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28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의 성장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KT  제공
구현모 KT 대표가 28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의 성장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KT 제공
KT가 통신회사에서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정보기술(IT)을 결합해 기업의 디지털 전환(DX)을 돕는 기업 간 거래(B2B)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B2B 서비스 브랜드 ‘KT엔터프라이즈’도 새로 내놨다. 성장 가능성이 큰 디지털 전환 분야를 선점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AI·빅데이터·클라우드로 B2B 공략

구현모 KT 대표는 28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KT는 텔코(통신회사)가 아니라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회사)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취임한 구 대표가 공식 기자간담회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 대표는 “KT는 한때 통신 매출이 100%였지만 지금은 전체 매출의 40% 정도를 통신이 아닌 곳에서 내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을 성장동력과 혁신의 계기로 삼아 가열차게 달려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KT는 이날 기업 부문의 새로운 브랜드 KT엔터프라이즈를 공개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파트너’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플랫폼 역량을 기반으로 시장 발굴에 나선다는 목표다.

구 대표는 “지난 4년 동안 AI와 빅데이터 사업을 하면서 이 분야가 돈과 연결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며 “기술을 특정 분야와 결합해 사업적 가치를 만드는 능력이 중요한데, KT는 이런 역량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분야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구 대표는 “KT는 2010년 10월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한 토종 클라우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분야 1위 사업자”라며 “함께 클라우드에 진출한 기업들이 모두 서비스를 접었지만 우리는 10년 동안 2조원을 투자해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분야 기술과 인력 확보를 위해 올해 AI 분야에서 선보인 산학연 협력체 ‘AI 원팀’과 비슷한 ‘클라우드 원팀’을 조만간 출범한다.

“비통신 매출 50%까지 올릴 것”

올 3월 취임한 구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오래된 숙제’ 두 가지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바로 케이뱅크 증자와 케이블TV 인수였다. 그는 “케이뱅크를 주도해 만들었지만 증자가 안 돼 후발주자인 카카오뱅크에 뒤처졌던 상황”이라며 “다행히 문제가 해결돼 비씨카드가 1대 주주가 됐고 증자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기 위해 현대HCN 인수 계약을 체결해 정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숙제를 해결한 구 대표의 관심은 ‘내실 다지기’와 ‘구조적 변화 준비’로 바뀌었다. 구 대표는 “먼저 어떤 영역에서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 방향을 정하고 인력과 역량을 키웠다”며 “광역본부 조직 개편이나 신사업을 주도적으로 담당하는 BDO그룹 도입, 비대면 업무 형태 정착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정한 방향이 B2B 사업이다. 그는 “디지털 전환 사업 외에도 로봇사업단, 디지털바이오헬스 분야 조직을 만들었다”며 “내년에는 가시적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구 대표는 “KT의 B2B와 미디어, 플랫폼 등 비통신 분야 매출은 전체 매출의 35%, 금액으로 따지면 전체 15조원 가운데 5조원 정도”라며 “2025년까지 매출 20조원, 비통신 분야 비중은 50%로 끌어올리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