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째 파업에 환자만 피해

서울 대형병원, 외래진료 미뤄

정부 집단파업 강경대응 방침에
소아과의사회, 복지부 공무원 고발
전공의 집단휴진이 11일째를 맞으면서 예정됐던 환자 진료와 수술 등이 대책 없이 연기되는 등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31일부터 1주일 동안 외래 진료와 시술을 대폭 축소하고 입원 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비상 진료 체제에 들어갔다. 이번주 서울대병원 본원 내과와 암병원 내과에 예약된 일일 환자 수는 2600~3400명이다. 서울대병원은 이들의 차트와 진료의뢰서를 분석해 당장 진료를 보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는 위중 환자 위주로 진료를 재편성했다.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다른 서울 시내 주요 병원도 외래 진료를 최대한 미뤘다. 외래 및 입원환자 진료, 수술 등을 교수들이 도맡으면서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서울병원은 첫 진료를 받으려면 간암 환자는 최소 2주, 유방암 환자는 꼬박 두 달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다른 과도 수술 스케줄이 밀리고 있지만 유방외과의 경우 11월 초 진료 때 바로 수술 일정을 잡더라도 빨라야 연말, 늦으면 내년으로 수술이 밀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은 고발전으로 비화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31일 보건복지부 공무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은 “전공의들의 단결권·단체행동권 등 근로자로서의 권리와 직업인으로서의 직업수행의 자유 등 헌법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의대 교수들도 시위에 가담했다. 경북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영남대병원 교수들은 전공의 근무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방문한 보건복지부 공무원들 앞에서 정부 의료정책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들 교수는 후배 의사들에 대한 고발 조치가 계속 이어질 경우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서울성모병원 외과도 오는 7일 하루 동안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기로 결의했다. 서울성모병원 외과 교수들은 “전공의와 전임의의 행동을 지지하고 그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한 첫 번째 단체행동”이라고 했다.

학계에서도 정부 비판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정부가 응급실, 중환자실 전공의를 고발하고 겁박하는 것은 군사정권 때도 볼 수 없었던 일”이라며 “의료계의 미래인 이들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6개 환자단체는 이날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정부와 의사는 충돌을 멈추고 환자 치료부터 정상화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전국 전공의 수련기관 200곳 가운데 151곳의 근무 현황을 점검한 결과, 전공의 7975명 가운데 6688명이 근무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휴진율은 83.9%다. 전임의 휴진율은 32.6%였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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