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주사(SC) 형태로 신약을 제조하는 바이오 기업들의 성과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셀트리온이 SC 형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알테오젠이 조 단위 규모의 기술 수출을 성사한 가운데 한올바이오파마도 SC제형 치료제로 임상 3상에 진입한다.
피하주사형 신약 속속 성과…한올바이오파마도 3상 '눈앞'
한올바이오파마는 내년 상반기 항체 치료제인 ‘HL161’로 임상 3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HL161은 중증근무력증, 갑상샘안병증 등 자가면역질환을 대상으로 한 항체치료제다. 우리 몸은 체내에 있는 대표적 항체인 IgG를 세포 내에서 재활용하면서 면역 체계를 유지한다. 재활용이 가능해진 IgG를 세포에서 혈액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하는 게 세포막에 있는 FcRn 수용체다. HL161은 이 FcRn을 막아 체내 IgG 농도를 떨어뜨림으로써 항체가 지나치게 활성화돼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한다.

이 치료제는 다른 경쟁 제품과 달리 SC 형태로 이뤄져 1분이면 투약이 끝난다. 존슨앤드존슨이 지난달 7조6570억원에 인수한 모멘타 등 경쟁사가 개발 중인 FcRn 억제제는 정맥주사(IV)로 병원에서 두 시간 이상 투약을 받아야 한다. SC 투여가 가능하기 위해선 피부 밑에 투여된 약물이 약효를 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양이 혈관에 도달해야 한다. 혈관으로 전달되는 약물의 양을 늘리기 위해 투여량을 증대시킬 경우 피부가 붓는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약물의 농도를 높여 피부가 붓는 부작용 없이 SC로 약효를 내는 데 성공했다. 이 치료제는 미국 로이반트의 자회사인 이뮤노반트가 기술이전 받아 임상 2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이뮤노반트는 임상 3상 진입에 대한 기대로 시가총액이 올 3월 1조2800억원에서 지난 18일 3조8400억원으로 여섯 달 만에 세 배 넘게 뛰었다.

이미 국내에선 SC로 성과를 내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램시마SC’로 지난해 11월 유럽에서 판매 승인을 받았다. 이 치료제만으로 2022년 연매출 1조원을 넘기겠다는 구상이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 제형 제품을 SC로 투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세계 두 번째로 개발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글로벌 10대 제약사와 4조700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대면 접촉이 줄어들면서 병원 체류 시간을 줄이는 SC가 더 주목받고 있다”며 “HL161은 현재 3개인 적응증을 11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