상하이 마테리아메디카 연구소·쿤밍 동물학연구소 등이 에이즈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중국 에이즈 치료시장 2027년 1조9000억 원

에이즈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로 발생하는 악성 감염증이다. HIV는 사람의 면역세포를 공격하고 파괴해 면역체계에 손상을 입힌다. 이로 인해 면역 기능이 점차 상실돼 다양한 감염과 종양을 유발하고 사망에 이른다.

HIV는 유전 정보가 리보핵산(RNA)에 저장되는 레트로 바이러스다. 이 때문에 HIV가 면역세포 안에 들어가 유전 정보를 복제하는 데 관여하는 역전사 효소, 프로테아제, 인테그라제 등을 억제하는 방식의 약물이 많다. 중국 보건당국은 각기 다른 기전의 약물 3가지 이상을 조합해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단일 요법에 의한 내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2개 핵산역 전사효소 억제제와 비핵산역전사효소 또는 프로테아제 및 인테그라제 억제제 조합이다.

중국은 2004년부터 HIV 보균자에게 무료로 치료제를 제공하고 있다. 더 많은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도록 매년 무료 치료제의 범위를 확대해왔다.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의료보험 및 본인 부담 시장도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 에이즈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시장의 성장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중국의 HIV 감염자 수는 2013년 80만9000명에서 2018년 125만 명으로, 연평균 9.1% 증가했다. 유엔에이즈계획은 2018년 말 세계 HIV 감염자가 3790만 명으로 2017년보다 2.7%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의 감염자 증가율은 이를 크게 초과한 것이다.

현재까지 에이즈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다. HIV의 복제를 최대한 억제하고 질병의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는 약물들만 개발된 상태다. 에이즈는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이 된 것이다. 약을 꾸준히 복용한다면 일반인과 같은 생활이 가능하다.

에이즈 치료를 받는 환자가 늘면서 사망자는 감소 했지만, 전체 에이즈 환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이 복용하는 약값도 늘어나고 있어 중국 정부는 합리적인 가격의 국산 치료제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IMS헬스앤드퀸타일스는 중국의 HIV 감염자, 에이즈 확진자, 치료받는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2017~2020년 연평균 증가율을 각각 8%, 15%, 19%로 보고 있다. 2021년에서 2027년까지는 연평균 각각 5%, 6%, 7%로 예상했다.

장수아이디는 이를 감안해 중국의 2027년 HIV 약물시장 규모가 112억6400만 위안(1조90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비중은 금액 기준으로 의료보험이 60%, 정부의 무상치료와 본인 부담이 각각 20%를 차지할 것으로 봤다.

“90% 효능으로도 허가”

중국 정부는 신속심사 외에도 에이즈 치료제 개발에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 대비 90% 수준의 효능 및 안전성을 확보한다면 판매허가 신청을 가능하게 했다.

정연태 카이노스메드 에이즈담당 이사는 “값싸고 널리 유통할 수 있는 에이즈 치료제를 만들라는 것이 중국 정부의 주문”이라며 “중국에서 매년 10만 명의 에이즈 환자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데, 고가의 외국산 약을 계속 수입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요인들이 중국에서 에이즈 치료제 개발이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는 배경이란 설명이다.
중국 주식시장

중국 주식시장은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 4개 시장으로 운영된다.
● 주반(主板, 메인보드)
2개 거래소에서 각각 운영하는 대형주 시장이다. 해외 기관투자가(QFⅡ)와 개인투자자(후선구퉁) 모두 거래할 수 있다. 기업공개(IPO)는 심사허가제다.
● 중소반(中小板)
선전증권거래소에서 운영하는 중소형주 시장이다. 해외 기관투자가(QFⅡ)와 개인투자자(선구퉁) 모두 거래 가능하다. IPO는 심사허가제로 진행된다.
● 촹예반(創業板, 일명 차스닥)
선전증권거래소에서 운영하는 성장주 시장. 해외 기관투자가(QFⅡ)만 거래할 수 있다. IPO는 등록제다.
● 커촹반(科創板)
상하이증권거래소에서 운영하는 혁신기업 전용 시장이다. 해외 기관투자가(QFⅡ)만 거래 가능하고, IPO는 등록제로 진행된다.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