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난징동루에 연 카카오프렌즈 1호 매장. 사진=카카오IX
상하이 난징동루에 연 카카오프렌즈 1호 매장. 사진=카카오IX
"여기(카카오프렌즈 캐릭터숍) 오려고 상하이 난징루를 찾아 왔어요."
지난 12일 중국 상하이 카카오프렌즈 1호 캐릭터숍을 찾은 한 방문객은 현지 TV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매장에서 쇼핑하기 위해 특별히 난징루를 찾았다"고 말했다. 방문객 앞에 위치한 계산대에는 늦은 밤까지 캐릭터 상품을 사려는 인파들로 북적였다.

이날 카카오IX는 상하이 번화가인 난징동루에 카카오프렌즈 1호 매장을 오픈했다. 중국 내 첫 번째 매장으로 총 2층 규모(180㎡·약 54평)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인한 한한령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며 롯데쇼핑, 아모레퍼시픽, LG전자, 삼성, 현대차 등 국내 기업이 중국 내 매장 축소·철수를 결정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행보다.
상하이 카카오프렌즈 매장에 방문한 손님. 사진=상하이 방송국 캡처
상하이 카카오프렌즈 매장에 방문한 손님. 사진=상하이 방송국 캡처

카카오프렌즈 매장 오픈 첫날…"3시간 기다려야 겨우 입장"

국내 기업뿐 아니라 까르푸, 월마트, 미스터도넛 등 글로벌 기업까지 최근 '탈중국' 선언을 한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노른자위' 땅에 매장을 오픈해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카오프렌즈 1호점은 '상하이의 명동'으로 불리는 난징동루역 인근 사거리 중앙상점 건물에 위치해 있다. 상하이 프리미엄백화점 신세계다이마루 바로 옆건물이며, 반경 1km 내에 애플, 나이키, 뉴발란스, 스타벅스 등 매장이 즐비해 있는 곳이다.

15일 카카오IX에 따르면 지난 12일~13일까지 주말 이틀간 상하이 카카오프렌즈 매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6000명에 달했다. 오픈 첫날 아침부터 매장을 찾은 인파에 매장 입구부터 긴 줄이 형성됐다. 유명 인플루언서부터 일반 소비자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카카오IX 관계자는 "대기 시간만 3시간에 달할 정도로 소비자 반응이 뜨거웠다"고 밝혔다.

카카오IX는 매장 조성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중국인들이 금색·붉은색을 선호하는 취향을 반영해 매장 천장에 대형 황금 라이언 미러볼을 설치하고 빨간 옷을 입은 라이언 인형을 선보였다. 상하이 대표 음식인 만두 모양의 어피치 쿠션과 키링, 스티커 등 철저한 현지화 상품으로 무장했다. 라이언과 어피치는 프렌즈 캐릭터 중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이다. 주말 사이에 팔린 캐릭터 상품은 1만개 이상에 달한다.

중국 웨이신 내 미니앱(애플리케이션) 형태로 멤버십 클럽 서비스도 시작했다. 상품 정보를 수시로 볼 수 있는 채널을 중국 대표 SNS(애플리케이션)에 심어놨다. 카카오IX는 상하이를 시작으로 내년 5월 베이징 유니버셜 스튜디오 내에도 매장을 오픈하며 중국 내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상하이 난징동루에 연 카카오프렌즈 1호 매장. 사진=카카오IX
상하이 난징동루에 연 카카오프렌즈 1호 매장. 사진=카카오IX

라이언 중국서 통할까…IP 키워 사업 다각화 예상

카카오가 비싼 임대료 부담에도 매장을 연 것은 카카오프렌즈를 세계적 지식재산권(IP)을 지닌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국 시장이 필수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네이버가 자회사 라인을 통해 캐릭터 라인프렌즈를 세계적 IP로 키우고 핀테크 등 사업에 활용하는 것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네이버는 2015년 라인프렌즈를 분사하고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북미지역에 글로벌 스토어만 150개(지난해 기준)를 열었다. IP 역량을 키운 덕에 분사 당시 376억원이던 라인프렌즈 매출은 2019년 2075억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최근 라인은 일본 현지에서 '국민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발판으로 모바일 결제 서비스 '라인 페이'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야후재팬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검색시장까지 확보했다. 향후 인공지능(AI), 커머스(상거래), 핀테크 등 여러 부문에서 사업을 키워 합작법인을 중국의 '알리바바'처럼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카카오IX의 캐릭터숍 역시 이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카카오는 그동안 지적받아온 '내수기업'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캐릭터 IP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카카오는 라인이 주름잡고 있는 일본 대신 중국을 택했다. 중국 사업 리스크를 고려해 상하이 매장 오픈에 앞서 지난해 3월부터 상하이, 대만, 홍콩 카카오프렌즈 팝업스토어를 오픈하고 현지 웨이신(위챗) 채널을 만들어 소비자 반응을 살폈다.

현지 반응은 긍정적이다. 지난해 3월 개설한 중국 위챗 계정에 팔로워 수는 18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카카오프렌즈 계정에는 이모티콘을 비롯해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이용 가능한 이미지와 동영상(움짤), 캐릭터 소개 관련 콘텐츠를 담아 친근하게 다가갔다.

현지 기업과의 라이선스 사업도 순항 중이다. 올 하반기 중국 유명 가전 브랜드 메이디와 콜라보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현지 유통채널 팝마트 입점, 인기 브랜드 로레알과 고디바와도 협업에 나선다. 카카오(6.49%), 카카오게임즈(5.63%), 카카오페이지(6.75%), 카카오뱅크(3.94%) 등 카카오 계열사의 주요 주주로 꼽히는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와의 시너지도 기대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캐릭터 IP는 유통업계 콜라보뿐 아니라 웹툰·영화·게임 등 다른 문화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과거에는 뷰티 등이 인기를 얻었지만 한류 3.0 시대(2010년~)에는 비대면 특화 업종이 신한류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캐릭터 사업은 다른 업종보다 정치적 이슈 영향에 덜 민감한 편"이라며 "상대적으로 압박이 적은 상태에서 매장을 오픈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