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로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 국내 1위 업체인 메디톡스가 올해에만 두 번째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9일 “국가 출하 승인을 받지 않고 중국에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팔았다”며 해당 제품에 대해 이 같은 제재 처분을 내렸다.

“메디톡신 즉각 회수하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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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는 이날 “메디톡스가 국가 출하 승인을 받지 않거나 표시 기재 규정을 위반(한글 표시 없음)한 제품을 판매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해당 제품 회수·폐기 명령을 내렸다. 제재 대상은 메디톡신주 전 제품과 코어톡스주의 일부 제품이다. 국가 출하 승인을 받지 않고 판매한 제품은 메디톡신주 50·100·150·200단위와 코어톡스주의 일부 제조 단위다. 메디톡신주 50·100·150·200단위 일부는 한글 표시 없이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 절차에도 착수했다. 의료인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련 단체들에 사용 중지도 요청했다.

"승인없이 中 수출"…메디톡스 보톡스 허가 취소
보툴리눔 톡신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의 중국 무허가 수출은 이 회사 제품을 납품받아 중국에 수출하던 의약품 도매상 치우에 의해 알려졌다. 메디톡스와 치우는 2013년 5월 15일 보톡스 제품과 필러의 중국 유통을 위한 공급 계약을 구두로 맺었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4월 5일까지 치우에 약 329억원 규모의 제품을 공급했다. 메디톡스 측은 이 가운데 물품대금 약 105억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물품대금 미지급이 사기에 해당한다며 형사고소도 진행했다.

치우도 맞대응에 나섰다. 메디톡스를 서울 성동경찰서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약사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중국에서 허가받지 않은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파는 건 불법이다. 중국 시장에서 승인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은 엘러간의 ‘보톡스’와 중국 란저우생물학연구소의 ‘BTXA’밖에 없다. 그동안 보툴리눔 톡신 업계는 관련 제품을 따이궁(보따리상) 등을 통해 암암리에 중국에서 불법 판매·유통해왔다. 치우 측은 “중국 시장 내 유통이 계약 당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치우 측은 메디톡스 동북아사업팀이 중국 수출 관련 의약품 유통업체를 직접 관리해 사실상 중국 밀수출에 관여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식약처 악연…두 번째 허가 취소

식약처가 이날 메디톡신과 코어톡스의 허가 취소 작업에 돌입한 건 치우가 메디톡스의 약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도 요청했기 때문이다. 약사법에 의거해 국가 출하 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이 수출될 경우 형사 처벌과 허가 취소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식약처는 치우 측에도 약사법 위반 혐의로 판매 업무 정지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송전 탓에 양사 모두 치명타를 입는 셈이다.

메디톡스가 제품 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4월 식약처는 “허가 내용과 다른 원액으로 만든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팔았다”며 허가 취소와 판매 중지 결정을 내렸다. 검찰 수사와 식약처 조사 등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2012년 말부터 2015년 중반까지 임상시험이 완료되지 않은 무허가 원액으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생산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국내 판매용과 달리 수출용 의약품은 약사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며 “해당 행정처분에 대해 취소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김우섭/이주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