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면역 논쟁 키운 그레이트배링턴 선언

"취약계층 보호하고 건강한 사람은 집단면역" 주장에
만명 넘는 의료·공중보건학자 동의

논쟁 확산되자 "과학적 근거 없고 위험" 국제학술지 비판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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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면역을 둘러싼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 이달 초 마틴 컬도프 하버드대 교수 등이 '고령층 등 취약계층은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고 사망위험이 낮은 건강하고 젊은 사람은 코로나19에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을 발표하면서다. 지난 15일 영국의학학술지 랜싯에 이 선언이 '과학적 근거없다'는 논평이 올라오면서 세계 과학계가 치열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논쟁 불지핀 그레이트배링턴 선언
집단감염을 둘러싼 논쟁은 이달 4일 컬도프 교수와 수네트라 굽타 옥스퍼드대 교수, 자얀타 바타차리야 스팬퍼드 의대 교수 등이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작은 마을 그레이트 배링턴에서 작성돼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자신들을 감염병 역학자와 공중보건 과학자라고 밝힌 이들은 "일반적인 코로나19 정책이 신체와 정신건강에 미치는 피해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집중된 보호'라는 접근 방식을 권장한다"고 했다.

고령층 등 취약계층 보호를 코로나19 공중보건 대응의 중심 목표에 둬야 한다는 취지다.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사망할 위험이 적은 사람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코로나19에 자연 감염돼 면역을 얻고 이들에게 투입될 방역 시스템을 고위험군 등 취약계층 보호에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노인이 많은 양로원은 면역력 있는 직원이 근무하고 외부 사람은 PCR 검사를 수시로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은퇴해서 집에 거주하는 사람은 식료품이나 필수품을 집으로 배달 받아야 하고 가능하면 실내보다 외부에서 가족을 만나야 한다고도 했다.
○"건강한 사람은 일상생활 시작해야" 주장
취약계층이 아닌 사람은 바로 정상적인 삶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손을 자주 씻고 아플 때 집에 머무는 간단한 수칙은 지켜야 하지만, 학교와 대학 등은 대면 교육을 시작하고 스포츠 활동도 재개돼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위험이 낮은 젊은 성인은 재택이 아닌 회사에서 정상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 식당 등 자영업자들도 사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은 "예술, 음악, 스포츠, 문화 활동을 재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 집단 면역을 얻은 사람이 취약한 사람을 보호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코로나19 때문에 유지하는 폐쇄적 방역 정책이 다른 건강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코로나19 방역 대응 때문에 아이들 예방접종률이 떨어지고 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암 검진이 줄고 정신건강이 악화되는 등 장·단기 공중보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노동층과 젊은 구성원은 이로 인한 부담을 짊어지게 되고 이는 앞으로 수년 내 사망률이 높아지는 원인이 될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은 "백신을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폐쇄 조치를 유지하면 취약계층이 불균형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조치의 근거는 코로나19에 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들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이들은 "노약자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험은 젊은 사람보다 1000배 이상 높다"며 "어린이는 독감 등 다른 질환보다 코로나19가 덜 위험하다"고 했다.

건강한 많은 사람에게 자연적으로 면역이 생기도록 하면서 백신을 통해 보조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의 목표는 집단면역에 도달할 때까지 사망률과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제 학술지 통해 반박 나선 과학자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제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서한문을 통해 과학자들은 존스노 성명을 발표했다. 1854년 과학적 방식으로 영국 런던에 퍼지던 콜레라가 상·하수도 때문이라는 것을 발견한 의학자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들은 취약 계층을 보호하고 건강한 사람의 집단면역을 만드는 방식을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위험한 오류"라고 평가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 코로나19가 무분별하게 전파되면 모든 인구에서 사망률이 높아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의료시스템이 수용할 수 있는 환자 범위를 넘어설 가능성도 높다.

이들은 또 코로나19에 자연적으로 감염된 뒤 면역력이 계속 유지된다는 근거도 없다고 했다. 코로나19가 길게 유행하는 풍토병이 되면 장기적으로 고위험군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백신 개발 전 수많은 사람을 감염시켜 피해를 키운 다른 감염병과 비슷하게 확산될 위험이 높다고도 했다.
○"지금같은 거리두기, 방역시스템 유지해야" 반박
이들은 존 스노 성명을 통해 "(집단면역을 택하면) 경제와 의료분야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며 "장기화된 코로나19 때문에 누가 고통을 받을지조차 알수 없다"고도 했다.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계층을 선별적으로 보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코로나19에 취약한 사람이 30%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취약한 사람만 격리하는 시스템은 윤리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했다. 대유행으로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구조적 차별이 더욱 악화된 위험이 있다고도 했다.

이들은 "지역사회 확산을 통제하는 것은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법이 개발될 때까지 사회 경제를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코로나19가 쉽게 전파되는데다 계절 독감보다 치사율이 몇배 높기 때문이다.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도 모르고 다른 감기 코로나바이러스처럼 이미 한번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을 재감염 시키는 빈도도 알기 어렵다.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밀집 밀폐된 공간을 피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낮추고 빠른 검사, 추적, 격리를 기반으로 한 방역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서 정치 논쟁으로도 확대
양측 주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16일 오전 11시 기준 '집중 보호와 집단 면역'을 주장한 그레이트 배링턴 선언에 동의 의견을 낸 의료·공중보건학자는 1만1명에 이른다. 의료 종사자는 2만6908명, 일반 시민은 48만4786명 서명했다.

미국에서는 이런 주장이 정치 논쟁으로도 확대됐다. 외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 의학 고문 스콧 애틀러스는 최근 컬도프 교수 등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집단면역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런 고민은 코로나19 장기화 때문에 불거졌다. 실제 유럽 등에서는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커지고 있지만 봉쇄 정책이 장기화되면서 국민들의 참여도는 낮아지고 있다. 경제 파급이 큰 봉쇄 정책을 펼쳤지만 코로나19 유행이 끝나지 않는 것은 방역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반면 이런 주장이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집중 보호'와 '집단 면역'에 반대하는 존 스노 성명에 자신의 실명을 걸고 참여한 학자들은 1200명에 육박한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ABC방송에 출연해 집단면역은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파우치 소장은 "(집단면역을 하면) 병에 걸려 심각한 상태에 놓일 사람이 급증할 것이라고 했다. 건강하게 보이는 사람도 실제로는 코로나19에 취약한 상태일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사람을 선별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파우치 소장은 "감염병 질환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그게 위험하고 더 많은 취약계층 감염을 일으키고 결국 입원과 사망에 이르게 할 것이라고 답할 것"이라며 "그래서 그것을 터무니없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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