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팩토 "모든 암에 병용 가능한 항암제 만들겠다" [김우섭 기자의 바이오 탐구영역]

항암제를 만드는 메드팩토(114,700 -4.26%)를 다녀왔습니다. 암세포를 둘러싼 주변 환경(종양 미세환경)을 개선해주는 치료제 ‘백토서팁’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암 세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TGF-β라는 물질을 많이 분비합니다. TGF-β는 암세포 수비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면역 기능의 일환으로 등장하는 면역팀인 NK세포와 T세포의 활동을 막습니다.

메드팩토는 TGF-β 분야 세계적인 과학자인 김성진 대표가 이끌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암연구 소 재직 당시 TGF-β의 존재를 처음 발견한 것도 김 대표의 스승이었던 NIH의 마이클 스 폰 박사였죠. 국제 과학논문인용색인(SCI) 학술지에 TGF-β와 관련한 20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4200회 정도 인용됐습니다.

TGF-β분야 세계 최고 전문가가 이를 이용해 항암제를 만드는 겁니다. 김 대표는 “전 세계에서 TGF-β 저해 방식으로 여러 임상이 진행 중이지만 메드팩토가 가장 앞서있다”고 자신했습니다.
○TGF-β이용한 항암제
메드팩토 "모든 암에 병용 가능한 항암제 만들겠다" [김우섭 기자의 바이오 탐구영역]

TGF-β를 저해하는 항암제를 개발하려는 노력은 1980년대부터 시작됐습니다.대부분 중단됐죠. 김 대표는 “후보물질이 암 전이는 막지만 원발성 암 크기는 줄이지 못했기 때문” 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암 세포 자체를 완전히 죽이지 못했던 겁니다. 다만 암의 전이는 막을 수 있었죠. 원발성 암을 줄이지 못한다면 항암제로선 큰 가치가 없었던 겁니다.

백토서팁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공격수는 아닙니다. 치료제가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수비수의 역할에 가깝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치료제와 함께 쓰일 때 효과가 더 좋습니다. 메드팩토는 MSD의 키트루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 노바티스의 글리백 등 블록버스터 의약품과 임상시험을 하고 있습니다.

TGF-β에 대해 좀더 자세히 보겠습니다.

암세포는 영리합니다. 공격수(치료제)의 공격을 피하고 자신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일들을 합니다. 대표적으로 TGF-β라는 물질을 많이 분비합니다. TGF-β는 암세포 수비수입니다. 면역 기능의 일환으로 등장하는 면역팀인 NK세포와 T세포의 활동을 막습니다. 이와 함께 암세포 가 혈관을 타고 다른 장기로 퍼지도록 하거나, 새로운 미세혈관을 만들어 암세포가 증식하는 환경을 만듭니다. MSD의 키트루다 등 면역항암제도 TGF-β로 부터 방해를 받습니다.

백토서팁의 작용 기전을 보기 위해 키트루다를 좀 더 살펴보겠습니 다. 이 약물은 면역팀의 일원인 T세포 표면에 있는 면역관문 단백질 PD-1을 억제합니다. PD-1 자체는 나쁜 게 아닙니다. 하지만 암세포 표면에 있는 면역관문 PD-L1, PD-L2와 만나면 무서워집니다.

메드팩토 "모든 암에 병용 가능한 항암제 만들겠다" [김우섭 기자의 바이오 탐구영역]

면역팀인 T세포가 암 세포를 그냥 지나치도록 위장합니다. 키트루다는 PD-1의 활동을 억제해 면역팀의 활동을 돕습니다. 면역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킨다는 뜻에서 면역항암제라고 불리죠.

그러나 키트루다가 모든 암과 바이오마커에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대장암 치료를 할 때 키트루다에 반응하는 바이오마커군은 ‘현미 부수체 불안정 환자군’에 효과가 좋습니다. 전체 대장암 환자의 14% 정도죠. 하지만 나 머지 86%인 현미부수체 안정형 환자군에선 효과가 떨어집니다. TGF-β의 방해를 받기 때문이죠.

TGF-β는 암세포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있는 섬유아세포를 자극합니다. 암세포를 딱딱하게 만들죠. 면역세포는 물론 치료제들도 암세포를 뚫고 가지 못하는 겁니다.
○단독은 어렵지만, 병용치료로 각광
메드팩토 "모든 암에 병용 가능한 항암제 만들겠다" [김우섭 기자의 바이오 탐구영역]

백토서팁은 TGF-β의 활동을 방해하는 치료제입니다. 우선 TGF-β가 다른 장기나 신체 부위로 옮기는 것을 막습니다. 또 암 줄기 세포의 생성도 막죠. 가장 중요한 것은 섬유화가 된 암세포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키트루다와 같은 치료제들이 직접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겁니다.

TGF-β의 존재는 발견된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단독요법의 치료제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치료제 연구를 포기한 이유죠. 하지만 공격수와 함께 쓰이면 얘기가 달라집니 다. 메드팩토는 TGF-β를 30년 동안 연구해 온 김성진 대표를 중심으로 병용치료 임상을 적극 시행하고 있습니다.

노승원 맥쿼리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TGF-β의 사용법을 잘 아는 김 대표가 영리하게 임상을 하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라고 설명합니다. 대장암 임상에서 병용 치료의 효과가 잘 나타납 니다.

