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코텍은 인산화 효소(키나제·kinase)의 활동을 막는 신약을 만드는 회사다. 윤태영 오스코텍 대표는 “우리 몸엔 약 500종류의 인산화 효소가 있는데 이를 선택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면 여러 질병을 고칠 수 있다”며 “순차적으로 기술이전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코텍은 2015년 7월 유한양행에 인산화 효소 저해제인 리보세라닙을 기술이전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다시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인 얀센바이오테크에 12억5500만 달러를 받고 기술이전했다. 오스코텍은 인산화 효소 저해제에선 국내에선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인산화 효소 자체는 몸에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세포 밖에 있는 각종 신호를 세포 안의 DNA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매개가 된다.

레이저티닙은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인산화 효소 저해제다. 암 세포 표면엔 상피세포성 장인자수용체(EGFR)라는 수용체와 여기에 연결된 인산화 효소인 TKI가 있다. 이들은 한 몸이다. 외부 성장인자가 EGFR과 결합하고, 이 신호가 TKI를 통해 DNA에 전달되면서 암 세포가 증식한다. 합성의약품인 레이저티닙은 세포 안으로 들어가 TKI의 신호를 방해한다. 얀센은 EGFR을 죽일 수 있는 항체 아미반타맙과 레이저티닙을 함께 넣는 이중항체 신약을 개발 중이다. 세포 안과 밖을 함께 공격하는 것이다.
자료 : 오스코텍
자료 : 오스코텍

객관적 반응률 100%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30%는 EGFR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다. 큰 범주에서 레이저티닙이 쓰일 수 있는 대상이다. 이들에겐 보통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와 로슈의 타세바가 1차 치료제로 쓰인다. 1차 치료제의 내성이 생긴 환자의 45~50%는 다시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2차 치료제로 쓰인다. 레이저 티닙은 타그리소와 직접 경쟁을 하거나 타그 리소에 내성이 생긴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하고 있다.

임상 결과도 잘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오스코텍은 비소세포폐암 환자 91명을 대상으로 한 레이저티닙과 아미반타맙의 병용 임상 1b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임상에서 타그리소에 대한 내성이 있는 환자에 대해선 객관적 반응률이 36%로 나타났다. 항암 치료를 받지 않고, EGFR 액손19 결실 또는 L858R이 변이된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객관적 반응률은 100%였다. 객관적 반응률은 일정 기간 내 종양 크기가 줄어든 환자 비율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바이오 기업이 기술이전한 약물에서 나온 첫 데이터 서프라이즈”라고 평가했다. 윤 대표는 “타그리소와 비슷한 효능을 내지만 아미반타맙과 함께 쓰이면 확실히 더 나은 약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개발사인 오스코텍과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는 기술이전 금액 및 경상기술료의 40%를 나눠 받는다. 지난 6월 두 회사는 유한양행이 받은 기술이전 금액의 40% 인 1190만 달러를 받았다.

레이저티닙 이을 SKI-O-703

‘SKI-O-703’은 오스코텍이 레이저티닙 후속으로 중점 개발하고 있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SYK란 인산화 효소를 억제해 류머티즘 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7개국에서 임상 2a상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인산화 효소 저해 방식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는 JAK를 타깃으로 했다. JAK
는 염증을 일으키는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이 수용체를 통해 세포 안으로 들어올 때 이 신호가 DNA에 전달되도록 돕는 인산화 효소다. JAK의 활동을 억제하면 DNA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아 질병이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신약이 화이자의 젤잔즈(Xeljanz)다. 최초의 경구용 자가면 역질환 치료제다.

사이토카인에 반응하는 인산화 효소는 JAK 외에도 여러 개가 있다. 이 중 하나가 오스코텍이 신약을 개발 중인 SYK다. 윤 대표는 “항체 바이오 의약품은 병원을 방문해 주사를 맞아야 하는 단점이, 젤잔즈의 경우 다른 인산화 효소까지 저해해 몸의 전반적인 면역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SKI-O-703은 SYK 등 일부만 선택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질병에 따라 항체 바이오 의약품이 더 좋을 수도, JAK 저해제가 더 좋을 수 있기 때문에 임상을 거쳐 올바른 치료법을 고안해야 한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오스코텍은 오는 12월 SKI-O-703에 대한 임상 2상 중간 결과를 받아 기술이전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가 많다는 설명이다.

주목받는 백혈병 치료제

또 다른 신약 후보물질은 급성골수성백혈병(AML) 치료 신약 ‘G801’이다. 백혈구가 악성 세포로 바뀌어 골수에서 증식해 말초혈액으로 퍼져 나와 온몸을 침범하는 질환이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CML)의 경우 1~3세대 신약이 골고루 개발돼 오랜 기간 공급돼 생존율이 높은 편이다. 반면 AML은 재발률이 최대 50%에 이른다. 세포독성 항암제를 통해 60~80%의 높은 완치율을 보이지만 완전 관해에 도달한 환자의 최대 50%가 재발을 경험한다.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는 3년 생존율이 30%도 되지 않는다.

오스코텍은 AML 백혈병 환자의 20~30% 정도가 FLT3에 변이가 나타난다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찾았다. 변이가 생긴 FLT3를 고치는 방식이다. 현재 말기 AML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a상을 거의 마쳤다. 윤 대표는 “기대 이상의 높은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G801은 AXL 저해 효과도 있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AXL이란 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로 암세포의 이동과 전이, 약물 내성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상인에겐 거의 나오지 않고 암 환자에게 나온다. 윤 대표는 “내년 초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임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코텍은 신약 후보물질 다변화에도 나서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인 아델의 치매 치료 항체를 공동 개발하기로 하는 등 신규 전임상 파이프라인 확보에 나섰다.
자료 : 오스코텍
자료 : 오스코텍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