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1세대 바이오기업 헬릭스미스(옛 바이로메드)가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에 몰렸다. 그동안 고위험 헤지펀드 등에 투자해 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공개하면서 연말 추진중인 2800억원대 유상증자 불확실성이 커졌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16일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일정의 지연, 연기로 연내 납입이 어려워지면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헬릭스미스는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 비율이 33.25%를 기록했다. 최근 3년 중 2개년도에서 해당 비율이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에 편입된다. 해당 비율이 54.36%를 기록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50%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헬릭스미스가 지난달 17일 2816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실시를 공표한 배경이다.

유상증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헬릭스미스는 그간 공개하지 않았던 사모펀드 투자 현황을 공개했다. 2016년부터 최근 5년간 이 회사가 투자한 고위험자산 투자금은 264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7·8월 코리아에셋증권, 옵티멈자산운용이 운용하는 팝펀딩 관련 사모펀드 3곳에 총 390억원을 투자했다. 이 사모펀드 3곳은 모두 최초 만기일이 도래했지만 아직 315여억원을 상환 받지 못했다. 독일 헤리티지 DLS에도 25억원을 투자했지만 투자금을 전액 돌려받지 못했다. 헬릭스미스는 투자금 모두를 회수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동안 투자액 일부에 대해서만 회계 상 평가손실로 인식해왔다.

유상증자 성공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8월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당시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향후 2년간 유상증자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헬릭스미스는 유상증자 일정을 이달 초 일주일 미루기도 했다.

김 대표가 자금 부족을 이유로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주주들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유상증자 계획 발표일이었던 지난달 17일 5만22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16일 3만750원으로 41.1% 급락했다. 신주 예정 발행가는 현재 주가를 상회하는 3만8150원이었다.

이번 유상증자에 실패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원리금을 지급해야 하는 사모 전환사채(CB) 1097억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보유한 현금을 통해 해당 CB를 상환할 계획이지만 연결재무재표 상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93억여원에 불과하다.

유상증자에 성공해도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유상증자 성공 시 김선영 대표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12.14%에서 9.48%로 줄어든다. 김 대표가 아들에게 주식을 상속하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매각한다면 지분율이 더 줄어들면서 김 대표의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김 대표는 아들에게 증여를 시도했으나 지난해 10월, 지난 9월 두 차례 취소한 바 있다. 일부 주주들은 경영권 행사에 관여하기 위해 소액주주로부터 주주 권한 행사 위임장을 접수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연구개발비를 지난해 일시적으로 비용처리를 했고 이후로 회계를 보수적으로 처리해 임상개발비용을 무형자산으로 계산하지 않고 모두 비용 처리 하면서 관리종목 이슈가 발생했다”며 “공시한 대로 유상증자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