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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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올 3분기 매출액 약 67조원을 기록하며 분기 실적의 새 역사를 썼다. 스마트폰 부문과 가전 사업이 실적을 견인하고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던 반도체 부문이 선방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뚫어냈다.

다만 전문가들은 4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은 3분기에 비해 다소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매출 '사상 최대치'·영업익 '2년 만에 최대 실적'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6조9642억원, 영업이익 12조3533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일 공시했다. 지난 8일 발표한 잠정실적(매출 66조원·영업이익 12조3000억원)보다 다소 증가한 수치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직전 2분기보다 26.43%, 51.64%씩 크게 증가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도 각각 8%와 58.53% 올랐다.

매출은 분기 실적으로 종전 분기 최고치인 2017년 65조9800억원을 넘어서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영업이익은 '반도체 슈퍼 호황기'로 불리는 2018년 4분기(10조8000억원) 이후 7분기 만에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같은해 3분기에 기록한 17조5700억원에 이어 2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당기순이익은 9조3607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68.51% 크게 늘었고 영업이익률 역시 18.4%로 1분기(11.6%)와 2분기(15.4%)보다 개선됐다.

당초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11조원대도 수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 속에 이 같은 호실적을 낸 것은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 제재로 '반사이익'을 거둔 IT·모바일 부문(IM)과 북미·유럽 등지에서 펜트업(억눌린) 수요가 강하게 나타난 소비자가전 부문(CE) 등 세트 부문의 호조가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시설투자는 3분기 8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업부문별로는 반도체 6조6000억원, 디스플레이 1조5000억원 수준이다. 3분기 누계로는 25조5000억원이 집행됐고, 반도체 21조3000억원, 디스플레이 3조1000억원 수준이다.

시설투자를 사업별로 보면 메모리는 향후 수요 증가 대응 등을 위한 첨단공정 전환과 증설 투자가 전년 대비 증가가 예상된다. 파운드리도 극자외선(EUV) 5나노 공정 등 증설 투자로 늘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는 QD 디스플레이 생산능력과 중소형 신기술 공정 중심으로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선방에 스마트폰·가전 사업 호조에 웃었다

사업부 실적을 살펴보면 반도체 부문 매출은 18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5조5400억원을 기록했다.

주력 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3분기 내내 하락했음에도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경우 원가 개선 노력과 함께 모바일과 PC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신규 게임 콘솔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판매를 확대해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또한 미 정부의 규제를 앞두고 반도체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화웨이의 긴급 주문이 몰리면서 3분기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격 하락에도 불구 견조한 수요 속에 기존 예상치 대비 출하량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회복세에 따른 DDI(Display Driver IC), CMOS 이미지센서(CIS) 등 주요 모바일 부품 수요가 증대됐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은 퀄컴 등 굵직한 신규 수주가 늘어나며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바일 수요 회복과 함께 HPC용 수요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DP) 부문에서는 매출 7조3200억원, 영업익 4700억원을 거뒀다. 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의 경우 초대형 TV, 고성능 모니터 패널 판매 증가와 함께 액정표시장치(LCD) 평균 판매 가격 상승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가 소폭 개선됐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사업은 주요 고객들의 신제품 판매 확대와 대형 패널 수급 환경 개선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삼성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납품한 애플의 '아이폰12' 출시 일정이 예년 대비 지연돼 다소 부진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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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부문은 매출액 30조4900억원, 영업이익 4조4500억원을 달성했다. 삼성전자가 IM 부문에서 4조원대의 영업익을 넘긴 건 13분기 만에 처음이다.

북미 등 주요 국가들에서 갤럭시노트20, 갤럭시Z폴드2 등 프리미엄 신제품 출시 등으로 스마트폰 판매량이 약 50% 급증했다. 규모의 경제 효과가 확대되고 비용 효율 제고로 수익성이 개선돼 전분기 대비 실적이 대폭 늘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매출 증가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와 더불어 비용 효율 제고 노력과 효율적인 마케팅비 집행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며 "태블릿과 웨어러블 제품 판매가 증가한 것도 이익 확대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사업에서는 미국 버라이즌과 대규모 이동통신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5세대 통신(5G) 사업 성장 기반을 강화했다.

소비자 가전(CE) 부문은 14조90억원의 매출액과 1조5600억원의 영업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와 전분기 대비 실적이 모두 크게 개선됐다. 삼성전자가 CE부문에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CE 부문 호실적 배경으로 각국의 경기 부양 효과, 주요 국가 중심으로 펜트업 수요 효과, TV와 생활가전 시장 수요 증가를 꼽았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역량으로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했다는 설명이다.

TV 사업의 경우 증가한 TV 교체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최근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QLED, 초대형TV 등 프리미엄 제품 마케팅으로 판매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생활가전은 에어컨의 판매가 태풍 등 영향으로 전통적인 성수기임에도 판매량이 다소 부진했지만 비스포크(BESPOKE) 냉장고, 그랑데AI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위생 가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건조기, 에어드레서 등의 판매도 증가하며,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불확실한 4분기 실적"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이 3분기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반도체 사업의 경우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이 예상되고, 모바일은 애플 등 경쟁사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4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D램의 경우 서버 수요 약세는 지속되나, 모바일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1z 나노 D램' 전환을 확대하고 적기 판매를 통해 원가 경쟁력 강화를 지속할 방침이다.

낸드플래시는 모바일과 노트북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6세대 V낸드 전환 확대를 지속 추진해 기술 리더십과 원가 경쟁력을 제고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엔 모바일 수요 강세와 5G 확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수요를 파악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첨단공정 전환 가속화로 제품 경쟁력을 지속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LSI 사업은 최첨단 5나노 공정을 적용하고 5G 모뎀을 내장한 원칩 SoC 제품 공급을 본격화해 모바일 SoC사업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파운드리 사업에선 3분기처럼 최대 매출을 지속 갱신하도록 모바일 SoC와 HPC용 제품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엔 파운드리 사업에서 모바일 외에도 HPC·네트워크 등 응용처 다변화를 지속 추진하고 대형 고객을 추가 확보해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부문은 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 확대를 통해 매출과 수익성을 개선하는 한편, 신기술 기반의 사업구조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변화,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나 초대형·초고화질·라이프스타일 TV 판매를 확대하고 생활가전 사업의 경우 효율적 마케팅과 온라인·B2B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