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김치냉장고 신제품 '비스포크 김치플러스'/사진제공=삼성전자
프리미엄 김치냉장고 신제품 '비스포크 김치플러스'/사진제공=삼성전자
국내 주요 김치냉장고 제조업체들이 김장철을 앞두고 신제품 출시로 소비자 사로잡기에 나섰다. 최근 유례 없는 긴 장마로 배춧값이 '고공행진'을 펼치는 등 '김포족(김장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면서 제조사들은 김치 저장 외에 다양한 기능을 적극 탑재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김치냉장고 시장 규모는 연 1조1000억원 수준이다. 몇 년 전부터 시장이 정체 상태다. 금액 기준으로 1위 삼성전자, 2위 위니아딤채, 3위 LG전자가 각각 30%대의 점유율로 시장 점유율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계절성이 뚜렷한 가전인 김치냉장고 판매 성수기는 통상 9~12월이다. 이 시기에 연간 판매량의 60%가 팔린다. 특히 극성수기인 10~11월은 40%의 판매가 집중된다. 가전업체들이 9월부터 김치냉장고 판매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그러나 본격적인 판매도 전에 업계에선 올해 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예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김포족(김장 포기 족)'의 증가세가 올해 더 늘어날 수 있어서다.

최근 들어서 김장 재료들의 가격 오름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긴 장마와 폭우, 태풍이 잇따라 생기며 고추와 배추 등의 작황이 부진해 농작물의 수확량이 감소했다.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은 급등했는데도 농작물이 수해까지 입으면서 상품성은 오히려 떨어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고춧가루 1kg 소매가격은 3만866원으로 한달 전보다 18.6% 올랐다. 고랭지 배추 1포기는 9748원으로 1만원에 육박한다. 전달 대비 무려 71.6% 급등했다.

이에 따라 제조사들은 김치냉장고를 '특정 계절 제품' 대신 '사계절 가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마케팅 요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치 외에도 다른 제품을 보관하기에 용이하다거나, 세컨드(두번째) 냉장고로 쓸 수 있다는 점 등을 부각하는 식이다.
‘LG 디오스 김치톡톡'/사진제공=LG전자
‘LG 디오스 김치톡톡'/사진제공=LG전자
LG전자 신제품의 경우 위쪽·가운데·아래쪽 각각의 칸에 다양한 식재료 보관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위쪽칸의 경우 좌우 공간을 분리해 공간마다 온도설정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신제품의 경우 △뿌리채소·열대과일을 위한 감자·바나나 모드 △곡류나 와인을 최적으로 보관하는 모드 △육류·생선 모드 △'참맛 육류' 모드 등 17가지 맞춤 보관 기능이 탑재됐다.

위니아딤채는 신제품에 다양한 주류를 최적의 음용 조건에 맞춰 보관할 수 있게 했다. 소주를 슬러시로 마실 수 있게 보관하는 기능 등을 탑재해 젊은 층의 수요를 노렸다. 또 이유식 재료와 샐러드의 맞춤 보관 및 고기의 감칠맛을 살리는 빙온숙성도 들어갔다.

한편 고효율 가전에 대해 정부가 구입 금액의 10%(최대 30만원)를 환급해주는 으뜸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제도의 재원은 지난주 기준 90%가량이 소진됐다. 김치냉장고는 이번 환급정책으로 판매량이 늘어난 대표적인 가전 중 하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으뜸효율 환급 사업을 통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되면서도 고효율 제품을 보다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며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3차 환급 예산에 대한 추가 지원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딤채'/사진제공=위니아딤채
'2021년 딤채'/사진제공=위니아딤채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