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마치 피처폰 시절의 '가로본능폰'을 연상시키는 올 하반기 주력 스마트폰 'LG 윙'을 출시했습니다.

평소에는 두 개의 디스플레이가 겹쳐져 직사각형의 '바' 형태로 일반 스마트폰처럼 활용하다가, 필요 시 전면의 6.8인치의 메인 디스플레이를 시계 방향으로 90도 돌리면 3.9인치의 숨겨진 세컨드 스크린이 나타나는 새로운 폼팩터(특정 기기 형태)입니다.
사진=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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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윙은 공개 전부터 관심보단 우려가 나왔던 제품이었습니다. 정보통신(IT) 커뮤니티 등에선 '굳이 돌릴 필요가 있을까' '디스플레이를 두 개를 겹처놓았으니 많이 두껍거나 무거우진 않을까' 등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저도 비슷한 입장이었습니만 제품 공개 이후 5일가량 매일 써본 결과 생각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유용했습니다. '스위블(회전가능한) 모드'를 통해 자유자재로 가로와 세로로 변형하고, 'ㅜ' 'ㅏ' 'ㅗ' 형태로 두 개의 화면을 동시에 사용하니 꽤 편리한 곳이 많았습니다.

LG 윙의 스위블 모드를 사용하기 위해 메인 스크린은 밀거나 닫을 때 '착' 소리가 납니다. 또 메인 스크린을 45도만 돌려도 부드럽게 90도로 스위블되다 보니 이른바 '돌리는 맛'이 있습니다. LG 윙을 들고 있다 보면 저도 모르게 계속 회전해보게 됩니다.

스크린이 두 개라는 점을 이용해 사용해 볼 수 있는 가장 큰 경험은 역시 '멀티태스킹'입니다. 'ㅜ'자 모양으로 해놓은 경우 상단의 메인 스크린에선 영상을, 하단에서는 문자와 카톡을 할 수 있습니다. 'ㅏ'자 모양에선 운전 시 세로로 네비게이션을 틀어놓고 보조 스크린으로 음악 앱을 제어하기에 편했습니다. 하나의 앱을 사용하다가 다른 앱을 실행하려면 기존 앱을 잠시 멈춰야 했던 일반 스마트폰에선 느낄 수 없는 LG 윙만의 사용자경험(UX)입니다.

'ㅜ'자 모양에서 세컨드 스크린은 '그립 락' 기능을 활용하면 하나의 손잡이처럼 쓸 수 있습니다. 두께가 10.9mm로 디스플레이가 두 개인 것치곤 얇아서 한 손에 잡히는 그립감도 우려했던 것보단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무게가 260g으로 일반 200g 내외의 일반 스마트폰에 비해선 무거웠습니다.
사진=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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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자 형태의 폼팩터는 단순히 멀티 태스킹 기능에만 특화된 것이 아닙니다. LG 윙만의 독특한 카메라와도 맞물려 활용됩니다. LG 윙에는 세컨드 스크린을 조이 스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짐벌 모션 카메라'가 세계 최초로 탑재됐는데요, 영상 촬영시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감 있게 촬영할 수 있습니다.

후면에는 인덕션 디자인으로 각각 6400만(광각), 1300만(초광각), 1200만(초광각) 3개의 카메라가 장착됐는데, 짐벌 카메라 외에도 후면 카메라와 전면 팝업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해 촬영자와 찍고 있는 화면을 함께 촬영할 수 있는 '듀얼 레코딩' 등 색다른 기능들이 장착돼 있습니다.
사진=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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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디자인의 전면 디스플레이에는 '펀치 홀' 등 기존의 카메라를 위해 뚫어놓은 구멍 대신 시각적으로 걸리적거리는 부분을 없애기 위해 '팝업 카메라'가 탑재됐습니다. 셀피를 촬영할 때만 내장돼 있는 카메라가 튀어나오는 디자인입니다. 낮은 데서도 기기를 떨어뜨리면 알아서 낙하를 감지해 팝업 카메라가 알아서 숨는 것도 눈에 띕니다. 다만 스위블 모드에서는 전면 카메라를 활용할 수 없습니다.

화면을 계속 돌리다 보면 내구성이 떨어질까 염려가 되는데요. 메인 화면 회전 후 돌아오는 스위블 동작을 20만회 이상 반복 테스트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입니다. 또 폴더블폰이 갖추지 못한 생활 방수·방진 기능(IP54)과 미국 국방부 규격의 밀리터리 스펙을 갖췄습니다.
사진=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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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스위블 모드에 최적화 된 앱이 얼마나 많이 나올 것인지 여부입니다. 네이버 웨일 등과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늘리고 있다지만 여전히 스위블 모드가 작동하지 않는 앱도 있습니다. 스위블 모드를 지원하지 않은 앱을 실행시키면 "스위블 다운을 해주세요"라고만 뜹니다. LG전자는 향후 다양한 기업과 협업해 지원 애플리케이션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제 껏 없던 새로운 폼팩터 LG 윙, 과감한 도전일까요 아니면 무리수일까요? 가격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터라 판매량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100만원대 초중반의 가격으로 출시된다면 값비싼 폴더블(접는) 스마트폰의 틈새 시장을 노려 '의외의 선방'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올 2분기까지 21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LG전자는 LG 윙에 이어 내년 상반기엔 옆으로 잡아당기면 내장된 디스플레이가 펼쳐지는 이른바 '롤러블폰'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LG 윙의 흥행 여부를 떠나 '만년 적자' 상황에서도 사용자의 편의성과 경험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폼팩터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LG전자의 향후 행보를 주목해 봐야겠습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