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스티븐 잡스 극장에서 진행된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아이폰12를 소개하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망과 호환되는 '아이폰12' 시리즈는 지난 3년간 세 가지 모델로만 출시했던 것과 달리 아이폰12, 아이폰12 미니(mini), 아이폰12 프로(Pro), 아이폰12 프로 맥스(Pro Max) 네 가지 모델로 구성됐다/사진제공=애플코리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스티븐 잡스 극장에서 진행된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아이폰12를 소개하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망과 호환되는 '아이폰12' 시리즈는 지난 3년간 세 가지 모델로만 출시했던 것과 달리 아이폰12, 아이폰12 미니(mini), 아이폰12 프로(Pro), 아이폰12 프로 맥스(Pro Max) 네 가지 모델로 구성됐다/사진제공=애플코리아
"5G를 통해 아이폰에 새로운 시대를 연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애플의 첫 5세대 통신(5G) 스마트폰 '아이폰12'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정작 5G 주파수 대역을 지원하지 않는 일부 국가 웹사이트에선 '5G 지원'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5G 통신장비가 보급되지 않은 인도를 비롯해 일부 유럽 국가 홈페이지에 업로드 된 아이폰12 소개 자료에서 5G 관련 내용을 대부분 뺐다. 미국에서 '초고속' 등의 어구를 활용해 5G를 여러 차례 강조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팀 쿡 CEO의 설명대로 아이폰12 시리즈의 핵심은 5G다. 아이폰12 시리즈 4종 모든 모델이 5G를 지원한다. 특히 미국 내 아이폰12에 한정해선 '진짜 5G'를 구현할 수 있는 28기가헤르츠(GHz) 대역 '고주파 밀리미터파' 지원 안테나가 장착된다. 기존 롱텀에볼루션(LTE) 대비 20배 빠른 통신 속도의 아이폰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최대 통신사 버라이즌과도 손을 잡고 '진짜 5G' 특별 서비스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발표 직후 일부 국가에선 아이폰12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왔다. 인도 등 5G 네트워크 장비가 구축되지 않은 국가엔 '그림의 떡'일 뿐이라서다. 5G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은 국가에도 애플은 4종 모두 값비싼 5G 모델로만 출시한다.

정보통신(IT) 관련 유명 트위터리안 이샨 아가르왈은 "애플은 인도에서 5G가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5G가 구축되지 않은 국가에선 5G 홍보 내용을 뺐다"고 말했다.
애플 '아이폰12 프로'/사진제공=애플코리아
애플 '아이폰12 프로'/사진제공=애플코리아
더 큰 문제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갖고 있는 국내에서도 아이폰12의 '진짜 5G'를 누릴 수가 없다는 점이다. 버라이즌에 따르면 28GHz 대역의 고주파를 이용하는 밀리미터파 서비스를 지원하는 아이폰12의 다운로드 최대 속도는 4.0Gbps, 최대 업로드 속도는 200Mbps에 달한다.

현재 국내 5G 서비스는 3.5GHz 대역만을 사용하고 있다. 3.5GHz 대역의 최고 데이터 전송 속도는 LTE 대비 약 4~5배지만, 아이폰12의 20배 빠른 28GHz의 초고주파 대역을 이용할 수 없다. 이동통신 3사와 정부 역시 추후 28GHz 대역망을 설치하더라도, 효용성이 높은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우선 공략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밀리미터파 웨이브를 지원하는 아이폰12 미국 제품을 '직구(해외 직접구매)'를 통해 구입하더라도, 국내에선 장비 구축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다른 5G 제품과 차별화를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5G에 대한 의구심은 애플이 공을 들인 미국에서도 나오고 있다. 애플과 손잡은 버라이즌의 밀리터리파 서비스인 '버라이즌 5G 울트라 와이드밴드'는 미국에서도 뉴욕 등 일부 도시에서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는 "울트라 와이드밴드가 도입된 도시 외에도 연말까지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등을 포함해 미국 60개 도시에서 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애플 신제품 발표회에서 '버라이즌 5G 울트라 와이드밴드'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애플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애플 신제품 발표회에서 '버라이즌 5G 울트라 와이드밴드'를 소개하고 있다/사진제공=애플
일각에선 버라이즌이 이처럼 전국망 구축에 나선다고 해도 향후 몇 년 간은 미국에서도 '5G 품질 논란'에 시달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주파일수록 전파가 휘어지는 성질이 약해 커버리지가 좁다. 28GHz의 경우 3.5GHz 커버리지의 10∼15% 수준에 불과해 더 많은 기지국을 필요로 한다는 얘기다.

IT매체 더버지는 "버라이즌 5G 울트라 와이드 밴드는 속도가 매우 놀랍지만, 5G가 터지는 지점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CNBC는 "아이폰12의 고주파 밀리미터파 속도는 미국 내에서도 도시 지역에만 한정되며 도시 안에서도 신호 범위가 한정돼 벽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