키트루다에 반응하는 현미부수체 불안 정 환자군을 제외한 현미부수체 안정형 환 자군 임상을 보겠습니다. 이들 환자에 백토서팁과 키트루다를 함께 썼 더니 반응률이 33.3%가 나왔습니다. 30% 이상 종양이 줄어든 환자가 33.3%였다는 의미입니다. 대장암 적응증은 임상 2상이 진행 중입니다. 치료제에 반응을 보인 환자의 비율인 질병조절률 역시 33.3%를 기록했습니다.

키트루다를 단독으로 쓰면 11.0%에 불과합니다. 메드팩토가 현재 병용요법으로 진행 중인 임 상만 현재 10건입니다. 메드팩토가 기대하고 있는 적응증엔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약 임핀 지와의 병용 치료도 있습니다. 현재 임상 2 상이 진행 중입니다. PD-L1이 음성으로 나타난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이 대상입 니다.

메드팩토가 이들 환자에게 임핀지와 병용 투여를 한 결과, 16.7%의 환자에서 30% 이상 종양 크기가 줄었습니다. 임핀지만 단독으로 썼을 때엔 2.8%의 환자에서만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이 환자들에게선 모두 독성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부작용이 없단 뜻입니다.

팔과 다리, 복부 등에 혹 형태로 나타나는 데 스모이드형 섬유종증 환자 대상 적응증도 임상을 진행 중입니다. 한국에서 진행한 노바티스 글리백(이마티닙)과의 병용임상도 결과가 좋 았습니다. 데스모이드형 섬유종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두 약물의 병용 투여에서 반응 률은 28.6%였습니다. 글리백을 단독으로 투 여했을 경우 반응률은 13.0%였습니다. 현재 하반기 중 임상 2상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논의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다른 약물과 병용 투여 방식으로 임상을 하려면 비용이 많이들 수밖에 없습니다. 임상 을 위해 해당 약물을 구입하는 데에만 연간 수백억 원이 쓰입니다. 다행히도 메드팩토는 원래 약물을 가진 회사들로부터 무료 지원 을 받습니다. 키트루다 병용임상 1500여 건 중 MSD가 키트루다를 제공해주는 임상은 약 150건 밖에 안 됩니다. 메드팩토는 키트루다 무상 지원 등으로 250억 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한다고 합니다.
○임상 3상 환자 수 줄어들듯
메드팩토는 백토서팁이 잘 듣는 환자를 선별 하기 위한 바이오마커 연구를 모든 임상에서 하고 있습니다. 백토서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를 바이오마커로 골라 임상시 험을 하면 임상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개인별 맞춤의학입니다.

바이오마커 연구엔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듭니 다. 여기서 메드팩토의 강점이 하나 더 나타 납니다. 이 회사는 유전자 분석·진단 전문기 업인 테라젠이텍스에서 2013년 스핀오프한 회사입니다. 최대주주는 테라젠이텍스입니다. 바이오마커 선별이나 유전체 분석 등을 협업하고 있습니다. 적잖은 비용을 아끼고 있다고 합니다. 메드팩토는 위암 췌장암 방광암 유방암 식도 암 폐암 등 TGF-β가 많이 분비되는 암 중에 서 백토서팁이 효능을 낼 수 있는지 판별해 주는 바이오마커를 찾아냈습니다. 최종 선별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미국바이오협회에 따 르면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신약의 개발 성공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배 이상 높았다고 합니다.

또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허가를 받은 약 물은 임상 환자 수가 많지 않았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FDA에서도 선별된 환자에게 확 실한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이 증명된다면 조기 판매 승인 절차를 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키트루다의 경우 임상 3상 환자수는 149명에 불과했습니다. 로슈의 항암제인 로 즐리트렉의 경우 임상 3상 환자는 54명뿐이 었습니다. 회사 측은 적응증별로 바이오마커 를 잘 선별하면 데스모이드형 섬유종증 등 희귀질환 분야에선 조기 승인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독성 우려 없다”
업계에선 TGF-β 억제제의 독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TGF-β가 지나치게 억제되면 온몸에 염증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정상세포에서 TGF-β는 염증을 줄여주는 등 순기능을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마 우스에서 TGF-β를 없애버리면 마우스는 3주 만에 죽는다고 알려졌습니다. 김 대표는 “암세포에선 너무 많으면 좋지 않지만 정상 세포에선 순기능이 많다”고 설명합니다. TGF-β 억제제 개발 경쟁자였던 미국의 일라이릴리는 독성 문제 때문에 임상을 포기했 습니다.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가루니서팁 임상 1상에서 간 독성 문제가 나타났기 때문이죠. 메드팩토는 현재 120명을 대상으로 약을 투약했지만 부작용이 나온 환자는 아직 없다고 설명합니다. TGF-β를 일정한 양으로 유지하기 위해 백토서팁을 5일 복용하고 2일 을 쉬는 방식의 투약법도 마련했습니다.

메드팩토 "모든 암에 병용 가능한 항암제 만들겠다" [김우섭 기자의 바이오 탐구영역]

한국에서 TGF-β 저해 방식으로 약물을 만드는 회사는 여럿있습니다. 티움바이오는 기술 수출 성과도 냈습니다. 메드팩토 역시 기술수출 의사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미 파이프라인이 10개 정도에 달해 사업 전체를 이끌어가는 데엔 큰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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