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어가던 알뜰폰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가 자급제 고객을 끌어오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활성화 대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알뜰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자급제 바람'에 볕 드는 알뜰폰 시장

가입자 질적 변화 시작됐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알뜰폰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다.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알뜰폰 가입자 수는 731만7830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0.48%에 그쳤다. 알뜰폰 가입자 비중은 2018년 12%대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의미있는 움직임이 적지 않다. 우선 지난달을 기점으로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번호이동 고객이 뚜렷하게 늘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다른 통신사로의 번호이동은 39만9660건으로 이 중 6만1624건이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옮겼다. 알뜰폰을 이용하다가 통신 3사로 넘어간 사례는 5만1715건으로, 알뜰폰은 총 9909명의 가입자를 뺏어온 셈이다.

지난달 출시된 갤럭시노트20의 자급제 모델이 변화를 주도했다는 평가다. 지난 7월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 3사에 5세대(5G) 이동통신 불법보조금 제재를 내린 후 통신 3사가 신규 단말기에 대한 지원금을 크게 줄이면서 자급제 모델을 구입해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노트20 출시 첫주 개통량의 15%가량이 자급제 모델이었다. 갤럭시 시리즈 중 최고 기록이다.

알뜰폰 가입자가 선불요금제 중심에서 후불요금제로 재편되는 점도 고무적이다. 알뜰폰은 선불제 가입 고객 비중이 높았다. 해외 산업연수생, 단기여행자 등 ‘단타성’ 고객이 많아 수익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후불요금제는 가입기간이 길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지만 멤버십, 결합할인 등으로 무장한 통신 3사의 벽이 견고해 고객을 끌어오기 쉽지 않았다.

지난 4월을 기점으로 알뜰폰 시장에서 후불제 가입자가 선불제 가입자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최근 후불요금제 가입자 중심으로 알뜰폰 시장이 재편되는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 전방위 지원책 효과 낼까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에 발벗고 나서면서 시장을 살리는 불씨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달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통신사들의 망 도매대가를 지난해보다 20% 더 내리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이 경우 알뜰폰 업체들이 더 경쟁력 있는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다. 지난달 20일부터는 자급제로 5G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경우 LTE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약관도 변경했다. 이달 초에는 알뜰폰 관련 정보를 한번에 볼 수 있도록 ‘알뜰폰 허브’ 사이트를 개편했다.

알뜰폰 업계도 이 같은 훈풍을 적극 활용하고 나섰다. LG유플러스는 이달부터 ‘참 쉬운 가족결합’ 상품을 알뜰폰 고객에게까지 확대했다.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나 가족이 LG유플러스 계열사의 알뜰폰을 함께 이용하면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종텔레콤 알뜰폰 브랜드 스노우맨은 이달 초부터 갤럭시노트20 울트라에 LTE 무제한 요금제를 가입하면 최대 62만7000원을 지원한다. 5G폰을 자급제로 구매하고 LTE 요금제를 쓰려는 이용자를 유인하기 위한 전략이다. 알뜰폰 업체가 프리미엄폰에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통신사 및 대기업의 알뜰폰 진출도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KT 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는 이달 알뜰폰 시장 진출을 목표로 과기정통부와 사업 조건 및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알뜰폰 사업자 지위를 확보했다.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키우기 위한 기반 인프라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