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이어 워치도 보급형 나온다…'콧대 높던' 애플이 왜?
그간 고가 판매 전략을 고수해 왔던 애플이 올 들어 잇따라 중저가의 보급형 제품을 출시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5일(현지시간) 애플은 신제품 공개 행사인 '스페셜 이벤트 2020'을 열고 애플워치 6세대, 아이패드 에어 4세대 등과 함께 첫 보급형 스마트 워치인 '애플워치SE'를 공개했다. 진입(엔트리) 가격은 35만9000원으로, 애플워치 6세대에 비해 18만원가량 저렴하다.

앞서 애플은 지난 5월 50만원대의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SE'를 출시한 바 있다. 애플이 보급형 스마트폰을 출시한 건 약 4년 만이다.

애플이 다음달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력 프리미엄 스마트폰 '아이폰12' 시리즈의 진입 가격은 약 77만1600원(649달러)로 예상된다. 그간 출시됐던 아이폰 대부분이 100만원을 훌쩍 넘겼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것이다.

애플의 보급형 제품은 저렴한 가격에도 수준급 스펙을 갖춘 게 특징이다. 아이폰SE는 스마트폰의 두뇌격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지난해 출시됐던 '아이폰11' 시리즈에 탑재됐던 당시 최신형 칩셋인 'A13 바이오닉'이 탑재됐다.

애플워치 SE는 애플워치 6세대와 동일한 디스플레이를 갖추고도 동일한 가속도계, 상시감지형 고도계와 넘어짐 감지, SOS 요청 기능, 소음 알림 앱 등이 제공된다. 혈중 산소 포화도 측정 등 애플워치 6세대에 탑재한 신규 기능은 탑재하지 않았지만, 새 운영체제인(OS) '워치OS 7'을 기반으로 수면 추적 기능, 손 씻기 안내 기능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애플 '아이폰SE'/사진제공=애플
애플 '아이폰SE'/사진제공=애플
애플이 잇따라 저가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코로나19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대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애플이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서비스' 사업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코로나19 국면 속에서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 2분기(미국 회계연도 기준 3분기) 매출액 약 71조원(569억6000만달러)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거뒀다. 전 분기 대비 약 11% 증가했다.

올해 애플의 호실적 일등공신은 아이폰이 아닌 서비스 사업이다. 올 2분기 서비스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131억6000만달러(약 15조5880억원)를 기록했다. 직전 분기에는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쓰기도 했다. 반면 아이폰을 비롯한 아이패드 등 제품 부문 실적은 오히려 줄고 있는 상황이다.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렸던 스티븐 잡스 애플 창업자를 이어 취임한 팀 쿡 최고경영자(CEO) 체제에서 애플은 제조업체에서 디지털 서비스 기업으로 발돋움 하고 있다. 과포화돼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생태계' 구축으로 이용자들을 가두겠다는 전략이다.

애플은 최근 △클라우드 저장공간을 제공하는 '아이클라우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뮤직' △영화·드라마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TV+' △게임 서비스 '애플아케이드' △뉴스 제공 '애플뉴스 플러스' △'피트니스 플러스' 등으로 구성된 서비스 사업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애플은 이날 자동으로 아이폰이나 애플 TV에서 운동을 시작하면 동기화돼 애플 워치로 측정치가 기록되는 신규 건강관리 서비스인 '피트니스 플러스'와 각종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한데 합친 '애플 원'을 공개했다. 앞서 애플은 지난 4월엔 애플 서비스 지원 국가를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중동 아시아 등 수십개 국가를 새로 추가하기도 했다.

애플은 보급형 제품의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14억명의 인구를 보유한 인도 등 자사의 점유율이 미비한 신흥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차적인 목표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지만 이 안에는 자체 서비스를 통한 애플 충성도 고객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락인 전략'이 내포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의 보급형 전략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2억950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4% 급감했다. 반면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은 이 기간 0.4% 줄어드는 데 그쳤다. 가트너 측은 애플의 선방 이유로 아이폰SE의 판매 호조를 꼽았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은 현재 신규 진입보다는 교체 수요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애플의 중저가 정책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인 가격 정책과 아이폰 유저 확보를 통해 서비스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